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시행 지역민 큰 호응
책 콘서트·문학기행·독서공모전 운영
전남대 주도로 18개 지역 대학들이 참여한 가운데 8년째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올해의 한책'사업이 독서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대상 도서 선정과 함께 한책 톡 콘서트와 독서후기 공모전, 문학기행, 토론회, 독서클럽 운영 등을 통한 독자들의 폭넓은 참여로 '독서문화' 활성화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남대를 비롯한 광주·전남 18개 대학은 올해 시도민이 읽을 만한 책으로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편'을 선정했다.
당초 이 사업은 전남대 주도로 이뤄졌으나 지난해부터 지역 전반에 독서문화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와 외연 확장 등을 위해 18개 지역대학(국립대3, 사립대 15)에 참여를 요청하면서 규모가 확대됐다.
전남대는 지난 8일 개교 기념식에서 '2020 올해의 한 책'으로 채사장 작가의 '지적 대화를 위한 …'을 선정해 선포식을 갖고 사업 일정에 들어갔다.
이 책은 지적 대화를 나누기에 앞서 먼저 접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지식을 담고 있다. 지난 2014년 겨울 출간해 밀리언셀러에 오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에 이은 책이다.
채사장 작가는 현실 인문학을 다룬 '시민의 교양'과 성장의 인문학을 다룬 '열한 계단', 관계의 인문학을 다룬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등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00만 명이 넘는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남대는 지난 2013년부터 지역의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그해 읽기 좋은 '한 책'을 선정하는 '광주·전남이 읽고 톡(talk)하다' 행사를 열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후보 도서로 '말의 품격'(이기주), '일의 미래,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선대인), '전라도 천년, 오매! 징허고 오지게 살았네'(김화성), '타자의 추방'(한병철), '풍경소리'(구효서 외) 등을 선정하기도 했다.
전남대는 이를 위해 교수·언론인·중견관리자 사서 등 1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한 책 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도서 선정은 광주·전남 지역민이면 누구나 '광주·전남 톡' 누리집에 접속하거나 전남대 도서관 등 광주·전남지역 21개 기관을 방문해 직접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남대는 '올해 한 책' 선정과 함께 작가 초청 한 책 톡 콘서트(9월), 독서 후기 공모전(10월), 한 책 문학기행(10월), 한 책 토론회(11월) 등을 해마다 열어 독자들의 폭넓은 참여와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전남대 도서관은 '한 책' 사업의 하나로 독서클럽도 모집 중이다.
전남대 도서관은 '2020 한 책'과 관련, 앞으로 작가 초청 톡 콘서트(9월), 독서클럽 운영(7월-12월), 테마도서 전시회(9월), 한 책 도서교환전(9월), 한 책 문학기행(10월), 독서후기 공모전(11월), 한 책 독서퀴즈(12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남대 관계자는 "인터넷 보급과 휴대폰 사용 증가 등으로 책을 멀리 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생활 속에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책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관련 행사를 열고 있다"며 "올해에도 많은 지역민들이 참여해 책도 읽고 인문학적 소양도 키워 일상에 활력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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