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첫 시집을 내게 돼 기쁘면서도 쑥스럽기도 합니다. 지난 1980년부터 최근까지 쓴 시 77편을 담았습니다.'
김용휴 (77) 시인은 최근 자신의 첫 시집 '남광주에 나는 가리'(솔아북스刊)의 출간 의미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75년 구 전남매일신문사에 입사했으나 83년 언론 통폐합 여파로 해직된 언론인 출신으로 도서출판 규장각과 무크지 '민족과 지역'을 발행하는 등 출판인과 문인화가, 향토사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이번 시집은 남광주역 인근에 세워져 있는 '남광주에 나는 가리' 라는 오래된 시비를 매개로 서정과 사유, 저항, 민족의 한 등을 담은 시편들을 담았다.
특히 광주의 애환이 서린 정서를 담아 눈길을 끈다. 시인은 시를 통해 도깨비 같은 새벽 시장은 광주 근교와 전라도에 사는 농민들과 장사치들의 오랜 축복의 장소를 그려냈다. 수십 년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도깨비 시장은 활기차게 광주의 새벽을 상징한다.
그는 "바람 같은 세월을 함께 걸었던 희로애락을 가득 실은 기차는 이제 사라졌지만 사람들을 실어 나르던 기차역과 선로는 시민들의 새로운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다"며 "77편의 시를 통해 광주의 역사와 전통, 한을 나만의 시각으로 펼쳐냈다"고 말했다.
시인은 80년 이후 삶의 행로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는 5·18이라는 말만 들어도 피가 거꾸로 솟구치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선다'며 "시를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삶의 역정과 지혜를 전해주고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가 지나온 궤적은 앞으로 살아갈 궤적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것은 미래이고 희망이다.
"광주에 오월이 오면/ 분수대 광장은 연 초록으로 물든다// 광주 금남로 은행나무 가로수들이/ 꽃을 피워 날려주면/ 그날의 함성같이/ 푸르러 푸르러 오른다// 광주의 5월은/ 지축을 트고 솟아오르는/ 금강석 촉 날이 된다/ 광주에 5월이 오 면/ 분수대 분수도/ 금남로 가로수도/ 금감석 촉 날로 솟아오른다"(시 '광주에 5월이 오면' 중)
이렇듯 각각의 시에는 광주 역사와 희망을 노래한 정감들이 넘쳐난다.
김용휴 시인은 "40년 동안 쓰고 모은 시들을 한데 모아 수록했다"며 "살아오고 지나온 광주 시민들의 삶이 모든 이들에게 기억되고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집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1995년 한맥문학에 '백제인' 등 4편 시로 등단,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국제펜클럽본부와 한국문협, 광주문협, 전남회협 회원이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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