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운 지음/ 퍼플/ 663쪽
지구상에는 총 5개의 대륙섬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세계섬인 유라시아 위에서 우리 인류는 이동과 정착을 반복했고, 이동의 과정에서 나 아닌 존재와 어우러지거나 생존을 위한 경쟁을 통해 하나가 되거나 혹은 통합과 복속의 과정을 거치며 다시 머무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이 거대한 세계섬의 역사를 유라시아사라는 범주로 규정한다면, 유라시아사의 본질은 한마디로 끊임없는 연속성에 있다. 그 어떠한 부족과 문명도 고립과 독자적 발전이란 있을 수 없고, 서로 간의 교류와 경쟁, 투쟁의 지난한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생존과 발전을 거듭해온 것이 유라시아사 그 자체다.
이 역사를 문자로 기록되어 드러난 것으로 한정한다면 우리가 이 세계섬 위에서 겪은 생존의 과정은 기껏해야 3~4천 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우리의 위대한 여정을 밝히는 데 있어 턱없이 짧은 기간이다. 인류의 위대함은 끝없는 호기심, 즉 지적 욕구에 있다.
고대 문자 창조 당시의 음운에 착안, 인류의 위대한 여정과 유라시아 문명사의 실체를 밝힌 책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강성운씨의 '유라시아 엔드게임3-가믄의 비밀'이 출간됐다.
이 책은 고대 문자의 창조에 얽힌 접근을 기초로 국내 최고의 동양철학 권위자인 도올 김용옥의 신(神)에 대한 해석에 과감한 반론을 제시하는 한편 그의 철학적 접근과는 달리 고대 문자 창조 당시의 자형과 음운에 착안한 근원적 차원의 접근법을 통해 고대 유라시아 역사의 실체에 접근했다.
저자는 동양에서 신(神)은 명사로 쓰인 적이 없고 형용사로 쓰였다는 도올의 논증(김용옥·2020)에 대해 "본질에 다가선 혜안"이라 평가한 반면 신(神)의 본자가 본래 신(申)이었음을 서지적 증거를 통해 논증한 후, 갑골문 당시의 현(玄)과 신(申) 자가 굽거나 감은 형상을 나타낸 상형문 형태이었다가 금문을 거쳐 현재의 자형으로 변형되는 과정을 나타낸 도표를 통해 입증했다.
갑골문을 만든 부족은 신적 권위를 지칭할 때, 감은 형상을 나타내는 동사 '감다' 계통 어휘와 음운을 썼다는 것이 주요 논지이다. 실제로 고대 한국어는 감, 검, 곰, 고마 등의 어휘를 군장이나 수도의 뜻으로 썼고, 일본어는 이 계통 음운 가미(神), 기미(君) 등을 지금도 쓴다. 중국어(漢語)와는 분명 거리가 있는 부분이다.
책은 상나라 멸망 직후 발생한 삼감(三監)의 난과 문무왕의 유해가 수중릉이 아닌 감은사 3층 석탑에 화장 후 안치되었다는 점 역시 주요 음운적 논거로 실었다. 실제로 감은사 3층 석탑 동탑에서 사리가 발굴되었고, 사리장엄구는 현재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이다.
저자는 앞서 지난 2021년 9월 펴낸 '유라시안 엔드게임 2: 지상 최대의 퍼즐 '에서 고착성이 강한 지명에 근거한 음운론과 더불어, 고대인의 관념 체계가 반영된 신화에 드러난 상징체계에서 힌트를 얻었다.
일본의 신무(神武)신화에 드러난 상징기호에 의거, 황하 중류 일대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이르기까지 놀랍도록 일관된 신화체계가 이어진 점에 주목, 유라시아사의 본질이 비단 문화뿐 아니라 관념의 체계적으로도 연속성에 있다고 밝혔다.
책은 ▲1장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2장 공간의 인지와 서수의 발생 ▲3장 세상을 감다 ▲4장 거대한 물을 담은 그릇 대지 ▲5장 의문의 음운 /야/八 의 정체 ▲6장 상나라의 공간 개념 ▲7장 빗살무늬토기와 한국어 '감돌다' ▲8장 구름과 꾸러미, 그리고 헤르메스 ▲9장 항아리와 골호장지문화 ▲10장 문무왕과 만파식적을 찾다 ▲11장 물을 붓다 ▲12장 하도와 낙서의 기하학적 해독 ▲13장 한국어 서수 체계 해독(상) ▲14장 한국어 서수 체계 해독(하) ▲15장 일본어 서수 체계 해독 ▲16장 상서 및 사기 서수 체계 해독 ▲17장 땅으로 밝힌 한국어와 인도유럽어 간 관계 등 총 17장으로 구성됐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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