남도에서 자란 작가들이 펼쳐낸 전라도의 모습

입력 2024.04.09. 19:35 최민석 기자
문학답사기 ‘전라도 가는 길, 생명의 땅 남도기행’
고재종·곽재구·허형만 등 24명 문인 참여
각각의 시선으로 자연·문화·인간애 담아
그리움·아련함·즐거움·추억·향수 오롯이
전라도 가는길

해마다 봄을 기다리는 우리 국민들의 시선은 남도로 향하기 마련이다.

가장 먼저 봄이 오고 가장 빨리 꽃이 피어나 봄 기운을 북으로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라도는 이땅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마음의 고향이다.

'전라도 가는 길'은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콘크리트 벽에 갇혀 있는 이들에게 '귀뚜르르 뚜르르' 타전하는 마음의 노래다. 콘크리트 감옥에서 겨울을 사는 이들에게 우리 시대 문화예술인들이 전하는 봄날 사랑의 노래 말이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저명한 문학인들의 글을 통해 전남 관광을 홍보하기 위한 문학답사기 '전라도 가는 길, 생명의 땅 남도기행'(디자인숲刊)이 출간됐다.

'전라도 가는 길'은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인 24인이 전남 22개 시·군을 직접 둘러보며 느낀 점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참여 작가와 소개 지역은 시인은 고재종(곡성), 곽재구(순천), 김구슬(무안), 나희덕(고흥), 문효치(영암), 송소영(장흥), 신달자(강진), 오세영(장성), 유자효(구례), 이건청(함평), 이승하(진도), 장석주(해남), 최문자(광양), 허영자(완도), 허형만(목포), 홍신선(신안) 등이다.

소설가 박병두(서문), 권지예(여수), 박상우(나주), 전경린(영광), 정찬주(화순), 문학평론가 이경철(담양), 박해현(보성), 예술인 박명성(전국체전)씨도 각각 참여했다.

이 책은 문학인들의 시선을 통해 전남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문화유산, 전남 사람의 인간애를 만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들은 각각의 글에 그리움과 아련함, 즐거움을 담았다.

"도전이었던 젊음이 지나고 기운이 좀 빠지자 힘든 일, 빚지는 일과 안개처럼 눈앞을 막던 혼란도 함께 물러났다. 현재를 사는 맛을 알려면 웬만큼 나이를 먹어야 하는가 보다. 시간을 여유롭게 쓴다. 아무도 나를 간섭하지 않고 방해하지 않는다. 그저 내 몸과 마음을 바로잡고 지금 하는 일에 조용히 집중하려 한다. 진짜 소원은 시간이 이루어주는 것이 아닐까. 이 부드러운 빛과 섬세하게 바뀌는 공기 속에서 나는 쌀과 소금과 누에와 눈을 닮아 점점 하얘질 것이다. 벌써 머리카락은 희어지고 있다."(전경린 소설가)

"해 질 무렵 나는 이 도시의 한 갯마을에 이르렀다. 노을이 아름다웠다. 노을이 하늘에 펼쳐놓은 꽃밭을 보았다. 너무 아름다웠으므로 나는 눈을 감았다. 진실로 아름다운 것은 네 것이 아니다. 삶은 늘 내게 그렇게 얘기했다. 눈을 다시 떴을 때 지상이 펼쳐놓은 그 광휘를 나는 잊지 못한다. 개펄 위에 찬란한 노을이 펼쳐져 있었다. 갯물이 빠져나간 개펄 위에 노을들이 펼쳐놓은 찬란한 시들을 보며 나는 이 지상에 내가 찾아야 할 여전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끄러운 내 몰골과 영혼의 개펄 위에도 노을이 펼쳐졌다. 짱뚱어들이 푸른색의 지느러미를 꿈틀거리며 개펄을 기어가는 모습을 오래오래 바라보았다."(곽재구 시인)

책을 읽고 덮은 뒤 시간을 내서 전라도에 발을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새로운 신천지를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전라도 가는 길은 우리에게 수줍은 손을 내민다.

책을 읽노라면 작가에게 끌려가듯 따라가는 여행이 아닌 작가의 시선을 통해 보고 발걸음을 함께하며 남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전라도 가는 길을 기획한 박병두 작가는 "어떤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이곳 저곳을 헤매기 좋은 곳이 전남"이라며 "곳곳에 산과 외딴섬이 즐비한 전남의 풍경은 여행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찾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길은 끝났지만, 여행은 다시 시작되었다'는 서문을 통해 책의 의도를 소개하고 있다. 문학인의 답사를 통한 전라도 가는 길의 여정은 끝났지만, 책을 통해 영감을 얻은 독자가 전남 여행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작가들의 자신감이 묻어나오는 대목이다.

주순선 전남도 관광체육국장은 "전남의 아름다운 관광지를 저명한 문학인의 시각을 통해 글로 보는 것은 독자들에게 또 다른 신선한 즐거움을 느끼게 할 것"이라며 "책으로 보고 느낀 전남의 맛과 멋, 흥을 직접 방문해 즐기고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라도 가는 길'은 교보문고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인터넷 전자도서로도 만날 수 있다. 이 찬란한 슬픔의 계절 봄, 남도는 그렇게 우리를 목놓아 부르고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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