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수입니다
도올 김용옥 지음/ 328쪽/ 1만6천원
우리 민족이 기독교를 받아들인 것은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 나온 도올 김용옥의 '나는 예수입니다- 도올의 예수전'은 예수가 자신을 고백하는 자서전의 형식으로 쓰여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는 2천년 전 갈릴리 풍진 속의 예수를 직접 전지적 1인칭 자신의 시점으로 불러내 담담히 그가 동행한 천국운동의 실상을 그려냈다.
이것은 새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고 '마가복음'의 예수가 '나는 이렇다'라고 자신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도올은 예수의 갈릴리 사역과 예루살렘에서의 십자가 수난의 모든 과정을 마가복음의 일정에 따라 다뤘다.
특별한 형식의 이 책은 모든 상황을 오로지 예수의 관점과 예수 자신의 언어로 발언한다.
그래서 예수 내면의 진솔한 느낌까지 담아내 독자들에게 속마음까지 곡진하게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예수에 대해 단편적 인상들만 난무해 온 점을 감안할 대 누구든지 예수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쉽게 가능할 수 있도록 서술됐다.
도올이 진행해 온 신학연구의 특징은 성서라는 문헌 자체에 대한 엄정한 텍스트 붆석을 기본으로 한다.
그는 양식비평과 편집비평이라는 서양성서신학의 모든 성과를 바탕으로 동양사유의 깊이를 곁들였다.
도올에 의한 예수 이해는 인문적 상식의 기초 위에 무한한 종교적 영성으로 이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책은 도올이 걸어온 50년 신학탐색여정에서 가장 빛나는 금자탑 중 하나로 평가된다.
저자는 책을 통해 마가복음에 대한 치밀한 분석으로 예수라는 인물의 실제적 정황을 찾아내고자 했다.
AD 70년 예루살렘 멸망 이후의 폐허에서 예수를 인류의 보편적 메시아로 어필시키려는 마가의 차원 높은 의도와 사상적 고뇌를 포착, 2천년 전의 예수를 피가 돌고 맥박이 뛰는 생동하는 오늘날의 인물로 살려냈다.
책의 첫 문장은 "나는 예수입니다"로 시작된다.
예수는 청므부터 스스로 자신의 신상을 소개한다.
또 예수의 사역과정에는 유대인의 배타적 전통을 근원적으로 거부하기에 여러 차원의 갈등구조가 예수를 둘러싸고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예수는 자신의 새로운 종교운동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제자들에 대한 분노를 적나라하게 표추라기도 한다.
이어 예류살렘 성전으로 상징되는 당시 종교의 질곡을 근원적으로 전복하는 구약적 세계관과의 단절을 시도한다.
십자가 사건이라는 자신에게 닥친 참혹한 수난과 처절한 죽음을 예수는 회피하지 않고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의연하게 맞이한다.
그 비극을 통해 예수이야기는 빈 무덤으로 마무리되지만 결국 갈릴리 민중 속에 다시 일어서는 예수로 완성된다.
예수는 자기 앞에 드리워진 절망 속에서 그 절망의 심연이야말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희망임을 일깨운다.
도올 김용옥은 65년 천안에서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바이블 클래스를 열며 본격 성서공부를 시작, 67년 수유리 한국신학대에 수석으로 입학해 신학을 공부했으며 철학이 더 근원적 학문이라는 생각으로 고려대 철학과에서 수학했다.
2011년 2월 한신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고 그동안 '기독교 성서의 이해' 등 신학탐구의 성과물을 냈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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