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

좋은 집, 그 최고 가치는 어우러짐

입력 2021.09.02. 18:39 김혜진 기자
[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30>] 좋은 집
신안동 대라수

[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30>] 좋은 집

'좋은 집이란 과연 무엇이냐'고 할 때. 전망이 좋은 곳에 지은 아름답고 멋진 집이거나, 화려하고 웅장한 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건축물은 단순한 거주의 공간이자 건축주의 욕망을 위한 표현 수단에 불과하다.

또한 도시에서의 아파트는 성냥갑 모양으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획일화돼 있으며, 사유재산이자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몇 년 전 서울시는 아파트의 공공재 성격을 강화하고자 새로운 디자인 심의를 도입했다. 서울시는 '공공적 가치 강화를 위한 신기준'이라는 새로운 건축심의 기준을 도입, 기존 디자인 심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파트도 주변 공간과 도시의 역사 및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짓도록 유도했다. 이를 통해 아파트가 사유재산을 넘어 이웃 주민들에게는 열린 공간, 도시에선 지속가능한 건축물로 자리 잡도록 하고 도시경관과의 조화를 이뤄내는 등 아파트의 공공재적 성격을 대폭 강화했다.

신안동 대라수

공공재란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공공재는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갖고 있는 재화이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해당 재화를 소비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경우 비배제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비경합성은 누군가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소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동시에 소비할 수 있을 때 비경합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도로, 치안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조각품이나 건축물 또한 공공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건축물, 조각품, 대규모 공원 등과 같이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갖고 있는 재화들은 누군가가 생산하면 그 혜택을 누구나 공짜로 누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무임승차(free ride)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문에 일반적으로 공공재는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지기 어렵다. 모두 누군가가 해당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까지 기다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대신 나서 공공재를 공급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도시 건물의 외관이나 벽화 또는 도시의 상징적인 건축물에 직·간접적으로 정부가 개입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도시에 있어 어느 장소가 아름다운 이유는 건물들이 모여 있는 방법과 그것을 위한 공간의 구조적 풍경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외관에 있어서 지역만의 특성과 통일성을 가질 때이다. 그리고 집은 이러한 도시의 일부분으로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집은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일상을 담아내는 공간이며, 또는 주변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공공재로서 사회적 의미까지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는 집을 위해 살고, 집 때문에 주변을 되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한다. 집이 성공과 실패, 이웃을 나누는 경계가 돼버렸다.

그렇기에 정부 및 건축주, 건축가는 각각의 위치에서 사회적·문화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먼저 정부는 건축물을 공공재로 보고 공공을 위한 제한을 건축주에게 가할 경우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침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고,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의 경우도 주먹구구식이 아닌 사회적 합의가 된 것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건축주는 건축물을 개인의 안식처 및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고 주변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고려해 공공성의 개념을 가져야 할 것이며, 마지막으로 건축가는 건축주의 사익을 위해서만 일해서는 안되고 시민과 사회에 봉사해야 할 것이다.

좋은 집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우나, 좋은 집이란 주변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집을 봤을 때 튀어 보이지 않고 주변과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건축주가 생각할 때 편안한 안식처임과 동시에 재산적 가치도 있다고 여겨져야 하며, 건축가 자신은 건축물에 자부심을 가질 때 좋은 집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건축이 가져야 할 최고의 가치는 공공성일 것이다. 안천수 ㈜건축사사무소 누리 대표이사

안천수 건축사는

도심 속에 지속가능한 건축공간을 추구한다. 광주광역시 건축위원 ,광산구 경관위원, 서구 도시계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2011년 광주시 건축상 동상을 수상한 아인안과빌딩, 화순한방병원, 대라수 주상복합빌딩 첨단3차와 신안 1·2·3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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