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부터 1500년까지 100년의 시간은 중세와 르네상스가 혼재된 시기다.
지난 1453년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플 함락부터 1455년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 1492년 그라나다 왕국의 함락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등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 중세가 끝나고 근대가 시작됐는지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이것이 어느 한 분야만의 업적이나 성과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15세기에 상업과 무역업의 외연이 확대되면서 공간에 대한 인식이 진일보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조감으로 본 풍경을 그림으로써 그림의 경계선 너머를 상상하도록 자극했다. 또한 항해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까지는 상상에서만 가능했던 원거리 여행이 가능해졌다. 여러 번의 전쟁과 종교 불화를 겪으면서도 중세인들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키웠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이 과정에서 근대 국가의 틀이 만들어졌다. 이들 모두가 르네상스의 문을 연 주인공이다.
이 책은 움베르토 에코의 중세 컬렉션의 마지막 책이다. 고대의 이상을 계승하고 근대의 새로움을 고취시킨 마지막 100년을 다뤄 흥미를 제공한다.
책에서는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476년부터 근대가 시작될 무렵인 1500년까지 유럽을 무대로 펼쳐진 정치·사회 변화상과 철학·과학·문학·시각예술·음악 분야에서 벌어진 사건을 백과사전 형태로 정리한다.
15세기는 여러 가지 불안의 징후와 함께 열렸다. 무엇보다 '교회 대분열'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두 명의 교황과 두 개의 교황청이 존재하던 시기였다. 유럽 사회의 팽창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하나의 교회, 교회의 보편성이 위기를 맞자 여기저기서 반목이 생겨났다.
1449년에 니콜라오 5세가 유일한 교황이 되면서 공식적으로 분열은 끝났지만, 과거의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교황과 교황청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이상을 준비하고 대책을 제시해야 했으나 자의가 아닌 현실과의 어쩔 수 없는 타협이었다.
종교 불화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기에 종교 재판소와 이단 탄압은 더욱 거세졌으며 마녀사냥이 빈번했다. 이 시대의 표상으로 지롤라모 사보나롤라와 그가 후대에 미친 영향을 기억해야만 한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백년전쟁은 1453년에서야 종결되는데, 줄곧 우위를 점했던 영국이 아니라 프랑스의 승리였다. 이 과정에서 샤를 7세가 프랑스 왕국을 재편성하면서 유럽에서 가장 먼저 민족정신이라 할 수 있는 정신을 제기했고, 열일곱의 문맹 소녀 잔 다르크가 증명해 냈다.
백년전쟁은 봉건제의 실패라고도 할 수 있으나 이를 통해 근대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영국의 장미전쟁, 에스파냐의 그라나다 정복, 샤를 8세의 이탈리아 원정 등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계속됐다.
동로마 제국의 몰락을 논하지 않고서는 중세의 문을 닫을 수 없다. 476년에 서로마 제국이 사라지면서 시작된 중세는 1천 년 후 동로마 제국의 몰락으로 그 종결이 뚜렷해졌다.
밀라노, 베네치아, 토스카나 등은 코무네에서 시작해 참주정, 대공국, 그리고 지역 국가로 성장해 나갔다. 하지만 유럽 전체로 봤을 때는 힘이 약했으므로 유럽 강국들의 전쟁에 여러 번 휘말려야 했다.
그럼에도 메디치 가문의 피렌체, 곤차가 가문의 만토바, 몬테펠트로 가문의 우르비노 등은 경제와 상업, 무엇보다 문화의 성숙을 자랑했다. 이들의 후원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마르실리오 피치노,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와 같은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들이 탄생했다. 김옥경기자 uglykid7@hanmail.net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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