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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은유'의 거울

입력 2020.11.20. 11:22 수정 2020.11.20. 15:15
언어학자 나익주 '은유로…' 출간
프레임에 갇힌 한국사회 비판

은유는 인간의 사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지 기제로 현상에 대한 새로운 틀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은유의 속성을 파악하는 일은 사회의 본질과 대면하는 일이다.

언어학자 나익주씨는 인지언어학의 개척자 조지 레이코프의 여러 저작을 한국어로 옮기고,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은유를 분석하고 알리며 자신만의 학문적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다.

그가 최근 '은유로 보는 한국사회'(한뼘책방刊)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 사회의 대표적 은유들을 통해 세상을 새로운 방식을 해석한다.

190년의 마지막 날, 1차 걸프전을 앞두고 이메일로 배포한 글에서 조지 레이코프는 은유가 사람을 죽 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 보수 언론이 임박한 전쟁을 은유를 통해 도덕적으로 정당화하는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리려고 쓴 글이었다. 안타깝게도 그의 글은 전쟁을 막지 못 했고, 그 결과 미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정의의 전장'으로 나가 죽음을 맞이했다.

은유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명확한 사례였다. 인지언어학의 창시자 레이코프는 '프레임(frame) 이론'으로 미국 정치 담론을 분석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의 이론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어, 이제 '프레임'은 한국 사회에서 거의 일상어로 자리잡았다. 이는 프레임이 한국의 현실 분석에도 그만큼 유용하다는 말이고, 한국 사회에 은유가 그만큼 넘쳐난다는 말이다. 개념의 해석이 프레임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프레임 전쟁은 곧 은유 전쟁에 비유된다.

이 은유 전쟁에서 보수가 크게 성공한 사례가 바로 '세금은 폭탄' 은유다. 노무현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준비하던 204년 말에 처음 언론에 등장한 '세금 폭탄'이라는 어구는 과세 대상인 부동산 초부유층 2퍼센트뿐 아니라 그와 무관한 일반 서민의 마음까지 폭넓게 사로잡아 반대 여론 확산의 기폭제 노릇을 했고, 급기야 정권의 위기까지 불러오게 됐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이처럼 은유는 단지 수사적 효과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사고와 삶을 실제로 지배한다. 우리가 은유의 의미와 기능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 전쟁이 어떤 현상을 해석할 때 우리 머릿속에서 작동하는 은유 체계의 상이함에서 비롯한다는 관점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중요한 관심사인 '교육', '경제', '국제 관계', '성과 사랑', '사회적 재난', '개신교 세계관'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의 논쟁에 어떤 은유가 깔려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풍부한 사례를 통해 진행되는 그의 분석을 따라가면, 주요한 사회 영역에서 한국인의 사고와 삶을 지배하는 은유들을 알고 그 의미와 기능을 파악하는 눈을 키울 수 있다.

나익주씨는 "진보는 진보의 가치를 진보의 언어, 진보의 은유로 소통함으로써 그에 공감하고 가치 실현에 함께할 정치적 주체를 확보해야 한다"며 "이 책은 그 여정, 더 나은 사회, 더 살 만한 세상을 이루려는 실천 과정에서 좋은 동행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남대 영문과를 나와서강대 대학원과 전남대 대학원에서 영어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UC버클리대 언어학과에서 객원학자로서 은유와 인지언어학을 공부했다. 한국담화인지언어학회의 학술지 '담화와 인지' 편집위원과 한겨레말글연구소의 연구위원, 전남대 인문사회 학술연구교수로 활동중이다.

저서로 '삶으로서의 은유' 등 다수가 있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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