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부활한 함평 극장…첫 상영 '매진'

입력 2021.01.29. 16:45 임장현 기자
호남서 3번째 개장 자동차극장
최신 개봉작 상영에 군민들 호응
코로나 걱정 없이 집 앞서 관람
체류형 관광프로젝트 활성화 시동
28일 함평군 엑스포공원 황소주차장에 설치된 자동차극장이 차량들로 가득 찼다.

"함평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 건 30년만이네요. 이제는 멀리 광주나 나주까지 가지 않아도 되고 '코로나' 걱정 없이 편안하게 내 차 안에서 볼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습니다."

강풍에 폭설까지 내리던 지난 28일 밤 함평엑스포공원. 어둑해질 무렵부터 하나둘 모여든 차량들이 어느새 빼곡히 들어차 있다. 바로 이 날 문을 여는 함평자동차극장의 첫 상영작을 보기 위해 모여든 관람객들이다. 눈발이 매섭게 내리치는 악조건에도 차량 180대가 들어설 수 있는 극장은 만석을 채웠다.

상영에 앞서 조촐한 개장식이 마련됐다. '코로나19'로 행사가 어려운터라 '랜선'으로 이뤄진 자리였다. 지역구 출신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김영록 전남도지사, 이개호(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주요 인사들의 축하영상이 이어질때마다 군민들은 경적을 울리며 호응했다.

자동차극장과 랜선만남이 빚어낸 특별한 풍경이었다. 화려한 축포로 개장식을 마무리한 후 본격적인 상영이 시작됐다. 상영관에도 지역 이미지를 담아 '황금박쥐관'과 '나비관'으로 이름지었다.

이 날 황금박쥐관에서는 영화 '뱅가드'가 나비관에서는 '원더우먼 1984'가 각각 상영됐다.

무엇보다 30년만에 부활한 극장에 가장 환호하는 것은 함평 군민들이었다.

지난 1992년 함평극장이 문을 닫은 후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자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해도 광주, 나주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군민들은 영화 관람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는 아예 이동마저 어려워 문화적 박탈감은 더욱 커졌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극장이 문을 열게 되자 반가움은 배가 됐다.

28일 함평군 엑스포공원 황소주차장에 설치된 자동차극장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자동차극장 개장 축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이 날 극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90%가 함평 군민들이었으며 연령대도 다양했다. 연인과 함께 온 20대 청년들은 물론, 멋들어지게 차려 입은 노부부도 보였다. 영업용 현수막이 걸린 차량을 타고 온 40대 남성도 이 날 상영하는 '원더우먼1984'을 보기 위해 한 자리를 차지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자동차극장이 신기한 지, 추위를 잊고 저마다 대형 스크린과 매점을 구경하러 뛰어다녔다. 나이, 성별, 직업 할 것 없이 함평 군민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었다.

함평군 손불면에 거주하는 김모(55)씨는 "아내와 영화를 보려면 차로 1시간을 달려서 광주까지 갔어야 했다"며 "이젠 15분이면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자주 올 것"이라며 극장 개봉을 반겼다.

8살 아들과 함께 왔다는 이모(34)씨는 "코로나19 이후로는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영화가 있어도 집에서 TV로 시청해야 했다"며 "자동차극장은 코로나 위험 없이 영화관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 자주 찾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야간에만 상영할 수 있는 자동차극장 특성상, 상영이 시작된 후 차량들 사이로 아이들이 불쑥 튀어나오거나 화장실, 매점 등 편의시설로 이동하는 경우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관람문화나 동선에 대해 보완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함평자동차극장 광주와 여수에 이어 호남권에는 3번째로 문을 연 자동차전용극장이다.

총 사업비 9억원이 투입, 1만1천㎡ 부지에 대형스크린(23m×15m) 2개와 매점, 매표소 등이 설치됐으며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 함평군 직영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역상품권 사용과 함께 지역민 혜택도 대폭 도입할 방침이다.

특히 함평군은 자동차극장 개장을 시작으로 관광활성화에도 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함평천지길, 짚라인, 스카이워크 등의 관광 인프라 조성사업도 본격 추진될 예정이어서 자동차극장이 '4·4·8 관광프로젝트'의 주춧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함평군 관계자는 "함평자동차극장에서는 인기가 많은 최신 개봉작 중심으로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라며 "지역민들에는 최신 인기 영화를 가까운 곳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함평을 찾은 관광객들에게는 색다른 추억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함평자동차극장은 오는 31일까지 영화 '소울'과 '원더우먼1984'를 상영한다. 임장현기자 locco@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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