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만약 존재한다면 어떤 의도로 이 세계를 창조했을까? 역사적으로 이에 대한 해답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분분했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단 하나의 진리는 '우리를 둘러싼 이 세계는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200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프랭크 윌첵(67) 미국 MIT 교수도 이에 동감했다. 세계를 하나의 예술작품에 비유했다. "이 세계는 물리학의 법칙을 따르며, 그 법칙은 아름다움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이 세계는 본질적으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놀라운 예술작품이다."
그가 쓴 '뷰티풀 퀘스천'은 과학의 역사를 통해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답을 논한 책이다.
윌첵에 따르면 자연에 내재돼 있는 '대칭'과 '경제성'이 세계가 아름답다고 느끼게 하는 요소다.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 르누아르의 특징인 희미한 색채와 렘브란트의 신비로운 그림자, 그리고 라파엘의 우아한 화풍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모차르트와 비틀스, 루이 암스트롱의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음악을 듣고 누구의 곡인지 헷갈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물리적 실체에 투영된 아름다움에도 특별한 스타일이 존재한다. 자연은 예술가처럼 고유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 자연의 예술을 음미하려면 자연만이 갖고 있는 스타일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의 예술적 스타일은 크게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대칭: 자연은 조화와 균형, 그리고 절묘한 비율을 통해 사랑을 구현한다. 경제성: 자연은 최소한의 방법으로 다양한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자연의 작동원리를 인간의 감각만으로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감각은 빛이나 색, 원자와 같은 구성 입자 등 자연이 본래 갖고 있는 요소 중에서 지극히 한정된 것만을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윌첵은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눈앞에 그려내기 위해 역사에 등장한 과학자와 예술가, 철학자들을 소환한다.
"일반적으로 대칭이란 '변화 없는 변화'를 의미한다. 수학적 대칭과 물리법칙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최초로 알아낸 사람은 독일 출신의 여성 수학자 에미 뇌터(1882~1935)였다. 뇌터의 정리는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물리법칙이 어떤 변환에 대하여 대칭적이면 그에 해당하는 보존량이 존재한다.' 그녀는 에너지보존법칙이 '시간에 대한 물리법칙의 불변성으로부터 유도된 결과'임을 증명함으로써 법칙의 근원과 아름다움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뇌터가 휘두른 수학 마술지팡이에 못생긴 개구리가 꽃미남 왕자로 돌변한 것이다. 이것은 물리학이 이룩한 가장 심오하고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이다."
"자연을 바라보는 플라톤의 관점은 몇 가지 면에서 현대의 과학적 사고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플라톤의 '만물은 몇 가지 기본단위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장은 지금도 과학의 기초를 떠받치고 있다.
또한 '대칭으로부터 자연의 구조를 추적한다'는 플라톤의 아이디어는 지난 2000여 년 동안 과학(특히 물리학)을 견인해왔다. 현대물리학자들은 순수한 수학적 논리(특히 대칭 논리)를 통해 몇 개의 특별한 구조에 도달했고, 바로 여기서 자연의 기본 요소를 찾고 있다. 플라톤이 떠올린 자연의 가장 깊은 곳에 대칭이 존재한다는 아이디어는 물리적 실체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의 구조에 대칭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과감한 발상이다." 김옥경기자 uglykid7@hanmail.net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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