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로 농작물 피해 늘자 農道 한숨도 깊어진다

입력 2024.05.27. 16:18 선정태 기자
일조량 부족, 시설하우스·마늘·양파 생육 부진
국지성 호우·강풍, 밀·보리 도복 피해 발생
농민들 "특별재난지역 선포 절실"
마늘 2차생장(벌마늘)피해

이상기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지난해 사과, 배 등 과일값이 폭등한 데 이어 봄 과채인 방울토마토, 딸기를 비롯해 벌마늘·양파의 생육 부진으로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일조량 감소와 집중 호우 등 전남지역의 기상 이변에 따른 피해가 일부가 아닌 전 재배 작물로 확대될 것으로 우려돼 농산물 생산기지인 '農道' 전남의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27일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간 주요 시군의 평균 기온은 평년 6.7도를 웃도는 7.9도, 강수량은 평년 266.6㎜ 보다 76% 증가한 470.5㎜, 일조량은 평년 749시간 보다 53% 줄어든 346시간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비오는 날이 계속되면서 전남은 역대급 일조량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멜론과 딸기, 파프리카, 장미를 비롯해 마늘·양파 등 주요 농작물도 일조량 부족으로 생육이 떨어지고 상품성이 저하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농민들은 지난 해부터 이어진 이상 기후로 농작물 피해가 이어지면서 "해가 나지 않으면서 습하고 더우니 가열하고 있는 냄비에 뚜껑을 덮고 그 안에 농산물을 넣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입은 양파밭

◆ 딸기·방울토마토·마늘·양파에 밀·보리까지 피해

전남도가 파악한 양파 피해 현황에 따르면 주산지 무안·신안·함평지역에서 전남 전체 재배면적 6천862㏊ 중 20%에 해당하는 1천440㏊에서 잎마름과 성장지연 등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3월 일조량 부족에 의한 생육 부진과 4월 마늘 2차 생장(벌마늘) 및 매실 저온 피해에 이은 올해 3번째 농작물 재해 인정 건의다. 5월 초 발생한 국지성 집중호우와 강풍으로 5월 중순 수확을 시작하는 밀과 보리 등 맥류는 도복 피해가 발생해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또한 동계 조사료도 생산량 저하는 물론 잦은 강우로 수확이 늦어지며 벼 파종 일정 변동과 함께 인력 수급 문제가 겹치며 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양파 농가들은 지난 21일 양파 피해에 대해 농업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했다.

양파와 마늘을 비롯해 시설하우스 작물인 딸기·방울토마토 밀·보리까지 대부분의 농작물에서 기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전남도는 대책 마련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남도는 우선 20일까지 기상 이변으로 인한 피해 현황을 종합하고, 농작물과 지역별 피해 결과를 확인 후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광현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이번 양파 생육 장애 재해 인정 건의와 관련 "재해에 따른 양파 생산량 감소로 어려운 농업인의 경영안정을 위해 재해로 인정되도록 지속해서 건의해 재해 인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충남 천안과 충북 충주에서 올해 처음 발생한 과수화상병이 열흘 사이에 거센 확산세를 보이면서 전남 배 농가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사과·배 등 장미과 식물에 발생하는 세균병인 과수화상병은 충남·북, 경기, 전북 일대 12개 시·군, 32개 농가 25.5㏊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과수화상병은 지난해 전남은 빗겨갔지만, 농진청이 위기 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면서 전남농업기술원도 배 과수원, 묘목장 등을 중심으로 예찰·방제 상황을 강화하는 등 사전 대응하고 있다.

과수화상병이 보이면서 전남 배 농가의 피해도 우려되자 농업기술원이 철저한 예방을 당부했다. 사진은 현장 점검하는 박홍재 전남농업기술원장.

◆ 농민들 "특별재난지역 선포 절실"

전남의 양파 재배면적은 6천862㏊로 3천860㏊인 경남, 2천703㏊인 경북, 1천827㏊인 전북에 비해 압도적으로 넓은 면적이다. 전국 1만8천628㏊ 중 40%에 이른다. 전남도는 1천440㏊가 피해를 입었다고 잠정 파악하고 있지만, 실제 피해는 이보다 훨씬 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남을 비롯해 제주·경남·대구 지역에서 벌마늘 피해도 심각했다. 평년에는 전체 마늘의 2% 정도에서 발생하던 벌마늘 피해가 올해는 전남에서만 1천867㏊에 달해 전체 재배면적(3천443㏊)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양파 농가들은 재연재해 인정을 넘어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태풍이 지나가면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 재난에 준하는 대책을 내놓는다"며 "지난 겨울 기후재난은 여름 태풍보다도 강력하게 전국 들녘과 시설하우스를 강타해 겨울 시설원예 작물과 밀, 보리, 마늘 양파 생산지에 대해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자연환경에 어떤 안전장치도 없이 맨몸으로 자연과 싸우고 있는 농민들에게 정부는 갈수록 급증하는 기후재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2일 양파 생육 불량 사례가 보고된 이후 이를 농업재해로 인정했으며,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는 다음 달 초까지 피해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복구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양파 생육 불량은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고온과 잦은 강우로 인해 병충해에 노출됐고 일조시간이 부족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앞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생육장애가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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