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

[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27] 광주광역시청사

입력 2021.08.13. 19:01 김혜진 기자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건축
시민 숲 3층에 있는 시민대기실. 이원규, 강동영 건축사의 작업물로 조형물처럼 보이지만 회의와 면담이 가능한 건축 공간이다. 무등산의 능선에 쏟아지는 광주의 빛을 형상화했다.

지난한 covid-19와의 전쟁으로 참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가 흐르고 있다. 업무협의 때문에 방문한 시청 입구에서 익숙해져버린 번잡함과 마주한다. 체온을 체크하고 방문인증을 하며 들어서니 행정홀 너머 대회의실의 기울어진 타원형 아래면으로 공간감이 강조된 시민홀(시민숲 광장)이 펼쳐져 있다. 20여년 전 설계 당시와는 명칭이나 그 쓰임에 있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저층부의 넓게 열린 시민을 위한 개방된 공간구조는 세월의 흐름에도 변함없이 설계개념의 맥을 잇고 있는 듯하다. 업무협의 시간까지는 여유 있는 지금, 설계팀의 일원이 아닌 시민으로서 시민 숲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언젠가 설계도서 제출을 위해 낑낑대며 옮겨왔던, 한 쪽에 잘 보관된 시청 모형을 들여다보며 옛 기억에 빠져든다.

1990년대 광주는 광역지자체로의 승격과 함께 이에 걸맞는 새로운 시청사 건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이와 함께 상무대 이전으로 도시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됨에 따라 효율적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공간이 협소하고 시설이 노후했던 계림동 청사 이전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시는 열린 시청, 예향의 긍지와 지역성을 상징하는 시청사를 목표로 현상설계공모를 진행했다. 11개의 수준 높은 응모작 중 기존의 관청이 갖고 있는 수직적, 권위적 구조에서 탈피해 역동적이며 민주와 예술이라는 광주의 특징을 조형과 기능면에서 잘 나타낸 받은 현재의 설계안이 선정됐다. 한국의 공공청사 건축은 천편일률적이라든가 지나치게 권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시기가 있었다. 공공청사는 조성할 수 있도록 공적자본을 제공한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용이 당연한 곳이다.

시민 숲 광장의 상부에 대회의실의 볼륨이 떠 있다.

하지만 정치적, 행정적 업무의 수행을 이유로 보안을 위한 행위의 제한 또한 요구되는 곳이다. 이러한 공공청사의 속성 중 정치·행정적 역할론이 중대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이는 곧 외관과 공간구조를 통해 '권위'로 표현됐고 이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던 것은 사실이다. 시(市)의 행정업무를 보는 지방자치단체의 청사로서 시청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공무원들만의 사무공간으로서 시민을 위한 배려라고 해야 민원실에 의자 몇 개 놓는 게 전부였으니.

이러한 당시의 상황에서 광주광역시청사는 민주와 예향의 땅 광주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지역적 상징성을 바탕으로 기존 공공청사 건물들의 권위적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건축적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했다. 이를 인정받아 광주광역시청사는 2004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 부분 대상을 받으며 공공청사 건축유형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기준점이 됐다. 이후 타 지역 지자체 공공청사와 공공기관들의 저층부 공간구성이 대부분 시민을 위한 개방된 구조의 방식을 따르게 됐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사실이다.

실제 1층 시민숲 광장은 지난 20여 년간 각종 문화예술 행사와 전시회 등이 개최되며 공공청사 활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지평을 열었다.

1층 시민숲에 전시 중인 시청사의 모형

방역으로 인해 현재는 출입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시민 숲의 3층에 오르면 SF 영화에 나올법한 재미있는 건축물을 볼 수 있다. 조형물처럼 보이지만 회의와 면담이 가능한 시민대기실이라는 건축공간이다. 무등산의 능선에 쏟아지는 광주의 빛을 형상화한 공간으로 동문인 이원규, 강동영 건축사의 작품이다. 청사 홀의 공간에서 빛나는 오브제가 돼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업무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시청 광장은 한낮의 태양과 covid-19 탓인지 한적해 보인다. 광장에 조성된 벤치에 앉아 잠시 한숨 돌리며 고개 들어 행정타워를 올려다 보고 있으니 지난 에피소드가 하나 떠오른다. 행정타워의 서측 벽은 크기도 그렇지만 주변 건물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되어 멀리서도 그 존재감이 드러난다. 자칫 단순하거나 지루할 수 있을 큰 벽에 화가의 추상화처럼 창호 패턴을 자유롭게 디자인했다. 그런데 공사가 진행되고 예상치 못한 민원에 의해 설계 안의 변경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창호 패턴의 일부가 유명 마트의 로고와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영문 글씨처럼 보이는 사선 패턴 일부가 수정된 흔적이 눈에 보여 흥미롭다.

민주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청이라는 공간은 모든 시민이 주인이 돼 자유롭게 참여하고 함께 이용할 수 있음이 필수적이다. 민주 인권 도시를 지향하는 광주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개방적이고 권위적이지 않아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한 건축적 해법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광주광역시청사는 정치적, 행정적 기능을 넘어 시민 소통의 플랫폼으로서 즐거운 건축공간체험의 가능성을 갖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행정타워의 서측 벽 모습. 자칫 단순하거나 지루할 수 있을 큰 벽에 창호 패턴을 추상화처럼 자유롭게 디자인했다.

코로나 팬데믹의 긴 터널이 지나고 있다. 그 끝에 닿으면 20여년 전 설계팀 선배들과 꿈꾸던, 시민들이 북적대고 밝은 웃음소리가 나는 공간으로 다시금 활용되기를 시청 앞 광장에 서서 빌어본다. 이수용 건축사사무소 더반 대표

광주광역시청사는 민주와 예향의 땅 광주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지역적 상징성을 바탕으로 기존 공공청사 건물의 권위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건축적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했다. 이후 타 공공청사 대부분이 저층부 공간구성을 시민을 위한 개방된 구조를 따르게 됐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사실이다.

이수용 건축사는

전남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힌 후 현재 건축사사무소 더반을 운영하며 전남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로 출강 중이다. 매일 좋은 공간을 그려내길 꿈꾸며 건축의 공공성과 일상의 관계맺기에 관심을 갖고 작업 중이다. 전통발효식품센터, 전남대 디지털도서관, 푸른이음센터, 노대동 주택, 분당 Space INVADER, 활기찬가, 소태치코리타 등 공공건축과 민간건축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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