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재활용 등 배출량 급증 '심각 상황'
매립장 1~2년내 한계치, 대안 찾아야하는데
소각장 등 새 시설은 주민들 반대 '속수무책'
[생활쓰레기 팬데믹 ①광주·전남 현실]
생활쓰레기. 코로나19가 불러온 또 하나의 팬데믹이다. 언택트가 새로운 소비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배달, 포장 음식 주문이 늘어나면서 1회용품 사용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아나바다 운동이나 1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음식 배달 서비스 이용도 증가해 배달용 일회용기 배출량도 고삐 풀린 듯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허무하게 사라진 것이다.
◆쓰레기, 처리할 곳이 없다
3년 전 중국발 플라스틱 문제로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았던 광주와 전남의 지자체들은 재활용 과정이 복잡하고 매립도 어려운 플라스틱 배출량이 또다시 늘면서 쓰레기 처리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 지난 2018년에 중국이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자 국내 폐플라스틱이 갑작스럽게 증가하면서 재활용 업체들이 폐기물 수거를 포기하는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는 민간 업체들이 수거·재처리한다. 이런 상황에서 폐플라스틱이 갑자기 늘자 플라스틱 가격이 폭락했고, 쓰레기 수거·재처리를 통한 수익이 줄어들면서 재활용 업체들이 폐기물 수거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3년전보다 더 많은 양이 쌓이고 있지만 문제는 늘어나는 쓰레기를 처리할 곳이 없어 쌓여간다는 것이다. 광주 양과동매립장을 비롯해 전남 동부권의 순천 왕지 매립장, 서부권의 목포 대양동 위생매립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각 지자체들이 쓰레기를 처리할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거나, 지역민들과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광주·전남 매립장 한계치 눈앞
광주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를 매립하는 광주광역위생매립장은 지난 2005년부터 본격 가동했다. 남은 용량은 고작 '40만㎥'. 앞으로 2년도 채 못 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매립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지난 2018년 18만8천여t, 2019년 19만1천여t, 지난해 17만4천여t의 생활쓰레기가 매립되면서 총매립용량 420만㎥ 중 380만㎥가 가득 차 있다.
광주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고형폐기물 연료(SRF)'로 만들어 나주 열병합발전소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발전소 가동을 놓고 마찰이 벌어지면서 매립 형식으로만 처리하고 있다.
하루 평균 2천여 t의 생활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는 전남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곳은 순천시다. 순천시는 왕조동 쓰레기 매립장의 매립 용량이 2년 밖에 남지 않는 등 한계에 이르자 600억원의 인센티브 지급을 약속하며 구상·건천지역에 소각장과 재활용시설을 갖춘 '클린업 환경 환경센터' 건립에 나섰지만 후보 부지로 선정된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유력한 후보지 인근 광양 시민들도 반대하고 있다.
◆소각 시설이 대안이긴 하지만
목포시도 포화가 눈 앞인 매립장을 대신해 소각시설을 건립하려 하지만 목포시민들은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도 반발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995년 운영을 시작한 목포시 대양동 광역 위생매립장은 만장이 코 앞이다. 하루 약 250t의 쓰레기를 매립하지 못하고 압축·포장해 매립장 위에 쌓아 올리는 실정이다.
목포시는 매립장 포화를 해결하기 위해 세차례에 걸쳐 소각시설 설치를 추진했다.
목포시의 소각시설 추진은 16년 전부터 추진해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 시도는 매립률이 56% 정도였던 지난 2005년 추진했지만 단순 소각보다는 에너지화를 추진하라는 정책 탓에 소각시설 추진이 취소되고 생활폐기물전처리시설을 가동했다.
2014년 다시 시도했다가 흐지부지된 후 지난해부터 다시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내 반발은 물론 소각 시설이 인접한 무안 주민들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탄원서를 통해 "그동안 쓰레기 매립시설 등 다수의 폐기물 처리시설로 악취와 해충 등의 피해를 입고 있지만 목포시에서 어떠한 보상도 없다"면서 "추가 시설 설치는 절대 안된다"고 밝혔다.
영광군은 지난해 8월 환경관리센터 인근 주민들이 센터 폐쇄 또는 주민집단 이주를 요구하며 쓰레기 반입을 막아 쓰레기 수거·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각 시설에서 처리할 수 있는 용량 이상의 쓰레기가 배출되면서, 소각하지 못한 쓰레기를 매립하자 악취가 발생, 주민들이 반발한 것이다.
◆ 공간 있어도 '혐오시설' 반대
여수시도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내용은 다르다. 매립 부지는 충분하지만 약속했던 사용 기한이 초과되면서 주민들이 만료기간 약속을 지키라며 반발한 것이다.
325만㎥의 매립용량을 가진 여수 만흥매립장은 1997년 가동했다. 애초 2020년 3월즈음 만장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2010년 음식물자원화시설, 그 이듬해 소각시설이 가동되면서 105만㎥의 여유 공간이 남아 2037년까지 매립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매립장 인근 주민들은 '혐오시설로 인한 피해를 참아왔다. 종료 약속을 지켜라'고 반발하고 있다.
◆'쓰레기 독립' 가능할까
생활쓰레기는 늘어만 가는 상황이지만 매립 용량은 한계에 달한데다, 추가 매립지를 확보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환경부의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추진에 따라 2022년부터 생활폐기물 등에 '폐기물 발생지 책임 원칙'을 적용하고, 2030년부터 가연성 생활폐기물 매립 금지 등 자원순환정책이 바뀐다.
예를 들어 광주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광주에서, 곡성군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곡성군에서 처리해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생활 쓰레기 처리 방식으로 '소각'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전남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목포, 순천, 광양 등 9개 시·군에 소각시설을 설치할 계획이지만, 지역민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매립할 곳이 부족한 상황에서 쓰레기처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대안이 소각을 통한 쓰레기 자원화가 최악을 피할 수 있는 차악인 셈이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생활쓰레기 팬데믹ㅣ인터뷰] "특정지역 문제도 아니고, 지자체들 연계 처리를"
이성기 조선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
"시설 제각각 비효율, 합쳐야 국비지원도 많아
생활쓰레기도 문제지만 사업장쓰레기도 문제"
"전남 지자체들은 쓰레기 처리를 독자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이웃 지자체와 힘을 합쳐 처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조선대학교 환경공학과 이성기 명예교수는 "생활쓰레기나 산업폐기물은 우리가 평생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발생된다"며 "인간의 시각에서 보면 지구상에 있는 모든 물질은 언젠가는 폐기물로 변하고, 결국은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인구가 적었던 산업화 이전에는 폐기물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도시화로 인구가 밀집하고 경제가 성장해 생활수준이 향상되자 폐기물 발생량이 급증하게 돼 든 지역에서 폐기물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환경문제로 대두됐다"며 "생활쓰레기를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와 제도가 정비돼야 하고 합당한 예산이 투입돼 각 단계에 맞는 적절한 기술과 공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폐기물은 발생원에서 최대한 적게 발생하도록 해야 하고 적절하게 분리해서 배출해야 하고, 또한 효율적이고 위생적인 방법으로 수집 및 운반을 해야 한다"며 "다양한 방법과 여러 단계를 거쳐 폐기되는데, 최대한 재이용과 재활용을 추진하고, 음식물쓰레기 등은 퇴비화나 사료화 등으로, 가연성폐기물은 SRF(고형연료)로 전환하거나 소각장에서 직접 연소시켜 에너지를 회수한 후 최종단계인 폐기물 처분은 위생매립장에서 안전하고 무해한 상태로 매립한다"고 요약했다.
그는 "특히 중요한 것은 폐기물의 발생부터 최종처분까지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관리과정에서 각 단위과정이 모두 다 중요하지만, 지자체의 인구, 자연환경, 재정상황 등에 따라 폐기물 관리 흐름도를 작성해 가면서 단위공정을 조합해 보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인구가 적은 전남 시군 단위 지자체의 쓰레기 처리는 여러 지자체가 함께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폐기물의 관리는 규모가 클수록 경제적 잇점이 있어 광주시 정도의 규모에서는 처리·관리과정이 독립적인 형태로 시행이 가능하지만 인구가 몇만 혹은 십 수 만 정도밖에 되지 않는 기초자치단체에서는 폐기물의 처리·처분시설은 인근 몇 몇 지자체끼리 연합해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때문에 환경부가 지자체들끼리 힘을 합쳐 쓰레기를 처리할 경우 국비보조 비율을 더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남의 지자체마다 매립장이나 소각장을 짓는다면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고 운영도 비효율적이다"며 "2~3곳의 지자체에서 힘을 합쳐 처리시설을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해 환경부의 우리나라 폐기물발생 현황을 보면 하루의 쓰레기 발생량은 건설 폐기물 44.5%,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 40.7%, 생활계 폐기물 11.7%, 지정폐기물 3.1% 순으로 모두 49만7천238 톤이다"며 "국민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는 전체 폐기물의 11.7% 밖에 안된다.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이 발생하고 있는 건설폐기물이나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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