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명의 어원을 밝힌 책이 나와 눈길을 모은다.
조강봉 전 동강대 교수는 최근 '한국 지명의 어원 연구'(태학사刊)를 펴냈다. 그는 한평생 지명의 어원을 탐구한 학자로 우리나라 지명이 고유어 지명을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표기한 지명이 많고 난해한 지명이 넘쳐난다는 점에 착안, 저술했다.
우리 지명은 한자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바른 풀이가 될 수 없는데도 현재 식자층에서는 한자의 글자 그대로 불치하는 경향이 많다.
그는 특히 광주의 옛이름 무진주(武珍州)의 무진(武珍)을 보면 이는 무등산의 특징인 주상절리인 서석대, 입석대, 광석대, 천황봉 등 무수히 많은 돌무더기를 소재로 불린 지명으로 '돌이 많다'는 의미에서 '많다'를 뜻하는 옛말 '물, 무리'(衆, 積)와 '돌'(珍)을 합하여 '물돌'이라 불린 것이 ㄷ앞에서 ㄹ이 탈락하여 '무돌'로 변한 것을 '무'는 '武'로 '돌'은 '珍'으로 해독했다고 주장했다.
조강봉 교수는 "어려운지명의 해독에 실혈을 기울려 우리 옛 지명이 선인들의 살았던 지리적 특징을 소재로 불렸는데 눈에 띄게 우뚝 솟은 돌(石)이나 적을 방어하기 위해서 조성한 성(城)과 여러 지역을 감돌이 흐르며 또 합류하고 분기하는 물줄기의 특징에 집중해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던 우리나라 많은 지명을 해독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광 출생으로 광주교대, 서울대 사범대학 교육원 국어과를 나와 전남대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및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동강대 교수, 한국지명학회 부회장, 한국국어교육학회 이사, 한글학회, 국어 학회, 국어국문학회, 국어사학회, 구결학회 회원, 광주시 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현재 광주시 지명위원과 우리지명 뿌리알기 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명 관련 논문 35편을 발표했으며, 저서로 '의사소통과 리더십'(2009)이 있다.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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