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들' 등 매년 20종 출판
지역 문학 출판 메카 발돋움
'문학들 문학상' 제정 주목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문학들 문학상' 제정과 시행입니다. 좋은 작가들을 발굴해 지역 문학을 이끄는 동량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문학계간지 '문학들'과 인문·사회 등 다양한 장르의 저작물을 출판하는 도서출판 심미안 송광룡 대표는 새해 목표와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심미안(審美眼)'은 '아름다움을 살피는 눈'이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아름다움이 어떤 감각적인 기쁨이나 즐거운 마음을 주는 가치는 물론 만드는 책이 독자들에게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광주 동구 천변우로 남광주시장 입구의 한 빌딩 2층에 자리한 20평 남짓한 규모의 출판사 사무실에는 책과 원고가 넘쳐난다.
송 대표는 최석희·송성환(기획편집), 박희진·김미현·고미향(이상 디자이너)씨 등 5명 직원과 출판사를 운영 중이다.
송 대표는 원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다. 그는 금호문화재단에서 발행하던 월간 '금호문화'에서 10년을 재직했다. 그러나 '금호문화'는 지난 2001년 11·12월호를 끝으로 폐간됐다.
송 대표는 이를 계기로 독립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광고기획 분야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이어 2003년 출판사를 해 보자는 생각으로 도서출판 심미안을 만들었다.
그는 2005년 문학들 출판사를 자회사로 등록한 뒤 계간 종합문예지 '문학들'을 창간했다.
특히 '문학들'은 광주·전남지역에 명실상부한 종합문예지가 필요하다는 문인들의 여망에 따라 지난 2005년 가을호로 창간됐다.
'문학들'은 문학을 매개로 광주라는 지역성을 새롭게 해석하고 소수자들의 삶을 함께 나누는 기획 등으로 여타 문예지와는 확연히 다른 개성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창간 1년 만에 문광부 우수문예지로 선정되는 등 전국적 문예비평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토대로 올해 '문학창작산실 문예지발간지원사업' 대상에 선정됐다.
심미안은 '문학들'을 포함, 해마다 20∼30여종의 시·소설·인문서적을 출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무등일보가 전국 최대의 습지보호지역을 보유한 신안 갯벌의 의미와 가치를 다각도에서 조명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신안 갯벌'을 펴내기도 했다.
심미안은 올해 처음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을 받아 '문학들 문학상'을 제정, 하반기에 시행할 예정이다.
'문학들 문학상'은 시·소설 2개 부문에서 지역 작가를 발굴·시상하게 된다.
또 코로나 19가 진정되는대로 지난해 미뤄뒀던 내부 행사와 시상식 등을 열 계획이다.
송 대표는 "문예지 발간과 출판은 문학 창작 활동의 중요한 토대인 동시에 문학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라며 "앞으로도 문인들의 작품 및 담론 생산기능을 강화하고 원고료 지원을 통한 작가들의 창작 여건 조성 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산의 경우 시 차원에서 '지역문예지 사주기운동' 조례가 제정돼 지역 출판사와 문예지 지원을 통한 문화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문향'인 광주도 지자체 차원의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지역 문예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통해 독서문화 확산과 지역문학 발전의 토대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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