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보다 구위 승부' 지도에 용기
5선발 도전…"끝까지 1군 남고 파"
"KIA에 와서 자신감 얻었어요."
호랑이 군단에서 부활을 꿈꾸는 홍상삼(30)이 올 시즌 반전카드가 될 수 있을까.
홍상삼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새 얼굴이다. 프로 10년차 선수로 두산 베어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처음으로 팀을 이적했다.
그의 과거는 롤러코스터와 같다. 유망주로 불리던 시절에는 많은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충암고 졸업 후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전체 20순위로 프로무대에 입성한 뒤 2009년에는 선발 투수로 변신해 9승을 거뒀다. 지난 2012년에는 불펜에서 5승 2패 1세이브 22홀드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리막길은 2014시즌부터 시작된다. 이후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도 못했고, 방어율 성적표도 저조했다. 그러다 2019시즌에는 1군에서 3경기를 치르는데 그쳤고 결국 방출 수순을 밟았다.
이에 KIA는 홍상삼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어깨와 팔꿈치도 이상이 없는데다 150㎞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프로 경험도 풍부해 즉시 전력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도 한몫했다.
관건은 정신력이다. 그가 부진했던 이유는 기량저하가 아닌 멘탈 문제였다. 부담감에 발병한 공황장애가 그의 발목을 잡으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다행히 KIA에 온 뒤 캠프에서부터 서서히 좋은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홍상삼은 "생각했던 것보다 캠프는 잘 보냈다. 지금까지 잘 흘러가고 있다"며 "공을 던질 때 두려움이 있었는데 KIA에 온 뒤로 많이 사라졌다. 지금은 내 공을 던지는 중이다"고 밝혔다.
그는 스프랭캠프 기간 동안 선발로 분류 될 만큼 가능성을 보였다. 당초 불펜에서 뛸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 이상의 기량을 뽐낸 덕분이다. 지금과 같은 흐름을 이어간다면 이민우, 임기영, 홍건희 등과 좋은 선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홍상삼은 "몸을 선발 로테이션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동료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며 "잘하는 사람이 선발로 나가는 상황이니, 서로 열심히 잘해야 겠다"고 말했다.
그는 코치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재응 코치 등이 지도한 '제구보다 구위로 승부하라'는 말에 부담감이 덜어졌다.
홍상삼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에 와 닿았다"며 "제구에 부담감이 있었는데 가운데 들어가더라도 힘으로 잡는다고 생각하니까 편해졌다. 스트라이크를 던진다는 생각으로 던진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적으로는 달라진 것은 없고 심리적으로 달라졌다. 동료들이 재밌게 해줘서 너무 잘 준비되고 있다. 불안감이 없을 정도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남길 원했다. 많은 승리 수보다 1군에 남아서 꾸준하게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홍상삼은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 잘 던지는 것 밖에 없다. 판단은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하는 것이다. 내가 선발 욕심낸다고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면서 "목표는 딱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즌 마지막까지 1군에 남고 싶다. KIA에서 계속 야구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몇승을 거두는 것보다 같이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경국기자 hkk42@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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