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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붕어빵 안에는 배고픈 고래가 산다

입력 2020.12.27. 15:28 수정 2020.12.30. 17:54

붕어빵 안에는 배고픈 고래가 산다

- 조효복

아이의 웃음에선 생밀가루 냄새가 났다

접시 위에 수북이 담긴 고기를 자랑하는 아이

가쁜 숨을 내쉬며 조그마한 얼굴이 웃는다

콧등을 타고 오른 비음이 아동센터를 울린다

해를 등지고 앉은 언니는 아빠를 닮았다

그늘진 탁자에는 표류 중이던 목조선 냄새가 비릿하게 스친다

구운 생선을 쌓아두고 살을 발라낸다

분리된 가시가 외로움을 부추긴 친구들 같아 목안이 따끔거린다

흰 밥 위에 간장을 붓고 또 붓는다

짜디짠 바람이 입 안에 흥건하다

훔쳐 먹다 만 문어다리가 납작 엎드린 오후

건너편 집 아이가 회초리를 견딘다

튀어나온 등뼈가 쓰리지만 엄마는 버려지지 않는다

매일 다른 가족이 일기 속에 산다

레이스치마를 입은 아이가 돈다

까만 유치幼齒를 드러낸 아이가 수틀을 벗어난 실처럼 돌고 있다

귀퉁이를 벗어난 아이들이 둘레를 갖고 색색으로 돈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뱃구레 속에 고래가 산다

골목은 높낮이가 다른 파동들이 그려놓은 바다 놀이터

제자리가 두려워 아래로만 내달리는 모난 고래들

풍덩 골목 아래로 제 몸을 던진다

가라앉은 먼지위로 고래가 헤엄친다

팥물 묻은 고래 비탈을 구른다

천막 아래 등이 굽은 엄마가 붕어빵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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