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

고독한 낭만주의자, 건축물에 호흡을 불어 넣다

입력 2021.11.04. 18:24 김혜진 기자
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37> 광주mbc 사옥
매스와 볼륨들의 마감은 하늘색의 타일과 유리로 마감해 배경이 되는 하늘과 결합되어 건축물의 형태감을 뚜렷하게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37> 광주mbc 사옥

20세기 초중반의 한국건축은 서구의 건축을 여과 없이 수용하던 시기였다. 현대건축의 불모지와 같던 우리나라의 건축적 상황에서 서구의 모더니즘을 우리의 전통문화에 잘 적용시켜 한국 현대건축으로 승화시킨 이가 바로 건축사 故 김중업이다.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

그는 1952년 7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1회 세계예술가회의에 한국 대표 중 한 사람으로 참석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의장단 일원이었던 근대건축의 세계적인 거장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 그의 문하에서 수학했다.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은 그는 귀국 후 서구의 건축문화와 우리의 전통을 융화시킨 자기만의 독특한 건축세계를 펼쳐나갔다. 그러한 업적 때문에 故 김중업 선생은 한국 현대건축을 선도했던 거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매스와 볼륨들의 마감은 하늘색의 타일과 유리로 마감해 배경이 되는 하늘과 결합되어 건축물의 형태감을 뚜렷하게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故 김중업 선생의 건축 여정

김중업선생의 작품세계를 시대별로 간단히 살펴보면, 1950년대는 스승인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세계에서 영향을 받았고 그의 작품을 변용하면서 건축 활동을 펼쳤다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건축은 르 코르뷔지에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새로운 건축언어를 창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961년 완공한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조합을 통해 공간적, 구축적 아름다움을 표현했던 작품으로 한국 현대건축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건축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작품을 계기로 그는 전통건축과 현대의 조합으로 새로운 건축이념을 창조했으며 이를 발전시켜 나갔다.

1972년 미국의 건축잡지 '아키텍튜랄 포럼(Architectural Forum)'에 소개되기도 한 제주대학 본관(1964) 역시 현대건축에서 한국의 전통을 재현하려는 그의 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1971년부터 1978년까지의 외국 체류 기간은 수많은 고뇌와 번민으로 가득했을 시기였고, 또한 이를 통해 인생의 성숙함과 건축적 영감을 늘리는 시기였을 것이다. 영구 귀국 후 그의 건축 작업에서는 기존에 나타나던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 대신 기술과 미학이 조화된 새로운 조형이 김중업의 건축어휘로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1980년대에는 적정규모로 분절된 덩어리와 날카로운 예각으로 된 유리 매스들의 결합을 통한 다양한 조형언어들이 적용된다.

우측면 아트리움. 2011년께엔 식당으로 이용됐다. 

◆땅에 대한 해석 담긴 광주MBC 사옥

광주에 건축된 김중업선생의 유일한 작품은 1986년 현상설계에 당선돼 1988년 완공된 광주MBC이다. 김중업이 타계하기 약 2년 전의 작품으로 그의 건축적 역량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의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그의 건축관 중 가장 중요한 '땅에 대한 해석'을 잘 반영하고 있다. 김중업이 자신의 건축을 수행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바로 땅에 대한 해석이다. '땅의 의지와 맞아떨어져야 하고 건축 또한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건축론의 중심이다.

산 정상에 앉혀진 광주MBC도 땅과 자연이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건축물은 개체로서의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으로 출발했을 것이다.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어휘에서 벗어나 한국적 상황에 맞는 자신의 건축어휘를 찾아온 김중업은 여기에서 기하학적 형태의 매스들의 분절과 조합, 날카로운 사선으로 처리된 유리 덩어리의 부가 등을 통한 다채로움과 비례의 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후기에 보여지는 그의 조형 언어들이 잘 표현되어 있다. 또 건축물이 과도한 스케일로 산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적정규모로 분절되고 조합된 매스와 볼륨의 형태들로 산 정상에 어울리는 알맞은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대지의 형상에 어울리게 살포시 얹혀져 땅의 의지와 맞아떨어져 표정 있는 건축물을 만들고 있다. 또 매스와 볼륨들의 마감은 하늘색 타일과 유리로 처리되어 배경이 되는 하늘과 결합됨으로써 과도한 형태감을 드러내길 꺼려하고 있지만 위대한 건축가의 철학을 담고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아우르며 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송국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미래를 향해 서있다.

한국 근현대 건축사에 한 획을 그은 건축가 故 김중업, 그가 떠나간 지 올해로 33주기다. 그는 가고 없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건축물과 진리가 담긴 글과 말들은 지금도 우리를 깨우침으로 인도하고 있다. 이 시대 이 땅에 건축이란 명분으로 우리가 펼치고 있는 수많은 건축물이 근대 이후 선생이 추구하던 그 시대 그 건축에 비해 발전된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항로를 안내해주는 것 같다.

고독한 낭만주의자 김중업 선생의 건축을 향한 열정과 인생여정을 다시 한번 느끼고 되돌아보자. 자연과 인간을 위한 건축의 본질을 탐구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참된 건축을 위하여…. 서재형 건축사사무소 선 대표

서재형 건축사는

건축은 도시경관과 생활환경을 좌우하기에 공공재라 생각하며 농촌 건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주장한다. 건축사사무소 선을 운영 중이며 목포대 건축공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총괄계획가로 진도군 안농마을리모델링 사업에 참여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세하동의 송학초등학교가 있다. 주요 수상 내역으로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 대한건축사협회 공로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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