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부터 해남까지 500km 여정
15개 이야기로 구국의 길 조명
'난중일기' 등 사료 활용 재구성
이순신(1545∼1598)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을 통솔했던 제독이자 불세출의 영웅이다.
그는 1597년 정유재란으로 조정 모함과 왜군 이간질로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그의 뒤를 이어 수군통제사에 오른 원균의 패배로 수군이 전멸 수준의 패배를 당한 상황 속에서 백의종군을 거쳐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이순신에게는 왜적과 맞서 싸울 병사도, 무기도, 식량도, 함선도 남아 있지 않았다. 수군 재건을 위해 남도에서 백성들과 함께 하며 민심을 다독이고, 병사를 모으고, 식량을 얻고, 무기와 함선을 다시 모았다. 그는 마침내 조선 수군을 재건하고,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어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했다.
이렇듯 이순신이 조선 수군을 재건하는 여정을 뒤따라가며 이를 이야기로 풀어낸 김목 동화작가의 '이순신길을 걷는 아이들'(현북스刊)이 출간됐다.
조선수군재건길은 구례에서 곡성, 옥과, 석곡, 순천, 낙안, 조성, 득량, 보성, 회천, 장흥, 해남까지 이르는 500㎞가 넘는 길이다. 이 길은 걷는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하여 걸을 수 있고 자신의 느낌에 따라 길 이름도 달리 부를 수 있다.
김 목 작가는 해남 우수영에서 구례로 이동해 다시 해남 우수영에 이르는 15꼭지의 이야기를 통해 이순신을 되실려냈다.
책은 각 꼭지마다 앞글은 두 아이 윤민·세민과 함께 길을 걷는 할아버지와 나누는 이야기 형식으로 당시의 이순신 장군의 행적과 조선수군 재건과 관련한 일화들을 들려주고 여행 일정을 안내하는 과정으로 펼쳐진다..
뒷글에서는 '이순신길 편지'를 만난다. 조선수군 재건에 나서는 이순신 장군의 생각과 고민을 느껴볼 수 있다. '이순신길 편지'는 작가가 '난중일기'를 비롯한 여러 사료를 뒤져 이순신 장군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생생하게 재구성해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순신 장군의 인품과 업적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 조선수군재건길이다. 독자들은 길을 접하며 역사 속 이순신 장군과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다양한 생각을 얻을 수 있다.
"1597년 2월 25일이다. 나는 임금의 명령을 어겼단 죄로 파직되어 3월 4일 한양의 옥에 갇혔다가 27일 만인 4월 1일에 세상으로 다시 나왔다. 그때 권율 도원수의 진영으로 백의종군에 나섰던 한양에서 경상도 합천까지 걸었던 길이 백의종군길이다. 또 1597년 8월 3일 진주 수곡에서 다시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었으나 군량과 무기, 함선과 군사 등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수군을 재건하여 43일만인 9월 16일, 마침내 명량대첩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때 전라도 구례에서 우수영까지 걸었던 길이'수군재건길'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그 수군재건길을 나와 함께 걸어보자꾸나."('이순신길 편지1'에)
이 길은 '남도 이순신길'로도 불린다. 전남도는 이 길을 지난 2015년부터 8개 코스로 복원, 도보, 자전거, 자동차길로 만들었다.
1코스는 구례 석주관에서 출발하는 수군재건 입성길, 2코스는 곡성의 석곡 능파정까지의 애민길, 3코스는 수넌 낙안읍성까지의 물자 충원길, 4코스는 보성 군영구미까지의 군량 확보길, 5코스는 장흥 정남진까지의 함선 출항길, 6코스는 강진 가우도까지의 해상 승전길, 7코스는 명량으로 가는 길, 8코스는 벽파진항까지의 명량대첩길로 구성됐다.
김목 작가는 1975년 소년중앙 문학상(동화), 197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시), 1980년 어린이해 기념동화 공모에서 수상,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은책으로 동화집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날개 달린 장사', '아기풀꽃', '미리안', '나는 가방', '만쇠 씨의 자전거', '멀리 뛰는 개구리', '황금동관의 왕국', '올라가는 도레미파', '농부와 도깨비'와 시집 '누렁이' 연구집 '흰 구름이거나 꽃잎이거나(김삿갓)', '여성, 위험하거나 위대하거나' 등이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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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곳곳의 유적으로 만나는 우리 역사 우리 시대 '문화 전도사' 유홍준이 새로운 시리즈로 돌아왔다. 우리 역사를 시대순으로 살펴보며 각 시대를 대표하는 지역과 문화유산을 만나는 '국토박물관 순례' 시리즈다.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를 외치며 시작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출간 이후 30년, 답사기에서 다 담아내지 못했던 우리 역사의 진수를 국토박물관 속에서 차근차근 찾아가는 새로운 답사기이자 진화한 답사기인 셈이다. 선사시대와 고대사를 다룬 이번 1~2권을 시작으로 근현대까지 이어질 예정이다.'국토박물관 순례'에는 역사와 문화, 유물과 현장을 아우르며 수십 년간 우리 역사의 현장을 두루 순례하고 소개해온 유홍준의 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통찰과 매력으로 가득하다. 또한 우리 역사를 차근히 알아갈 수 있도록 답사지 소개와 더불어 해당 시대에 대한 친절하고도 깊이있는 설명을 붙여, 성인과 청소년 독자들에게 두루 유익한 역사 교재로 손색이 없다.이번에 출간되는 '국토박물관 순례' 1~2권은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의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을 소개했다. 1권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는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초기철기시대, 고구려시대의 핵심 유적을 다뤘다.연천 전곡리 유적은 세계 고고학 지도를 바꾼 획기적인 발굴이 이뤄진 곳이다. 1978년 미국 병사 그레그 보엔이 이곳에서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발견하면서 동아시아에는 주먹도끼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기존 학설이 뒤집혔다. 이후 유적 전체가 공원으로 조성되고 전곡선사박물관이 들어서면서 이곳은 우리 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이자 배움터로 거듭났다.지금까지 한반도에서 확인된 신석기시대 유적은 150곳 이상이다. 이 책에서는 전국에 분포한 유적 중에서도 유물이 풍성하게 출토되어 역사적 가치가 돋보이는 부산 영도의 패총 유적을 둘러보며 한반도 신석기시대를 소개한다.이어 고구려 역사의 중심이었던 만주를 탐방한다. 먼저 우리 고대사의 무대였던 만주의 지도를 익히는 것을 시작으로 고구려 기행 대장정을 시작한다. 첫 번째 코스는 중국 동북삼성의 중심 심양에서 봉황산성과 단동, 호산장성을 거쳐 압록강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과정이다. 봉황산성과 호산장성은 각각 고구려 오골성과 박작성으로 추정(비정)되는 곳으로, 고구려 산성 문화를 잘 보여주는 곳이다. 본격적인 탐방을 위해 잠시 들른 단동에서는 압록강의 아름다움과 분단을 포함한 우리 역사의 숭고함과 아픔을 느껴본다.이어서 고구려의 첫 도읍이었던 중국 요령성 환인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곳에 위치한 왕성이자 산성이었던 오녀산성은 고구려 유적 중에서도 웅장함과 장대함이 남다르다. 그야말로 천혜의 요새를 구축해놓아 신생 왕국 고구려의 패기와 단단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고구려는 이곳에 도읍한 지 얼마 안 있어 길림성 집안 지역의 국내성으로 천도했다. 그렇게 저자는 고주몽의 건국 이야기를 떠올리며 천도 경로를 따라 길림성 집안으로 이동한다.집안은 고구려 국내성과 환도산성이 한 쌍을 이루어 400년간 고구려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그만큼 대표적인 고구려 유적들이 밀집해 있다. 고구려 유적 탐사단은 이 집안에서 여러 날 머무르며 역사의 향기와 압록강변의 서정을 느낀다. 시내에 있는 국내성은 심하게 훼손되었고 환도산성 안쪽은 과수원이 되어 있었지만, 중국은 이 지역의 고구려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수년 전 정비를 마쳤다. 이곳에 있는 고구려의 대형 왕릉과 고분을 만나는 것은 대략으로도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다. 우리 역사의 자부심을 지탱하는 고구려 전성기의 유적인 태왕릉, 장군총, 벽화고분 등 '무덤 순례'를 마치고 광개토대왕릉비문을 소개하는 것으로 1권은 마무리된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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