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여자의 역사
클로딘느 사게르 지음/도서출판 호밀밭/1만5천800원
여성에게 아름다움은 의무이고, 추함은 죄악인가? 추한 여성은 용납할 수 없는 존재인가?
최근 '미투' 운동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에서도 여성 인권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운데 여성 혐오의 발자취를 쫓는 책이 출간돼 관심이다.
이 책은 여성의 외모를 둘러싼 혐오와 권력관계의 긴 역사를 추적한다. 여성의 존재 자체를 추하다고 본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 르네상스 시대, 그런 여성성에 문제를 제기했던 근대, 마지막으로 여성이 추한 외모의 책임자이자 죄인이 돼 버린 현대까지 크게 3시기로 나눠 살피고 있다.
사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비인간적으로 대해 온 문제는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이는 수천 년의 시간을 걸쳐 우리의 일상 속에서 켜켜이 쌓아온 결과로 오래된 여성 혐오의 역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일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저자는 긴 논의의 결론으로 "남성들은 자신의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만들어야 했다"고 말한다.
가톨릭 사제들, 철학자들, 작가들, 의사 등 사회 주류의 남성들이 특히 여성 혐오에 기여했다. 그들은 오랜 세월 여성의 본성을 본질적으로 추하다고 주장해 왔고, 여성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출산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같은 생물학적 사명에 충실하지 않을 때 여성을 추한 존재로 치부했다.
근대에 이르러 철학은 해방을 부르짖었지만 여성에 대해서만큼은 아니었다.
'빛의 세기'의 어떤 위대한 철학자도 평등에 여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평등 실현을 공언한 프랑스 혁명도 마찬가지였다. 20세기의 시작과 더불어 화장품 산업이 발전하고 점점 더 많은 젊은 여서잉 성형수술을 하고 있다.
그리스 시대에 아름다움이라는 어휘는 육체적, 정신적, 도덕적 차원을 아우르는 말이었다. 그러나 많은 철학자들의 글을 보면 여성의 아름다움은 겉모습에 그친다. 그들은 여성이 생리와 출산 등으로 불편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삶에 온전히 열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성이 가진 고유한 생리적 조건을 도덕적 한계로 열결하기에 이른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이같은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그것을 계승하고 있다. 스스로 아름답다고 여긴다면 여성은 끊임없이 아름다워지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다. 추해지고 싶지 않다는 긴장감 때문에 여성은 오늘도 아름다움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추함의 역사는 남성과 여성 모두의 이야기를 담아야 할 텐데도 이상하게 추함에 관한 철학, 의학, 사회, 문학 텍스트는 온통 여성에 대한 얘기 뿐이다.
결론적으로 남성의 ?함과 여성의 추함 사이에는 심각한 불균형이 있다. 여성이라는 성 자체에 그 같은 낙인을 찍은 것도 모자라 '못생긴 여자'를 만들어내고 정신적, 신체적 폭력을 가한다.
남성에게 욕망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여성은 정상적이지 않은 존재로 취급당한다. 무례하고 비열한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마치 추한 외모가 모든 행동의 면죄부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다행히 20세기 서구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가 아니다. 남성과 동등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몇 개의 권리를 여성들이 쟁취해 낸 덕분이다. 그러나 외모의 영역에서만큼은 아직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여성 스스로가 자신을 추하다고 비하하며 얼굴에 이어 가슴, 엉덩이를 바꾸고, 지방을 제거하며, 노화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각종 미용 수술을 받는다.
역자인 김미진 박사는 후기에서 "아름다움은 결코 억압과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다. 평화가 전쟁의 이유가 될 수 없는 것과 같다"며 "이 책이 아름다움과 추함의 치열한 전쟁터가 된 여성의 몸, 이미 내면화돼 '나'의 일부가 돼버린 아름다움과 추함의 도그마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옥경기자 uglykid7@hanmail.net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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