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이 희망이다 8] 우리네 토종쌀 살리고 건강한 먹거리 지켜요

입력 2021.01.13. 17:10 이윤주 기자
나주 농업회사법인 ㈜토종스토리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찾다
원재료부터 토종종자까지 관심
2015년부터 토종쌀 직접 재배
물관리만 하는 친환경농법
고급화 전략 소득·일자리창출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 일구기
나주 농업회사법인 (주)토종스토리는 토종쌀과 가공식품을 생산·판매하는 마을기업으로 토종종자 보급에 애쓰고 있다. 사진은 나주 오량동에 심은 다양한 토종쌀들을 수확하는 모습.  

사라져가는 우리네 토종쌀을 지키며 농촌마을에 터전을 꾸린 이들이 있다. 바로 나주 지역의 마을기업 농업회사법인 ㈜토종스토리다. 귀농인들과 원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토종종자를 지키고 건강한 먹거리를 다음 세대까지 전달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

농업회사법인 ㈜토종스토리의 출발은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에서 시작됐다.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원재료부터 따지다보니 결국 우리나라 토종종자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가장 근간이 된 것이 바로 매일 우리 밥상에 오르는 쌀이었다.

우리나라 토종벼는 일제강점기 전까지만 해도 1천400여종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 마다 기후환경이 달라 자연스럽게 다양한 품종이 생겨난 것이다. 이처럼 종류가 매우 풍부했던 토종벼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 품종이 섞였고 다시 1970년대 통일벼 등 품종 개량과 개량종이 보급되면서 급격히 줄어들어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누룽지를 제조하는 모습.

이런 가운데 사라져가는 토종벼를 지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우리나라씨앗발전모임'이었다. 2015년부터 토종벼를 재배하기 시작한 이들은 나주 지역에서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주축으로 지난 2016년 12월 모임을 만들었고 2018년 지금의 농업회사법인 ㈜토종스토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마을기업 사업에 참여했다.

설립 첫해 전남예비마을기업을 시작으로 2019년 행정자치부 신규 마을기업에 지정됐으며 지난해 행자부 마을기업에 재지정되면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라도 대표 토종쌀을 수익모델로

마을기업 설립 후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토종쌀 재배였다. 먼저 어렵게 구한 토종쌀 종자 18종을 직접 재배해 종자보급에 나섰다. 농가에 토종종자를 보급하기까지 무려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처음 지역 농가와 계약재배를 시작한 것은 2019년. 1만2천여평에 토종쌀인 자광도를 재배했지만 수확량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필 그해 태풍이 여러차례 지나가며 키가 큰 자광도가 모두 쓰러져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수익성이 낮아 지난해에는 1천200평으로 재배면적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전라도 지역에 맞는 '졸장벼'를 재배할 계획이다. 졸장벼는 키가 작고 쓰러짐에 강해 전남 지역에서 많이 생산했던 토종벼로 조선시대 인조때부터 진상용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올해는 재배농가를 8농가로 늘릴 계획이며 2022년 20농가, 2023년 50농가로 확대할 방침이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수요에 맞는 상품성을 갖춘 만큼 ㈜토종스토리는 고급화 전략을 펴고 있다.

㈜토종스토리에서 재배·판매하는 토종쌀의 경우 일체의 화학비료 없이 물관리만 하기 때문에 최고의 친환경이라 할 수 있다. 무농약을 거쳐 유기 인증을 받았으며 올해는 유기가공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생산량이 너무 적어 원곡 판매는 어렵고 지난 2018년부터 누룽지로 가공해 판매중이다. 나주로컬푸드와 광주 남구로컬푸드에 입점해 판매중이며, 올해는 신선식품 전문 판매사이트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 마을기업 지원 사업을 통해 가공설비기계를 갖추고 시제품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과 함께 소득·일자리 창출

㈜토종스토리에는 다양한 일꾼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역의 원주민과 귀농인은 물론 택배, 정미소, 사회적기업까지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 참여농가를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회의와 교육은 물론 마을공동사업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며 원주민들과 신뢰를 쌓고 있다. 또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다양한 공헌활동을 펼쳐왔다. 지역 결식아동, 장애인, 독거노인 등에 생산제품과 김장김치를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가장 큰 목표는 토종종자를 지켜내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품의 고부가가치를 통해 마을의 소득증대와 일자리창출도 도모한다.

'토종쌀'을 테마로 한 차별화된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에는 나주시 오량동 900여평의 논에 토종벼인 자광도, 졸장벼, 궐라도, 청송도, 보리벼, 옥경, 장끼찰, 측저도, 새다마금, 북흑저 등을 심고 모내기와 수확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학생들과 함께 벼를 베고, 훑기 행사를 통해 생소한 농촌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토종 쌀 역사와 변천사를 알리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토종스토리 관계자는 "마을기업을 거점으로 수익사업을 통해 공동의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 이익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종자주권과 건강한 먹거리를 다음 세대까지 전달하기 위해 누군가는 토종종자를 지켜야한다는 신념으로 마을기업을 일구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lyj2001@srb.co.kr


[인터뷰] 김도우 ㈜토종스토리 대표

"토종종자 반드시 지켜내는 컨트롤 타워 역할 하고 파"

"토종종자는 누군가 반드시 책임감을 갖고 지켜나가할 분야입니다. 앞으로 ㈜토종스토리가 토종종자를 알리고 확산시키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김도우 ㈜토종스토리 대표의 바람이다.

광주에서 오랫동안 요식업에 종사하다 나주로 귀농한 김 대표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찾다 우리네 토종종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 대표는 "음식을 만드는 직업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원재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신선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찾다보니 토종종자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됐다"고 회상했다.

토종종자에 관심을 갖게 된 김 대표는 함께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과 본격적인 토종쌀 재배에 나섰다.

김 대표는 "경기도 지역에 토종종자 전문가로부터 어렵사리 토종종자 18종을 구해 2015년부터 직접 토종쌀을 재배했다"며 "보통 종자쌀 1한알에 1천알 정도 수확할 수 있는데 농가에 보급할 수 있는 종자를 확보하기까지 무려 3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예전에는 우리나라에 1천400여종의 토종쌀종자가 있었고 마을마다 그 종자가 달라 그 쌀로 빚은 막걸리맛도 모두 달랐다고 한다"며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1970년대 통일벼 등이 보급되면서 점차 토종쌀이 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네 토종쌀은 키도 크고 '까락'이 있어 잘 쓰러지고 거친면이 있다. 반면 육종쌀들은 키고 작고 알도 커 수확량이 좋아 농가들이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농사의 경우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해 재해가 닥치면 수확량이 크게 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안전한 먹거리로는 최고다.

김 대표는 "다듬어지지 않은 땅에 거름도 없이 아무런 화학비료나 퇴비도 주지 않고 물관리만 하며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정말 우리 몸에 이롭다"며 "다만 재배면적에 비해 수확량이 너무 적어 가격이 비싸 고급화 전략으로 판매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토종스토리의 미래는 토종종자의 보급에 달렸다. 보다 많은 곳에서 많은 이들이 토종종자로 생산된 농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토종종자도 알리고 구입하고 싶은 사람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토종스토리가 토종종자 보급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다음 세대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전달하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lyj2001@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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