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트 '비아 첨단마을 옛 이야기' 출간
외부 저자들 대상 출판 공모사업 선정
지명유래 비아오일장 이주민 역사 다뤄
"과거 삼소동에 속한 오룡마을과 치촌마을은 평지지형을 이루고 있어 과수원과 축사가 산재해 있었다. 또한 공동묘지가 있어서 묘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그래서 토공은 묘를 옮기는 데 골머리를 앓았다. 이장절차는 우선 묘지 주인을 찾아서 통지문을 보내 옮겨가도록 한 후 작업이 완료되면 보상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주인이 없는 무연고 묘나 허위 신고가 종종 있어 애를 먹기도 했다.치촌마을 묘지를 이장하는 중에 특이한 일이 있었다. 이 마을 80세 할아버지 한 분이 이미 이장한 묘 자리에 또 한 개의 묘가 있다는 것이다. 토공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됐지만 워낙 강하게 주장해 반신반의하는 생각으로 포클레인을 동원해 개장 작업을 벌였다."('비아 첨단마을 옛 이야기' 중 일부)
광주 광산구 비아 일대는 지난 1993년 첨단단지가 개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선사시대 이래 유구한 농경문화를 간직해 왔다. 지리적으로는 영산강 유역에 인접한데다 광주의 길목에 위치해 타 지역과 교류가 빈번한 까닭에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형성해 온 곳이다.
이렇듯 광주 비아 일대 옛 마을에 살았던 원주민들의 향수를 일깨우고, 현재 거주하는 주민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와 애착심을 북돋우기 위한 책이 나왔다.
광주과학기술원(총장 김기선·이하 지스트) 출판부인 지스트 프레스(GIST PRESS)는 광주 첨단과학단지에 편입된 광산구 비아 일대 옛 마을의 과거 생활상을 기술한 '비아 첨단마을 옛 이야기'를 출간했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됐다. 제1부 비아땅 이야기에서는 비아의 지명 유래와 까마귀 서식지, 근대 시대 제도 변화를 , 제2부 근대화의 시발점에서는 비아오일장을 비롯 비아초등학교·무양중학교의 설립과정, 비아극장 실체를 옛 문헌자료를 바탕으로 조명했다. 이어 제3부 첨단단지 조성과정에서는 편입된 마을들의 모습과 이주민들의 대응 움직임을 살폈으며 제4부에서는 무, 배, 막걸리, 옹기 등 비아의 특산물과 역사 유산을 기술했다. 마지막 제5부에서는 원주민들의 고향 회상과 현재의 마을 공동체 문화를 수록했다.
비아 일대는 특히 근대화 과정에서 국도 1호선이 통과하고 이를 계기로 일본인들이 이주해 과수원 지대를 조성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이러한 입지적 특성으로 1990년대 정부의 첨단과학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이곳에 첨단단지가 들어섬으로써 광주의 생산도시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개발로 인해 마을의 풍광은 사라지고 원래 지역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전혀 낯선 신도시로 변했다. 동시에 이곳에 깃들었던 마을의 역사와 생활 풍습이 불가피하게 해체되는 운명을 맞기도 했다.
책 저술은 비아가 고향인 박준수 광주매일신문 주필이 맡았다.
그는 지스트 10년사와 25년사 집필에 참여한 인연과 지스트 프레스가 외부 저자들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출판 공모에 참여해 이번 책을 저술했다.
지스트는 캠퍼스가 비아 첨단지역에 자리해 있다는 특성과 박 주필의 제안이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비아 첨단마을 옛 이야기를 책으로 발간했다.
박준수 주필은 "비아 지역은 광주의 한 관문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곳"이라며 "산업화 물결 속에 옛 모습이 많이 사라졌지만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알리기 위해 책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지스트 김기선 총장은"이 책이 첨단의 옛 주민들에게는 정겨운 고향의 흙냄새를 일깨워 주고,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공간에 대한 애착심을 갖게 함으로써 문화적 연대감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아라며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교감하는 데 가교(架橋)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아 첨단마을 옛 이야기'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 가능하며, 지역 내 공공 도서관 등에 배포될 예정이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적막과 상처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 · 음모론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의 모습
- · 소설처럼 쉽게 이해하는 우리 역사
- · '문정희 시인의 문학과 인생' 대담 특집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