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센델 교수가 전하는 '공정이라는 착각'
입력 2020.11.25. 16:51 수정 2020.11.26. 10:38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센델 지음/ 와이즈베리/ 1만6천200원
우리 모두는 '긍정의 중독'에 빠져 있다.
그러나 올바른 판단은 거꾸로 보는 데서 정답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스테디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세계적 석학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8년 만에 신간을 펴냈다.
마이클 샌델의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은 긍정의 자세에서 비롯된 우리의 착각을 깨뜨리는 책이다.
샌델 교수는 신간에서 현대 사회의 '능력주의'를 해체한다. 그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이유를 '능력주의의 한계를 꿰뚫어 본 포퓰리즘의 반란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능력주의라는 것이 개인의 재능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능력을 기반으로 공정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층 간 이동은 어려워지고 불평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샌델 교수는 이 점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너무나도 당연히 생각해왔던 능력주의의 이상이 근본적으로 크게 잘못돼 있다"며 능력주의가 진정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지,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공정함은 곧 정의'라는 공식은 맞는 것인지 등을 되짚어본다.
또 능력주의하에서 굳어진 '성공과 실패에 대한 태도'가 현대 사회에 커다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진단한다. 승자에게는 오만을, 패자에게는 굴욕을 주는 가혹한 현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샌델 교수는 "승자는 자신의 성공을 '내 능력으로 얻어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당연한 보상이다'라고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보다 덜 성공적인 사람들을 업신여기게 된다. 반면 실패자는 '누구 탓을 할까? 다 내가 못난 탓인데'라고 여기게 된다. 소득 격차를 넘어 정신적 격차까지 벌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불운과 행운의 격차, 일의 존엄성이 떨어지는 부분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운은 스스로의 노력으로는 결코 바꿀 수 없는 운명의 장난이다. 특별한 능력을 갖춘 채 태어난 행운, 우연히 복권에 당첨된 행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불운, 불의의 사고로 장애가 생긴 불운. 각자의 불운과 행운을 '공정한' 기준으로 측정해 보완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이어 "노동자들의 분노는 단순히 '내가 저들보다 못 벌어서' 때문만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일의 존엄성 하락'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예전만큼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기분. 그 굴욕감이야말로 삶을 바닥으로 끌어 내리는 원천이다"라고 강조했다.
센댈 교수는 공통의 신념으로 여겨져 온 능력주의가 흔들리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타개할 방법이 무엇인지, 해결책에 대해서도 모색한다.
기본적으로는 '운'이 주는 능력 이상의 과실을 인정하고 겸손한 태도로 연대하며 일 자체의 존엄성을 더 가치 있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샌델 교수의 신간은 '공정'을 논하는 한국 사회에 '무엇인 공정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자신이 누구보다 공정하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자성을 일깨우는 책이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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