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독극물 마을' 15년 째 방치··· 왜?

입력 2021.03.17. 17:40 임장현 기자
15년 간 계속된 중금속 피해 '심각'
시 "이주대책 세울 법적 근거 없어"
"최소 마을 주민과 함께 논의 해야"
김진철 나주시 덕음마을 이장이 마을의 한 주민의 집에서 중금속이 올라오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나주의 한 폐광산 지역에서 주택 토양 오염 등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이에 대한 나주시의 대책이 15년 간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지속적으로 주민들의 집과 마당에서 독성 물질이 유출되고 있지만, 나주시는 "광해방지사업은 한국광해관리공단에서 시행하고 있으니 해당 공단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주 공산면 신곡리 덕음마을은 1930년대부터 광산업을 실시, 캐낸 광석에서 금과 은을 분리해내기 위한 방법으로 독성물질인 시안(CN)을 활용한 '청화법'을 이용했다.

이 영향으로 마을에는 청산가리의 주요 성분인 시안이 기준치의 656배인 1312.5mg/kg, 카드뮴(Cd)은 8.6배, 아연(Zn) 56배 등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나주시는 2006년 '덕음폐금속광산 공해방지사업'을 실시했고 이후 광해관리공단에서 관련 사업을 이관 받아 2015년까지 64억 원을 들여 광물찌꺼기를 제거하고 토양 복구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마을 주거지는 1930년대 당시 광산업자의 땅이었기 때문에, 광산에 일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생긴 주거지의 땅 소유는 주민들에게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주거지의 집들도 무허가 건축물로 분류돼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진철 나주시 덕음마을 이장이 '청화법'을 이용했던 광산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시설 벽면에는 '3'이라는 문구가 아직 남아있다.

현재 광해방지사업을 진행하는 공단 측에서는 "공단의 목적상 오염된 토양을 복구하는 사업에만 예산을 사용할 수 있어 주거지에 대한 이주 대책은 세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 운영 근거가 되는 '광산피해의 방지 및 복구에 관한 법률' 등에 주거지에 관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광해방지사업규정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지침'에도 '주민의 이주대책을 요하는 등 필요한 때에는 토지매수 및 보상업무를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위탁할 수 있다'고 명기돼 있어 공단에서 주거지에 관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나주시 관계자는 "이주 대책은 광해방지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공단 측에서 세워야 한다. 광해방지사업은 한국광해관리공단에 이관했다"며 "이주 대책 수립과 관련해 법률적 검토를 했는데, 이주 대책을 세울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과 관계자는 "지자체가 폐기물 처리 등을 목적으로 토지보상법을 근거로 삼는다면 마을 주민들의 이주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밝혔다.

나주시 덕음마을 주민들이 중금속 오염으로 황폐화된 땅을 바라보고 있다.

이주 대책에 대해 나주시가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예산' 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광해방지사업을 함께 해온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광해관리공단, 나주시 국회의원인 신정훈 의원실 등은 나주시가 법적인 문제보다는 예산 배정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나주시는 지난 2018년 한국광해관리공단에서 이주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해달라는 공문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광해관리공단에 송부한 것 외에는 15년 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진철 덕음마을 이장은 "이주대책이 세워진다면 마을 사람 모두가 이주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며 "바로 이주 대책을 세워 달라는게 아니라 최소한 마을 주민들과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함께 논의할 자리라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장현기자 locco@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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