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김선태·박형준 시인 편저
시세계와 삶의 궤적 담은 글 수록
특유 시선 사물 세계 관조 시 창작
"최하림 시의 역사성의 근원으로 여겨졌던 초기 시에서의 역사성이란 어떤 차원에서는 단정할 수 없는 균열의 지점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 문단의 분리주의적 인식 때문이라기보다는 역사성과 심미성을 대립적 구도로 보는 관계에서는 결코 발견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김문주가 최하림의 1980년대 이후의 시에서 '도덕적 심미성'을 발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예술가의 도덕적 고뇌를 심미적으로 전환하는 내적 동력을 심미적 윤리성으로 규정한다. "('최하림 다시 읽기' 중 박슬기)
故 최하림(1939~2010) 시인은 신안 팔금도에서 태어나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최하림시인은 산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76년 첫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를 비롯 '작은 마을에서'를 시작으로 등 총 일곱 권의 시집을 내며 한국 시단에 큰 획을 그었다.
그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군사정권 시대 억압받는 엄혹한 현실을 지나면서 민중의 분노와 한을 담은 완성도 있는 시 세계를 구축,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열린 시선으로 사물과 세계를 관조한 작품으로 시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최하림연구회에서 엮은 연구서 '최하림 다시 읽기'(문학과지성사刊)가 출간됐다.
이번 저술에는 흐르는 물과 머무르는 시간 속에 깊은 고요를 응시했던 최하림의 시 세계뿐 아니라, 가르침과 다독임으로 가득했던 생전의 삶에 대한 이해를 돕는 스물여덟 명 필자의 서른한 편 글이 담겨 있다.
최하림연구회의 황지우, 김선태, 박형준 시인이 편자로 참여해 글을 정리했고, 신안군 후원으로 책이 나오게 됐다.
최하림연구회 회장인 황지우 시인은 "최하림 시를 다시 읽으며 삼라만상을 단 하나 예외 없이 소멸의 방향으로 날아가게 하는 '시간의 화살', 아픈 줄도 모르게 뚫고 지나가는 그 촉 자체를 선생은 관(貫)한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되물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제1부 '침묵과 파동의 여정'에서는 시인의 시적 지향과 생애 전반을 관통한 주제에 대해 시인이 직접 발화한 내용이 담긴 생전의 인터뷰 두 편과 그의 문학적 연대기를 총 정리한 박시영의 글이 담겼다.
이어 제2부 '자애의 시학을 찾아서'에서는 최하림 시에 관한 논문 및 비평문 열세 편이 담겼다.
'산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하던 초기 시 연구에서부터 '풍경'과 '고요'를 시로 담아낸 후기 시까지 시 창작 시기별 특징에 집중한 글뿐 아니라 동양화론과의 연관성, 뒤표지 산문을 통한 자의식 변화, '눈' '빛' '물' '나무'와 같은 주요 심상 분석 등 다양한 시인론이 묶였다.
제3장 '최하림 들여다보기'는 '인물 소묘'란에 열한 명의 시인 후배와 제자, 가족들이 쓴 시인에 관한 산문이 실렸고, 이어 '최하림 시론'에서는 시인이 직접 쓴 본인 시론 두 편도 수록됐다.
김선태 시인(목포대 국문학과 교수)은 '최하림 시인과 신안·목포'라는 수록글에서 "최하림 시인에게 있어 신안은 유년 시절을 보냈던 원체험의 현장이며 목포는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청소녀기부터 청년 시절 그에게 문학적 자양분을 제공해 준 실질적 고향"이라며 "광주 한 신문사에 근무하던 1990년 무렵 그를 직접 찾아가 말년을 문학적 고향인 목포에서 보내면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타진한 적이 있는데 그때 가만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가로젓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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