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나비축제’ 성공과 도전<중> 지역 특산품 판매·브랜드 개발로 위기 탈출

입력 2021.05.11. 18:50 나윤수 기자
2008년 감사 결과 411억 적자에
'속빈강정' 평가…중단 위기까지
충격 딛고 초심으로 다시 시작
10여년 만 흑자 구조 전환 저력
나비축제장의 생태관은 나비의 일대를 돌아보게 하는 인기 체험공간이다. 매년 수만명이 찾을 정도로 나비 축제장의 중심공간으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함평군제공

함평 나비 축제는 초창기 예상밖의 흥행 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지역민과 언론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나비축제가 성공 가도만 달린 것은 아니다.

2000년대 후반 매너리즘에 빠져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08년 감사원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성공은 커녕 한마디로 축제가 '속빈 강정'이었다는 평가였다.

감사 결과 함평군은 2008년 세계나비·곤충엑스포를 개최하면서 549억원을 투입하고도 수익은 137억2천만원에 그쳐 411억8천만원의 적자를 봤다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감사원은 축제를 개최하더라도 지출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담당 공무원들과 군민 여론도 급속히 악화됐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권인 함평군이 대규모 축제를 지속할지 고민에 빠진 것도 이때다. 그렇다고 축제를 그만 둘 수도 없었다. 결론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비 축제장은 함평천일대를 변모시킨 일등 공신이다. 전남 대표축제로 성장한 함평나비 축제장은 그자체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함평군 제공

◆수익구조 없는 축제는 '속빈 강정'

우선은 외양보다 내실을 다져야 했다. 더 이상 이름만으로 축제를 이끌어 갈 수 없다는 자성론이 대두됐다. 나비축제의 성공 여부는 결국 '나비'에 있었다. 나비는 환상, 동화, 추억 등 다양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관광객에게 꿈과 회상, 추억이라는 감동을 던져줄 때 뭔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함평나비축제는 축제 자체에 안주하지 않고 나비라는 캐릭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구현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찾아낸 것이 나비라는 이미지를 활용하는 친환경사업이었다.

함평군 자체 브랜드로 개발하는 것도 시급해졌다. 함평군은 농산물 판매에서 답을 찾았다. 현재는 친환경디자인 40여개 품목을 민간업체와 함께 생산 판매해 축제때만 매년 10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또 나비의 청정이미지를 지역의 농산물에 연결시켜 농산물의 판매고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함평군의 브랜드쌀인 자운영쌀과 한우 등은 나비효과가 불러온 효자 품목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비축제가 가져온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은 나비축제가 아니면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함평천 생태복원사업 874억원, 국도 24호선 확장공사 162억원 등은 접근성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원천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런 자성을 바탕으로 군민의 자발적 노력이 합쳐지면서 2019년 5월 축제에서는 입장객 수익만으로 축제 경비를 제외하고 흑자 구조를 일궈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함평군에 따르면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제 21회 축제에서는 군비 9억원을 지출했는데 입장료 수익으로 9억5천469만원을 올려 '남는 장사'를 했다.


◆포스트 코로나 新 방향성 모색

매년 광주·전남지역에서는 대략 35개의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 가운데 1999년부터 열린 함평나비축제는 자타가 인정하는 '성공한 축제'로 평가된다.

전국의 자치단체와 기업체까지 벤치마킹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는 축제하면 나비 축제를 떠올릴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일찍이 보는 관광에서 체험관광으로, 소비적인 축제에서 생산적인 생태축제로 변하고 있는 시대적 혜안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생태라는 개념이 아직 도입되지 않은 시기에 "할 수 있다"는 믿음하나로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본 것이 오늘날 성공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비를 소재로 축제를 열고 그 축제를 모티브로 삼아 자연환경이 타지역 보다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심어 온 전략이 먹혀든 셈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나비 없는 나비축제'라고 힐난하기도 하지만, 나비축제는 어려움을 딛고 21년을 지속하는 축제다.

그런 명성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코로나 이후 달라진 소비자 욕구를 어떻게 맞아야 할지 고민할 때다. 이른바 언컨텍 시대, 4차 산업 혁명의 시기에 나비축제의 새로운 방향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코로나 이후 소비자 욕구는 수변공원, 유채꽃, 나비생태관과 체험관등 그 자체가 볼거리지만 볼거리를 뛰어넘는 감동적인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있다.

IT세대들은 왁자 지껄한 소음도 중요하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문화를 요구하는 세대다. 이들을 어떻게 맞아야 할지 나비 축제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비축제는 언제나 시대적 혜안으로 살 길을 찾아왔다.

나윤수기자 nys2510857@srb.co.kr 

함평=정창현기자 jch3857@srb.co.kr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