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신 지음/ 이다북스/ 320쪽
세계사에 큰 영향을 끼친 소재와 그로 인한 역사의 변화를 다룬 책들로 널리 알려진 도현신씨가 거대 건축물로 세계 역사를 들여다본 '건축전쟁'을 펴냈다.
역사적 사실에 자신만의 새로운 해석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집필해온 작가는 이 책에서 세계사에 큰 자취를 남겼으나 지금은 역사 속에 지워진 거대 건축물들과 만난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후 줄곧 해온 일 가운데 하나가 비와 바람을 막고 침입자로부터 보호받을 집을 짓는 것이었다. 식량과 물자가 풍족해지고 이를 비축할 공간이 필요해지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크고 화려한 건축물을 세우는 데 열심이었다.
그런 건축물을 지으려는 열망은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하늘에 닿았다는 바벨탑의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래전부터 벌어졌다. 구약성경을 쓴 유대인들은 바벨탑처럼 거대한 건축물을 신에게 도전하는 인간의 오만함이라며 부정적으로 여겼으나, 그런 그들조차 훗날 나라를 되찾자 넓이와 면적이 수백 미터에 이르고 성벽 높이가 100미터를 넘는 크고 웅장한 예루살렘성전을 지었다.
당대에는 경외와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후대에는 위대한 유산이었으며 지금은 터와 돌기둥 몇 개만 남은 것이다.
예루살렘성전 외에도 고대 세계에 존재한 거대한 건축물은 많았다. 알렉산더대왕이 세운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지어진 거대한 등대, 로도스 섬의 항구 입구에 세워져 그 사이로 배들이 지나다녔다는 커다란 조각상 콜로서스, 현재 터키 서남부 에페수스에 건설되었던 아르테미스 대신전과 마우솔레움 영묘는 역사의 물결에 밀려났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 바빌론의 공중정원, 그리스인들이 성스럽게 여긴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상, 로마의 폭군 네로 황제가 짓게 했다는 환락의 황금궁전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중국 한무제의 휴양지로 사용된 상림원과 곤명지, 그리고 신라의 황룡사와 고려의 흥왕사도 온 나라가 들썩인 거대 건축물이었다.
지금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이 사라졌거나 돌기둥 몇 개만 남아 있는 건축물들. 그것들은 당대에 모두에게 경외와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며, 국가와 민족의 위대한 유산이었다. 지금 거대한 건축물들은 역사에서 지웠지만, 여전히 우리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건축전쟁'은 큰 흔적을 남긴 주요 건축물들의 시작과 끝을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세계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양서다.
지은이 도현신씨는 1980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지난 2004년 장편소설 '마지막 훈족'을 전자책으로 출간했고, 2005년 광명시 주최 제4회 전국신인문학상대회에서 단편소설 '나는 주원장이다'로 장려상을 받았다. 2005년 순천향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원균과 이순신'을 출간하면서 인문 역사 분야의 전업작가로 활동, 2011년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와 '전쟁이 발명한 과학기술의 역사', 2013년 '지도에서 사라진 사람들' 등의 히트작을 펴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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