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철학사(이토 구니타케 외 지음)=일본 인문 출판사 지쿠마쇼보가 창사 80주년을 기념해 펴낸 '세계철학사'가 국내 출간됐다. 9권으로 구성된 '세계철학사'는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세계철학을 각 시대를 특징짓는 주제부터 전통까지 시대마다 살펴나간다. 시리즈는 그간 유럽과 북아메리카만을 중심으로 다뤄졌던 세계철학이 아닌 러시아, 인도, 중국 나아가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까지 아우른다. 각각의 전통들 사이에는 중간지대와 상호 영향, 수용과 새로운 전통의 형성이 존재하며, 거기서 철학은 경제, 과학, 종교와 제휴한다. 시리즈에는 이토 구니타케 등 일본의 철학자 115명이 참여했고 이신철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도서출판b. 2천953쪽.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김상혁 지음)=시인 김상혁의 네번째 시집. 시집은 여러 아이러니를 담았다.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면서도 홀로 자유로울 자신을 생각하고 친지의 죽음을 앞두고 그의 실책이 먼저 떠오르는 이들이 있다. 이때 제목은 세파에 닳을 대로 닳아 놀랍고 새로울 일이 없다는 건조한 심상을 뜻한다. 그러나 회의감에 시달리는 이가 정작 꺼내는 말이 상대방의 안녕을 바라는 염려라는 데서 시는 한층 아이러니를 더한다. 김상혁의 시는 사랑을 향해 열려 있다. 아이러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사랑하는 이에게만은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일러주고 싶은 것이 시인의 마음이다. 문학동네/ 116쪽.

▲젊은 근희의 행진(이서수 지음)=이효석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이서수의 첫 소설집이다. 주거와 노동, 고용 문제에 대해 써온 이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끊임없이 우리 삶을 바라본다. 10편의 소설 속에서 대부분의 인물들은 주거 불안을 떠안고 있다. 5년 만에 폭등한 집값으로 서울의 자가는 꿈도 꾸지 못하게 된 젊은 부부('나의 방광 나의 지구')부터 군산에선 3000만원 대의 아파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가진'('발 없는 새 떨어뜨리기') 등 등장인물들에게 집은 뗄 수 없는 요소다. 이처럼 현실과 맞닿아 있는 소설 속 인물들은 무엇이 정답인지 알지 못한 채로 묵묵히 걸어나간다. 은행나무/ 344쪽.

▲눈부신 안부(백수린 지음)="다른 사람이 아닌 나만 쓸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 있을 것 같다는 에감에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작가의 말' 중) 소설가 백수린이 등단 12년 만에 첫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문학동네)를 펴냈다. 그간 단편소설을 통해 젊은작가상,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소설 세계가 하나의 긴 이야기로 모였다. 이 책에는 삶의 갖가지 비극으로 인해 멀어졌던 타인과의, 나아가 자기 자신과의 진심어린 화해라는 쉽지 않은 일을 해나가기로 다짐한 인물들의 발걸음이 그려져 있다. 책장을 펼치면 타인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성실히 거짓말을 해야 했던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문학동네/ 316쪽.

▲풍수전쟁(김진명 지음)= 대하역사소설 '고구려'의 작가 김진명이 우리의 토속문화 '풍수'에 주목했다. '풍수전쟁'은 지금의 시기에 과학의 언어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토속 문화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한번 점철하면서 사라진 역사에 실체를 더한 장편소설이다. 김 작가는 '과연 우리의 미래는 과거 없이 존속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새로운 소설을 펴냈다. 이야기는 어느날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전달된 의문의 메시지에서 출발한다.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행정관 은하수는 메시지를 추적하라는 지시를 받지만, '저주의 예언이 이루어진다'는 괴기한 메시지는 아무리 추적해도 실마리조차 잡히지 않는다. 이타북스/ 304쪽.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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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창작에 매진하라는 채찍질로 기쁘게 수상" 정지아 소설가 "더욱 더 소설 창작에 매진하라는 채찍질이라 생각합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만해문학상을 받게 돼 개인적으로 기쁨이 큽니다."제38회 만해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정지아(58)씨는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수상작은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다.이 작품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3일간의 이야기로, 화자인 딸 아리는 아버지의 기억을 촘촘히 떠올리고, 빈소를 찾은 친척과 이웃 등이 들려준 일화를 통해 아버지의 일생을 통해 개인적 서사와 분단의 역사를 밀도 있게 그려낸 수작으로 꼽힌다.만해문학상 주관사 창비는 "한반도 분단, 좌우 갈등과 투쟁, 민간인 학살 같은 어두운 역사를 다룸에도 유머러스한 어법과 개성 넘치는 인물을 통해 밝음과 어둠이 뒤섞이고 웃음과 슬픔이 교차하는 수작을 완성해냈다"며 "삶과 사람, 역사를 작가 자신의 가족사를 토대로 설득력 있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소설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의 시간만을 현재적 배경으로 다루지만, 장례식장에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해방 이후 70년 현대사의 질곡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남도의 구수한 입말로 풀어낸 일화들은 저마다 서글프지만 피식피식 웃기고, 울분이 솟다 말고 '긍게 사람이제' 한마디로 가슴이 따뜻해진다.소설 속 아버지는 지리산과 백운산을 카빈 소총을 들고 누빈 빨치산이었다. 그는 일제강점기가 끝난 직후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싸웠으나 처절하게 패배했다. 동지들은 하나둘 죽었고, 아버지는 위장 자수로 조직을 재건하려 하지만 그마저 실패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자본주의 한국에서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다. 평등한 세상이 올 거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고, 생판 초면인 이들의 어려움도 무시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각한다. 누구나 배불리 먹고 차별없이 교육받는 세상이 이미 이뤄진 마당에 혁명을 목전에 둔 듯 행동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누가 봐도 블랙코미디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 작가는 그렇게 평행선을 달려온 '나'와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노동절 새벽,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세상을 등진 아버지를 통해 가족과 역사를 그려냈다.정지아 작가는 써내는 작품마다 삶의 현존을 정확하게 묘사하며 독자와 평단의 찬사를 받아온 작가는 이번에 역사의 상흔과 가족의 사랑을 엮어낸 대작을 선보임으로써 선 굵은 서사에 목마른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정지아 작가는 1965년 구례에서 태어나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시작,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고욤나무'가 당선됐다. 소설집 '행복' '봄빛' '숲의 대화' 등이 있다. 김유정문학상, 심훈문학대상, 이효석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올해의 소설상, 노근리 평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한편 만해문학상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불교 승려였던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생의 업적을 기념하고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73년 제정됐다. 본상의 상금은 3천만원이며, 2016년 상금 1천만원의 특별상을 신설해 본상과 장르가 다른 작품에 시상하고 있다.올해 특별상은 고명섭 한겨레신문 기자의 인문서 '하이데거 극장: 존재의 비밀과 진리의 심연'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중 열릴 예정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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