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뉴 노멀'···국가 지원 없인 지역 '불평등' 불 보듯

입력 2023.01.10. 10:34 한경국 기자
반세기 최악 가뭄 ‘이러다’ ⑤중장기 대책
관리 분산에 대응 미흡…수자원 활용도 다양화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광주의 주 상수원 가운데 하나인 동복호 저수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메마른 동복호의 모습. 무등일보DB.

반세기 최악 가뭄 ‘이러다’ ⑤중장기 대책

"광주가 처한 심각한 가뭄 상황은 특정 지역이 아닌 기후 위기에 따른 전국적 문제입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해 12월 열린 제51차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열악한 지방재정 여건을 반영해 국가 물관리 지원체계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하며 한 말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전국 각지가 산불이나, 가뭄, 홍수 등 재난이 잇따르면서 지자체 차원의 대응이 아닌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중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지는 동안, 남부지방에서는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지자체의 독자적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인데다 무엇보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가중한 부담을 안겨 지역 간 불평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광주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국가적 차원에서 물관리를 위한 통합 정책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다만, 지자체 차원에서도 '땜질식' 처방이 아닌 지속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국가 지원·통합 관리 구축 필요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전남지방에 내린 비는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으로 삼는 1973년 이후 50년 기간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평년에 비해 60%에 불과하며, 광주·전남뿐만 아니라 다른 남부지방도 역대급 가뭄을 기록했다.

남부지방이 폭염에 허덕이는 동안 중부지방은 유독 폭우가 잦았다. 지난해 장마철인 6~8월 강수량을 보면 중부지방은 941.3㎜로 평년(759.6㎜)보다 많았다. 그러나 남부지방은 483.3㎜로 평년치(704.0㎜)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중부지방과 남부지방 여름철 강수량 차는 1995년(536.4㎜) 이후 가장 컸다.

남부지방의 가뭄이 국가적 '재난'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더욱이 기상청은 이 같은 가뭄 상황이 지난해로 끝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반복되는 이른바 '뉴노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자체들이 국가가 체계적으로 물관리를 통합·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강 시장은 지난해 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정부에 상수도 누수 방지를 위해 노후 상수관망을 수시로 정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지방 수도 시설 관리에 국비 지원이 필요한 만큼 시·도지사들의 공동 대응을 제안했다.

물부족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누수율을 줄여 '새는 물'을 막아야 한다. 현재 노후 상수관에 대한 국비 지원 대상은 유수율(수돗물 공급량 대비 사용량) 70% 미만 시·군으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산업화 과정에서 급속히 성장한 대도시는 빠르게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어 시·군 못지 않게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새 수원지 발굴…투자·요금 인상 동시 필요

재난 장기화가 예고된 만큼, 지속가능한 물 관리를 위한 광주시의 다각적인 대책 또한 요구되고 있다.

우선 시 차원에서도 통합적인 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 부족은 가뭄 발생 빈도, 용수 이용량, 수자원 공급시설, 가뭄 시 대체 수자원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어느 한 부분만 보완한다고 해서 물 부족이라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광주시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1인당 물 사용량은 늘어나고 있는 데다 공장과 상업시설이 늘어남에 따라 원천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수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그동안 광주시는 주암호와 동복호에서 충분한 물을 공급받아오는 사이 물 부족을 예견할 수 있는 신호는 지속적으로 감지됐다.

한국수자원공사 가뭄예·경보 이력에 따르면 예·경보시스템이 도입된 지난 2016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광주에 관심단계 이상이 발생한 경우는 2017년 8개월, 2022년 6개월이다. 범위를 전남까지 확대하면 광주·전남지역에 가뭄 현상이 일어났던 기간은 82개월 중 26개월이나 된다.

이에 반해 1992년 주암호댐을 만든 이후 수자원 확보를 위한 굵직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주암호와 동복호 외에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수원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또 2019년 환경부가 발간한 '지방상수도 사업운영 효율성 개선방안 연구'가 분석한 2016년 기준 전국 특·광역시 상수도 시설을 살펴보면, 2016년 기준 광주시 유수율은 86.2%로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낮았다. 그만큼 상수관에서 '새는 물'이 많다는 뜻이다.

광주시 수돗물 공급 원가와 단가는 각각 ㎥ 당 634.0원, 622.4원인데, 이는 전국 최저 수준이다. 광주시가 그동안 싸게 생산해서 싸게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말이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노후 상수관 정비 필요성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이외에도 상시적인 빗물 활용, 지하수 등 잠재적 수자원에 대한 관리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시장도 "생활용수 원천 확대, 노후 상수도관 정비, 물 순환 구조 설계로 도시 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하는 일 등 앞으로 풀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밝혔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가뭄을 대비해 주암댐을 비롯해 장성댐, 담양댐, 섬진강 등 타 지자체에서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영산강과 황룡강에 강변여과수나 지하댐 등을 설치하도록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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