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씻고 말려 버려? 이래야 자원 된다네요

입력 2021.10.20. 10:44 선정태 기자
[코로나시대 생활쓰레기 팬데믹⑩]광주 동구 '제로 웨이스트' 앞장
100일 도전 성공 가능성 엿봐
주민들 '쓰레기 줄이기' 동참
소비 최고 수준 '재사용' 목표
과일 껍질 건조·용기 세척 필수
"올바르게 버리는 법도 중요해"
쓰레기 줄이기 100일 도전! 생활실험에 참가한 우미라씨가 과일 껍질을 말려 수분을 제거하고 있다.

[코로나시대 생활쓰레기 팬데믹 ⑩] 광주 동구 '제로 웨이스트' 앞장

"번거롭고 힘들지만, 환경과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지키고 확대해 나가야 하는 운동인 것 같습니다."

쓰레기는 넘쳐나고, 매립장과 소각장은 포화상태여서 버릴 곳이 없다. 저마다 다른 매립장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예정 부지 주민들의 반발로 계획은 더디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광주 어느 곳이든, 전남 어느 곳이든 내가 버린 쓰레기가 처리되지 못하고 집 앞에 차곡차곡 쌓일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정말 남의 탓을 할 시간이 없다. 하루라도 빨리,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 동구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을 시작했다. 제로 웨이스트는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며 폐기물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사회 활동이다. 쓰레기가 매립지나 소각장, 바다에 보내지 않는 것이 목표이며, 소비의 최고 수준이 될 때까지 자재가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은 100일 동안 100가구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단계이지만,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참여 가구를 점차 확대해 동구 전체는 물론 광주 전역 더 나아가 모든 국민이 강도 높은 제로 웨이스트가 생활화되도록 한다는 각오다.

쓰레기 줄이기 100일 도전! 생활실험 참가자들은 재활용 선별장을 방문, 업체 관계자로부터 어떻게 재활용해야 하는지 설명을 듣고 있다.

◆ 주민들 적극적 실천 절실

광주 동구가 '제로 웨이스트'에 나선 것은 주민 스스로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고 자원 순환 운동이 왜 필요한지 깨닫기 위한 사업이다.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열섬 현상이나 집중호우, 열대야 등 기후 재난이 급증하는 상황에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1회 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애초 광주 광역매립장은 만장 시기가 2026년이었지만 2022년으로 줄어든 상황이라, 매립장 추가 조성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의치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2030년부터 쓰레기 매립 방식이 종량제 쓰레기 중 재활용 가능한 것을 빼낸 뒤 남은 것만 태워서 매립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시민들이 쓰레기를 올바르게 배출하는 방식에 익숙해져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제로 웨이스트'에 참여한 주민들은 '쉽지 않다', '재활용인지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올바른 배출 방법을 제대로 모르는데, 임의대로 판단해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었다.

이에 동구는 지난 8월16일부터 '쓰레기 줄이기 100일 도전! 생활실험'이라는 주제로 주민 100명을 선정,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작 후 보름동안은 평소처럼 버리다가 9월 한 달 간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했다. 9월 한 달간의 참여자를 분석한 결과, 추석이 포함되긴 했지만, 쓰레기 줄이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할 정도로 줄었다.

분리 배출을 위해 스티커를 제거하고 씻어 말리는 모습
쓰레기 줄이기 100일 도전! 생활실험 참가자들은 재활용 쓰레기를 올바르게 분리배출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올바른 쓰레기 배출 배운 계기"

두암타운 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모(75)씨는 딸의 권유로 '제로 웨이스트'에 참여했다. 김씨가 집중하는 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와 우유팩 제대로 벌이기다.

김씨는 "국 건더기나 김치는 국물만 버릴 게 아니라 손으로 꾹 짜서 부피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과일 껍질도 건조해서 버리는 수고로움이 더해지지만 처리 비용도 절약되고 환경도 덜 오염되게 하는 방법이다"고 밝혔다. 그는 "작지만 큰 실천이 이런 부분이고, 모든 가정에서 이 같은 방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가 제로 웨이스트에 참여하면서 우유갑을 올바르게 버리는 법도 터득했다. 이전에는 그저 물에 헹궈 버리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된 것이다. 우유갑을 평면으로 자른 후 물에 씻어 건조한 뒤 모아서 버리게 됐다.

그는 "이전에는 우유갑을 잘라서 버리는 사람들을 보고 그저 열심히 하는구나 생각했을 뿐 동참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더 많이 수고스럽지만, 환경 보호에 나도 동참한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고 밝혔다.

쓰레기 줄이기 100일 도전! 생활실험에 참가한 우미라씨가 우유갑을 헹군 후 햇볕에 건조하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우미라씨 역시 '제로 웨이스트'에 참여하면서 올바른 쓰레기 배출의 가장 큰 문제는 '귀찮음'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음식을 배달해 해결하는 날이 늘어나고, 물도 끓여먹는 대신 생수로 대체했다. 쇼핑 역시 온라인을 통한 택배 주문도 늘면서 재활용 쓰레기가 엄청나게 늘었다.

제로 웨이스트에 참여하면서 음식 포장지는 깨끗이 씻어야 하고, 우유·두유갑이나 유산균 통도 말려서 배출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역시 물기를 제거하고 있다. 과일 껍질 역시 건조해서 버리고 있다.

우씨는 "올바르게 배출하고는 있지만 이 과정이 너무 힘들고 귀찮다"며 "특히 택배 라벨지를 뜯어 따로 버리는 것이 습관이 안됐다"고 반성했다.

그는 "분리수거장에 가면 내 택배 상자만 라벨지가 붙어 있고 다른 사람들은 다 뜯어서 버린다고 반성했는데, 알고 보니 경비원이 모인 상자를 하나하나 뜯어냈던 것"이라며 "각 가정에서 잠깐만 신경 쓰면 될 일을 하지 않아 한 사람이 많은 시간 고생한다고 생각돼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고 덧붙였다.

쓰레기 줄이기 100일 도전! 생활실험 참가자들은 재활용 선별장을 방문, 업체 관계자로부터 어떻게 재활용해야 하는지 설명을 듣고 있다.

◆"소비자들이 기업에 요구하자"

이처럼 참여 주민들은 올바른 쓰레기 배출 참여를 통해 저마다 느낀 점은 다르지만 한목소리도 있었다. 바로 제품의 '과대 포장'이었다. 제로 웨이스트 시범 기간 동안 추석이 포함돼 있던 점이, 쓰레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참여 주민들에게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어떤 점인지 크게 깨달은 부분이기도 하다.

60대 주부 김정숙씨는 "추석 선물로 받은 과일의 포장이 큰 종이 상자에 완충 포장지까지 포함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또 김박스 포장이나 스티로폼과 아이스팩 등도 지나치다고 느꼈다"며 "기업은 안정 배송 등의 이유로 여러 겹 포장하고, 부피도 키우고 있다. 쓰레기를 만드는 원인이 기업에 있는데,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은 결국 소비자의 요구에 따를 것이다. 기업이 쓰레기 배출을 줄이도록 하는 일은 각 가정에서, 시민들이 과대포장을 하지 말자고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쓰레기 줄이기 100일 도전! 생활실험 참가자가 재활용 쓰레기 분리 배출을 위해 모아둔 재활용 쓰레기.

◆ 제로 웨이스트, 21세기형 '아나바다'

제로 웨이스트는 새롭게 등장한, 어렵거나 힘든 환경운동이 아니다. 쉽게 말해 21세기형 '아나바다'운동이다. 쓰레기 줄이기 20가지 실천과제를 보면 더 명확해진다. 동구의 제로 웨이스트 초점은 올바르게 분리배출하자는데 맞춰졌지만, '순환 이용'과 '공유 교환' 등 쓰레기화되지 않아도 되는 물건을 잘 선별하고 고르는 안목도 함께 키우고 있다. 더불어 '남이 쓰던 중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 결국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동구가 진행하고 있는 상황별·성상별 '쓰레기 줄이기 100가지 실천 방안' 중에는 실천이 쉽지 않은 것도 포함돼 있어 참여자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쓰레기 줄이기 100일 도전! 생활실험 참가자가 음식물 쓰레기 부피를 줄이기 위해 건조하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지난해 '쓰레기 없는 동구 원년'을 선포한 후 쓰레기 줄이기 실천을 위해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다양한 방법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바른 배출 습관화와 꾸준한 실천을 통해 주민들이 제대로 실천해 동구 13개 동으로 확대한 후 광주 전역은 물론 전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쓰레기 문제 더 늦기전 나부터, 100인 실험 성공하면 많이 동참할 것"

임택 동구청장

지난해 쓰레기 없는 동구 원년

생활실험 등 가시적 성과 거둬

'비헹분섞' 자원순환 가능케 해

임택 동구청장은 지난 1일 '쓰레기줄이기 100일 도전 생활실험' 프로젝트와 관련해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쓰레기 문제 해결, 동구민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습니다. 실천 가능한 작은 것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주기 바랍니다."

광주 동구는 지난해 '쓰레기 없는 동구 원년'을 선포한 후 쓰레기 감량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매년 5%의 생활쓰레기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 결과 생활쓰레기 6.8% 감소, 재활용은 84.7% 증가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 덕분에 매니페스토 우수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환경부가 226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음식물류 폐기물 성과를 평가한 결과에서도 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광주시의 '자원순환형 도시환경구현 정책' 최우수 자치구로 뽑히고 환경부의 스마트그린도시 공모에도 선정돼, 쓰레기 문제 해결 선두 지자체로 거듭나고 있다.

임택 동구청장은 "쓰레기 문제를 마을 주민들과 함께 풀어가는 자원순환 마을을 운영하고 있고, 단독 주택이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분리 수거율을 높이는 '재활용 동네마당'도 설치했다"며 "또 전국 최초로 전통 시장에 음식물 종량기도 설치하고, 불법 투기가 심한 곳은 주민들이 나서서 정원으로 조성하는 등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있어 주민들의 참여율도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줄이기 100일 도전! 생활 실험'도 주민 스스로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고 자원 순환 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다.

임 구청장은 "이 실험은 '비헹분섞'이 포인트다. 주민들이 쓰레기를 배출할 때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않기에 익숙해지길 바란다"며 "아직 50여 일이 남았지만, 실험은 성공적이다. 참여자들이 적절하게 분리배출하고 있어 자원순환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귀찮다'는 이유로 분리 배출을 신경 쓰지 않고, '편하다'며 무분별하게 일회용품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이번 사업을 통해 반성하고 습관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며 "또 심각성을 깨닫고 보람은 느끼면서 주변에 전파해 '약간의 불편이 미래를 위한 탄탄한 받침돌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구는 이번 실험을 내년에는 동구 13개 동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임 구청장은 "기후 위기에 더해 코로나19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100명의 행동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100명이 1천명이 되고, 광주 전체로, 우리나라 전역으로 확산되면 결국 전 세계인이 다 동참하게 될 것이다"며 "더 늦기 전에 '나부터 나서기'에 동구가 먼저 시작했다. 이 실험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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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도시
"일방향적이고 정적" 소중한 유산 5·18사적지 외면받는다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내에 1980년 5월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이 이뤄진 모습을 재현하는 실감형 콘텐츠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평일 오전에 찾은 이곳은 방문객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스페셜 기획│노광탈 프로젝트⑦ '의향' 사적지는 엄숙해야?]5·18민주화운동으로 대표되는 '의향의 도시' 광주는 전역이 5·18 사적지다. 어디를 가나 쉽게 사적지를 볼 수 있어 시민들 일상 곁에 사적지가 있는 셈이다. 5·18 사적지만 29곳이고 5·18민주화운동기록관, 5·18기념문화센터, 5·18자유공원 등 관련 시설·공간도 많다.그러나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곳이 5·18 사적지다. 상당수 사적지들이 시민들은 물론, 광주를 찾는 관광객에 외면받으면서 잊혀져 있기 때문이다. 다른 도시는 가지지 못한 자랑스러운 자산인 5·18사적지들이 시민들로부터도 외면받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단순히 보여주기식의 평면적 구성과 중복된 콘텐츠를 꼽는다. 이는 5·18사적지간 연결성이 부족한 점이 원인으로 꼽히는데 한 사적지를 찾은 방문객이 다른 사적지를 방문하고 싶은 기대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5·18 사적지 자체가 역사의 현장이고 5·18 교육의 장소인만큼 시민들과 접점을 높이고 내·외부 방문객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 내 5·18 사적지들을 다크투어리즘 측면에서 통합적으로 연계하면서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도심 한가운데에도 인적 드문 사적지5·18사적지 17호인 상무대 옛터가 있는 5·18 자유공원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사령부 본부 기능을 하며 수많은 시민들을 향해 고문과 구타가 이뤄진 곳이다. 군사법정과 헌병대 영창 건물을 비롯해 식당, 목욕탕 등 당시 시설들이 고스란히 보존·복원돼 있고 역사 전시실도 있어 5·18 역사교육현장 필수코스다.5·18사적지 17호인 상무대 옛터가 있는 5·18자유공원에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전시실이 있다. 방문객이 없어 썰렁한 내부 모습.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그러나 최근 찾은 5·18자유공원은 인적을 찾기 힘들었다. 광주 도심인 상무지구 내 3만3천여㎡에 이르는 공원인 탓에 휴식을 취하거나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라도 있을법했지만 간혹 한두명씩 있을 뿐이었다. 왕복8차선을 두고서 맞은편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비지니스와 관람 등을 위해 찾는 김대중컨벤션센터가 있지만 5·18자유공원으로 발길이 이어지진 않았다.한참 지켜보는 동안 간혹 한두명이 외곽 산책로를 따라 걷기도 했지만 건물을 구경하거나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시민들은 없었다. '포토존'임을 알리는 조형물과 당시 헌병대가 시민들을 체벌할 모습을 재현한 조형물 등 볼거리가 있었지만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기엔 역부족이었다.산책로를 걷던 고등학생 장모(17)씨는 "학교에서 사적지 방문을 숙제로 내줘서 전시장도 들어가 관람한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교과서로 공부하는 느낌이라 금방 나왔다"면서 "공원 자체는 조용해서 가끔 오는데 사람도 없고 좀 분위기가 무겁다 보니 사람들이 잘 오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5·18자유공원 내부 전시실이 있는 자유관에 들어서자 눈에 들어온 것은 휑한 시멘트 바닥과 벽면을 따라 줄줄이 5·18민주화운동 관련 텍스트 전시물들이었다. 자유관을 나와 영창, 식당, 법정 등을 차례로 가보니 80년 당시 계엄군의 만행을 생생하게 모형으로 재현한 게 인상적이었다.자유관을 방문했다는 60대 남성 이성호씨는 "5·18 발생 과정이나 역사적 의의 같은 거는 금남로에 있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으니까 여기는 상무대 옛터라는 장소에 맞는 이야기들이 더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정적인 콘텐츠 외에도 역동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5·18자유공원은 연극적 요소를 가미한 영창체험, 법정체험을 제공하고 있지만 단체관람객만을 대상으로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대부분 관람객들이 방문한다 하더라도 단순 전시, 재현 조형물 등을 보는 시각적 관람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지난해 개관한 전일빌딩 가보니 "몰라요"5·18사적지 중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동구 전일빌딩245는 어떨까. 금남로 시작점이자 옛 전남도청 맞은편에서 5·18 역사 현장을 지켜본 전일빌딩은 리모델링 과정에서 헬기사격을 증명하는 탄흔이 발견된 중요 사적지다. 450여억원을 투입한 끝에 지난해 리모델링을 마치고 5·18기념문화공간으로 시민들에게 공개됐다.하지만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 여전히 시민들에 녹아들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전일빌딩245 앞에서 만난 회사원 정모씨(31)는 "매일 여기를 지나다니는데도 그냥 회사건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총탄 흔적이 있는 건물이라는 걸 알았다면 들어가 봤을텐데…"라고 말했다.정씨뿐만 아니라 이곳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전일빌딩을 방문 여부를 물은 결과 '가봤다'고 답한 시민은 손에 꼽았다. 상당수는 "이곳이 5·18 사적지인 것을 몰랐다"고 답했다.전일빌딩 내부로 들어가자 인적이 드물어 썰렁한 모습이었다. 기존 5·18사적지와는 다르게 시민에 개방된 '문화 공간'을 지향하며 건물 내 휴게시설, 도서관, 포토존, 휴게데크, 소규모 공연장, 전망 공간 등이 있다. 그럼에도 관람객보다 직원이 더 많은 모습이었다.콘텐츠는 다른 어떤 5·18 관련 장소보다 풍부했다. 들어서면서부터 나선형 모양의 계단, 22개국 언어로 된 아트월, 미디어아트 작품, 관람객이 남긴 멘트와 사진을 띄워주는 '광주만인보', VR 헬기사격 체험 콘텐츠 등 첨단 기술을 응용한 콘텐츠도 많았다. 전일빌딩245 모형을 AR디바이스로 비춰 헬기사격 흔적을 살펴볼 수도 있었다. 특히 360도 공간벽을 대형 미디어월로 활용해 광주를 표현하는 미디어아트 영상과 상호작용 미디어캔버스는 인상적이었다.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은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도 잘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광주지역 대학생이라고 밝힌 20대 여성 김현진씨는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사적지고 이렇게 좋은 콘텐츠가 많은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단순한 역사 나열은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어"광주지역 내 수많은 5·18 관련 공간이 시민과 동떨어져 있다는 불만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지만 별다른 개선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단순히 5·18역사와 현장을 재현하는 데 그치고 있고 일회성 학습공간 이상의 경험을 제공해주지 못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오지 못한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사적지마다 비슷한 구성, 반복되는 내용으로 재방문을 하고 싶은 만족감, 다른 사적지를 가보고 싶은 기대감이 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매력적인 장소로 만들어 놓고도 홍보가 안 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5·18 관련 단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김모씨(29)는 "5·18이 아픔의 역사고 현재까지 고통받고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사적지든 프로그램이든 결코 가볍게 다뤄져선 안 된다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면서도 "그러나 1차적으로 광주시민이 외면하고 찾지 않는 사적지라면 광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광주를 찾는 방문객들도 찾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곳의 5·18 사적지를 찾았을 때 다른 사적지를 가보고 싶어하는 기대감이 들게 하는, 소위 사적지간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사적지마다 차별화된 경험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무등일보가 지난 5월 광주지역 2030세대를 대상으로 '5·18 인식조사'를 했을 때도 응답자들은 "내용의 반복과 영상물뿐이라 갈수록 흥미가 떨어진다", " 단순히 역사 나열뿐이라면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비교분석해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적잖은 응답자들은 "홍보가 부족해 잘 안가게 된다"고 말했다.◆사적지간 통합·연계 필요…"콘텐츠 경쟁력 갖춰야"5·18사적지를 시민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방문하기 위해서 오래 전부터 '다크 투어리즘' 관점에서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연계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다크 투어리즘은 5·18 사적지처럼 비극적인 현장을 방문하는 관광으로 역사적 사실을 공부해 교훈을 얻는 동시에 휴식·체험 등 복합적 기능을 갖추는 것이다.광주시와 5·18기념재단 등도 이 같은 관점에서 안내해설사와 동행하는 '오월길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사적지를 통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단체관람객 위주로 운영되는 한계가 있다. 광주관광재단은 운영하는 '오월의 버스투어'는 다양한 연극과 함께 5·18민주화운동 기록관, 5·18민주광장 등 주요 사적지를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이 역시 지난 5월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됐다.임미란 광주시의원은 "안내판, 건물, 거리, 추모비 또는 상징물로 이루어져 있는 현재 (광주) 다크 투어리즘 콘텐츠로는 방문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의 내용과 깊이는 지극히 한정적이고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크 투어리즘의 핵심 목표는 방문객에게 역사적 교훈을 전달하고 비극에 대한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며 "다크 투어리즘 현장은 단순 비극적인 장소로서의 의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과거와 미래 현재를 이어주는 미디어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특히 임 의원은 "다크 투어리즘도 관광의 일종인 만큼 관광객의 방문을 유도하고 소비하고 싶어 하는 콘텐츠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면서 "죽어있고 일방향적이며 정적인 다크 투어리즘 콘텐츠를 생동하며 쌍방향적이고 동적인 콘텐츠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지방소멸
제주와 대기업들, 마케팅·도시브랜딩 '찰떡 깐부'
유명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브랜딩해 성공한 사례다. 제주시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의 모습.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온리 제주(Only Jeju)라는 브랜드슬로건을 가진 제주도는 슬로건만큼이나 독보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지역 자체가 강력한 브랜드인 몇 안되는 곳이다 보니 기업들이 오히려 제주의 브랜드를 활용하면서 지역과 기업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아모레퍼시픽이나, 삼다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제주시의 도시브랜딩은 관 주도의 브랜딩이 아닌 지역의 핵심주체인 기업들과 협업을 통한 다양한 도시브랜딩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도시브랜드를 잘 갖추면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오설록, 이니스프리, 티뮤지엄…'청정' 제주 효과제주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오설록 티뮤지엄'. 아모레퍼시픽 그룹 계열사이자 차 분야에서 강한 시장경쟁력을 가진 차 브랜드 '오설록'이 운영하는 차 박물관은 한해 1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제주 최고 명소이자 문화공간이다. 단지 차 전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과 '차 클래스' 등 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다.취재를 위해 찾은 지난 6일 10만평이 넘는 끝없이 펼쳐진 녹차밭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는 최고의 인기 장소다.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소비자라면 꼭 찾게 되는 이곳에는 제주도에서만 살 수 있는 다양한 제품, 기념품 등을 팔고 있었다. 또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비누만들기 체험에 집중하고 있거나 연인처럼 보이는 이들은 스탬프 엽서를 만들기도 하고 있었다. 같은 건물 안 카페에는 한라산 모양을 한 한라산 케익과 제주의 풍경을 담은 티라미수 등도 인기 상품이었다.자녀와 함께 찾은 박지원씨는 "평소 이니스프리 제품을 이용하다 보니 궁금하기도 해서 오설록티하우스에 온 김에 들렀다"면서 "제주매장답게 제주다운 인테리어와 제주에서만 파는 기념품이 있어 좋고 스탬프 엽서 꾸미기 같은 것도 있어서 놀다 가는 기분 낼 수 있다"고 말했다.이니스프리는 '청정 제주' 이미지를 적극 브랜딩에 차용해 성공한 브랜드다. 지난 2008년 제주 이미지를 연계한 브랜드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다. 이니스프리는 제주 녹차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물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제주 그린 뷰티 연구소'를 두고 따로 제주 특화 제품을 개발할 정도다.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스타벅스 등 기업들은 제주도에서만 파는 제품을 통해 자사의 수익과 제주의 지역 관광 매력도를 동시에 올리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토종 삼다수·외인 카카오 본사도 제주 명소로같은 날 제주 조천읍 '삼다수 숲길'. 바로 옆에는 국내 대표 생수업체인 '삼다수' 공장이 있다. 사려니숲길 등 숲길 탐방로가 많은 제주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생긴 '삼다수 숲길'은 그 독특한 이름때문에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30m 남짓한 삼나무가 빼곡하게 채운 숲길은 지난 2018년 제주도의 13번째 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삼다수숲길 걷기대회가 열리고 있던 덕분에 볼거리가 풍부했다. 특히 인기 연예인 '아이유'가 출연해 관심을 받은 '아이유 포토존'은 최고의 사진 장소였다. 또 숲길 인구에는 수공예품과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장터도 열려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숲길 시작점에 있는 제주 삼다수 '물 홍보관'은 생수 제조 과정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수 있었다.또 제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은 '카카오'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IT기업인 '카카오' 본사가 제주도에 있게 된 건 카카오와 기업합병됐던 포털업체 '다음'이 지난 2012년 제주로 본사를 이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본사인 '스페이스 닷원'은 제주의 땅을 형상화한 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건축가협회상 본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는데, 이 건물을 보기 위해 또 무수히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특히 카카오는 제주도의 돌하르방, 제주감귤, 한라봉, 현무암 등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에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제주에 와야만 살 수 있는 카카오프렌즈 상품들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이외에도 파리바게뜨 또한 제주도에서만 파는 상품을 개발·판매하면서 제주 관광 매력을 높이고 있다.제주 브랜드슬로건 온리제주(Only Jeju).◆기업들이 제주도를 광고한다아모레퍼시픽이나 카카오 외에도 스타벅스 등 유명 기업들은 앞다퉈 제주도의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제주도가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산, 섬, 독특한 지질구조, 오름 등 제주의 천연 자연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딩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소비된 제주도 이미지는 제주도의 도시브랜드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니스프리, 삼다수, 카카오 등의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서든 상품을 통해서든 제주도라는 브랜드와 관광객(또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있는 것이다.제주도 또한 지자체가 적극 나서면서 기업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도시 브랜드슬로건을 각종 상품이나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제주시 자연환경에 맞는 테마파크 등을 적극 육성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이 같은 제주도 사례는 지방자치단체가 홀로 도시브랜딩을 끌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민간과 더 다양한 협력과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광주·전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보해양조의 경우 '여수밤바다'라는 여수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여수밤바다' 소주를 여수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특히 자사 대표 소주인 잎새주 알코올 도수인 17.8도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16.9도로 낮춰 여수를 여행하는 주 관광객인 젊은층들을 공략하고 있다.특히 한 지역에 탄생한 브랜드는 그 지역을 대표할 수도 있고 최고의 관광상품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형성된 브랜드는 지자체가 열심히 홍보하는 브랜드슬로건보다 때론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