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홀로서기 과정 형상화
세상은 함께 더불어 사는 것
성장을 통한 삶 개척 과정 눈길
"네가 태어나기 전 하늘까지 닿는 하늘나무가 한 그루 있었단다. 너는 하늘나무에서 떨어졌어. 감이 지붕 위로 툭 하고 떨어지듯…"
최근 나온 '하늘나무'(문학들 刊)는 2015년 동시 '순돌이 바꿔주세요!'로 '한국안테르센상'을 수상한 김좌현 작가의 동화다. 아주 짧은 이야기지만, 어린아이가 할머니의 죽음을 딛고 마침내 자신의 삶을 개척해 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져 깊은 감동을 준다.
아홉 살 소녀인 아이는 시장에서 생선을 팔아 자신을 돌봐준 할머니와 함께 살아간다. 어느 날 그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직 '죽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아이는 할머니가 그저 잠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잠든 할머니의 뱃살을 주물럭거리고, 시장에 생선을 팔러 가자고 팔을 잡아 당기기도 한다.
그러나 할머니는 깨어나지 않는다. 아이는 결국 주변에 도움을 청한다. 이제 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아이는 어떻게 살아갈 지 막막하다.
친구인 세호 엄마와 시장 사람들의 방문으로 알게 된 할머니의 죽음. 하지만 어린 소녀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할머니는 쓰러지기 며칠 전부터 아이가 학교를 마치면 시장으로 불러내 생선 파는 법을 가르치셨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곤 손녀가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한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욕을 해댔던 시장 사람들은 뒤늦게야 뉘우친다.
이 동화는 어린 소녀가 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 낸다. 어린아이가 관 속으로 들어가 할머니와 함께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 할머니를 허공으로 떠나보내며 하늘나무와 만나는 장면 등은 독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해 준다.
또한 이 세상은 결코 혼자 사는 곳이 아니라 여럿이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라는 걸 가르쳐 준다. 할머니는 시장 사람들의 도움으로 하늘나라로 무사히 떠날 수 있었고, 소녀 역시 그들의 도움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학교가 끝나면 소녀는 나물 파는 아줌마 옆에 앉아 소리친다. 소녀의 용기 있는 목소리를 따라 독자의 가슴속에서도 희망이 '꼼지락 꼼지락' 일어선다.
김좌현 작가는 화순 동복에서 태어나 지난 2010년 '한국평화문학'에 동시 '통일이를 찾습니다' 등을 발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음악극 '호랑아 엄마를 돌려줘' 극본(2012년)과 뮤지컬 '호랑아 엄마를 돌려줘' 극본(2016년)을 썼다.
삽화를 그린 전현숙 화가는 화순 동면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1994년부터 현재까지 파리, 두바이, 북경 등 해외기획전과 국내전시에 참여했다. 서울, 안산, 전주, 무안, 광주에서 14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2008년 신세계미술제에서 수상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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