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 나비와 아버지' 상금 500만원 수여
광주 서구문화원(원장 정인서) 문예창작반 문화교실 수강생이 최근 동서문학상 금상을 받았다.
지난 3년간 문예창작반 수업을 들으며 시를 습작해온 최경심(66)씨는 2020년 제15회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에 '얼룩말 나비와 아버지'라는 작품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대상에는 상금 1천만원, 금상은 500만원이다.
이번 동서문학상에는 장르별로 시 9천947편, 소설 1천740편, 수필 3천171편, 아동문학 3천773편이 접수된 가운데 대상은 소설부문 김혜영씨의 '자염(煮鹽)'이 받았고 수필 부문 조현숙씨의 '항아리의 힘', 아동문학(동화) 부문 주미선씨의 '또또'가 각각 금상을 받았다.
시 부문 심사를 맡은 손해일 시인과 신달자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최경심씨의 작품은 짜임새와 간결하고 거부감 없는 비유가 안정감을 주면서 은근한 감동을 유발시키는 힘이 예사롭지 않았다"고 평했다.
또 "혈육은 아픈 것이 아닌가, 그리고 등에 업힌 자식을 내려놓지 못하고 떠나는 자는 곧 아버지라는 슬픈 이름이라면서 인간의 삶에서 누구나 거쳐야 하는 이별을 슬픔을 지나치게 앞세우지 않고 절제를 가지고 끝을 맺은 결단력이 작품의 품위를 더 격상시켰다"고 밝혔다.
최씨는 "2017년부터 광주 서구문화원 문예창작반을 수강했고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문화교실 운영이 되지 않아 시를 쓰는 일이 다소 힘들었다"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생각으로 우리 주변의 야기들을 시로 풀어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씨의 작품은 '월간문학' 12월호에 발표돼 등단이 인정되며 한국문인협회 입회 자격이 부여된다.
서구문화원은 지역에서 늦깎이 시인들을 탄생시키는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시 전문지 여름호에서는 김성룡(67) 시인이 '극락 가는 길' 외 4편으로, 겨울호에서는 임인택(72) 시인이 '아무르강에서 온 편지' 외 4편으로 각각 신인상을 수상했고, 최근 문단에 등단한 시인들로는 허문정, 전종훈, 김재정, 장미자씨 등이 있다.
지난 2005년에 등단했던 이겨울씨는 등단 이후에도 꾸준히 문예창작반에서 활동하고 국제펜광주문학상에서 '바람에 눈을 벤 구름'으로 올해의 작품상을 받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서구문화원 문예창작반 강사는 김종 전 조선대 교수, 강만 전 광주문인협회 회장, 김정희 전 서구문화원 국장 등이 맡고 있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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