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2월 8일. 재일 조선인 유학생 600여 명은 일본 도쿄YMCA건물에서 '조선이 독립국이며 조선인은 자주민'임을 온 세계에 선언했다.
3·1만세 운동의 도화선이 된 이날 선언에는 김마리아와 황애시덕 등 여학생들도 참여했다. 1942년, 중화민국의 총통이었던 장제스(장개석)는 여자광복군 1호 신정숙 지사를 보고 "한 명의 한국 여인이 1천 명의 중국 장병보다 더 우수하다"고 극찬했다.
이 책은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김마리아, 윤희순, 남자현 등 300명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3·1운동 100돌을 앞두고 여성독립운동가의 출신지와 가족관계, 활약상 등을 간략하면서도 함축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국가보훈처 등에서 독립운동가를 소개할 때 쓰는 "피체되다, 독립만세를 고창하다, 독립사상을 고취하다"와 같은 어려운 말투에서 벗어나 "잡히다, 만세 부르다, 드높이다"와 같은 쉬운 우리말로 풀어써 누구나 읽기 쉽게 쓴 것이 특징이다.
또 미국에서 활약한 김덕세 지사처럼 부부독립운동가의 경우에는 남편 김형순의 서훈 사실을 밝혀 놓았으며, 자매독립운동가인 윤천년 지사의 경우도 윤선녀 지사가 동생임을 소개하는 등 기존의 독립운동가 기록을 보완해 한 가족의 독립운동사를 한꺼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이 책을 위해 여성독립운동가들이 활약한 곳이면 어디고 달려갔다.
부춘화 지사가 활약한 제주도부터 시작해 부산, 안동, 여수, 광주, 전주, 천안, 춘천, 수원 등을 수시로 드나들었으며 남자현 지사가 활약한 만주 하얼빈을 시작으로 상해 임시정부와 기강, 장사, 유주, 남경, 중경에 이르는 수천 킬로미터의 답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중노동으로 번 돈을 임시정부 독립자금으로 보탠 박신애 지사 등의 발자취를 찾아갔다.
일제침략기 불굴의 여성들이 어디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하다 숨졌는지를 한 권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금자탑과도 같은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록하기 위해 전국을 찾았지만 열악한 자료 때문에 중도에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안타깝다"며 "광복73주년, 3·1만세운동 99주년을 맞는 해를 맞아 기록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옥경기자 uglykid7@hanmail.net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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