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 공·폐가에 '맛'을 입힌 건축물···명소로 재탄생

입력 2022.10.11. 17:06 이관우 기자
공공미술로 지역을 ‘펀(FUN)’ 하자
②광주폴리 대표작 장진우 '쿡폴리'
카페 '콩집'·한식당 '청미장' 구성
지역 청년들이 음식점 직접 운영
도시재생·청년 실업 등 대안 제시
대중성·시민 참여·의외성 반영해
구체적 도시체험 구성 '전국 확산'
3차 광주폴리의 하나인 쿡폴리 ‘청미장’은 2017년 동구 산수동 공폐가 한옥을 리모델링한 건축물이다. 한식당으로 운영되다가 현재는 새로운 콘텐츠 발굴을 위한 리뉴얼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공공미술로 지역을 ‘펀(FUN)’ 하자 ②광주폴리 대표작 장진우 '쿡폴리'

구도심의 공폐가를 개조해 카페와 한식당으로 활용한 쿡(Cook)폴리는 광주의 대표적인 공공미술 성공 사례로 꼽힌다.

슬럼화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단순히 감상용 건축물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방문객이 직접 문화콘텐츠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해 이전 광주폴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능적인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지역 청년들이 카페와 식당의 운영주체가 돼 창업 경험과 노하우를 쌓으며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는 청년실업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카페 '콩집'과 한식당 '청미장'으로 구성된 쿡폴리는 광주 동구 산수동에 위치해 있다. '광주폴리'의 세 번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현재는 카페와 한식당 모두 운영이 종료됐고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위한 리뉴얼이 진행 중이다.

광주폴리는 파빌리온의 공간과 가로 시설물의 공공기능, 폴리의 장식적 역할을 아우르며 도시재생에 기여할 수 있는 건축물을 의미한다.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시작됐지만 2013년부터 광주비엔날레재단의 독립적인 프로젝트로 운영되고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기획·제작 기간만 4년 가까이 소요된 3차 광주폴리에는 4개국 11팀이 참여작가로 함께했다. 천의영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가 총감독을 맡았고 세계적인 건축가와 셰프 등이 작가로 활동했다.

3차 광주폴리의 하나인 쿡폴리 '콩집'은 2017년 동구 산수동 공폐가 건물을 허물고 통유리로 새롭게 만든 건축물이다. 카페로 운영되다가 현재는 새로운 콘텐츠 발굴을 위한 리뉴얼 작업이 진행 중이다.

3차 광주폴리는 '도시의 일상성-멋과 맛'이라는 주제로 총 11개의 작품이 완성돼 광주 곳곳에서 도심의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중 쿡폴리는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의 명소 '장진우 거리'를 만든 장진우 셰프의 작품이다. 장 셰프는 도심 재생형이자 맛집형 폴리인 '스핀들마켓'을 비롯해 '마틸다', '방범포차', '문오리' 등 가게를 오픈한 바 있다.

그는 쿡폴리 작가로 합류해 산수동의 오래된 공폐가 건물 2채를 신축·리모델링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누구나 먹고 마시며 즐기는' 공간이 테마였다.

쿡폴리는 기획 과정에서 도시의 일상성을 핵심 개념으로 도시 공간을 생산하는 사회적 과정과 도시적 체험에 주목하고 이런 요소 가운데 '맛'이라는 화두가 작품에 반영됐다. 특히 대중성과 시민 참여, 의외성 등 원칙을 바탕으로 '보다, 걷다, 놀다, 먹다'라는 행위에 중점을 두고 구체적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쿡폴리는 청년들에게 '일터'를 제공했다. 장 셰프는 공모를 통해 쿡폴리를 운영하게 될 청년으로 선정된 7명에게 4개월 동안 요식업 노하우 등을 전수하며 이들이 창업 경험을 쌓고 추후 요식업계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이들이 벌어들인 매출의 20%는 다시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납부해 제2의 사업이 진행되도록 하는 선순환의 사업구조도 만들었다.

장 셰프는 카페와 식당 이름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먼저 6·25 전쟁 이후 광주에 처음 생겼던 한정식집 '청미장'의 이름을 붙여 역사와 문화를 덧칠했다.

청미장 왼편에 자리한 유리온실 외형의 카페는 1960년대 콩 안주에 정종을 홉술로 팔았던 충장로 3가의 '콩집 스탠드바'를 재현한 '콩집'이다.

쿡폴리는 분주한 준비 기간을 거쳐 2017년 1월 10일 정식 오픈했다.

'콩집'에서 열린 퓨전클래식 음악공연 모습

카페 '콩집'과 한식당 '청미장'은 곧바로 광주청년협동조합 '맛있는골목협동조합'이 운영을 맡아 영업했다.

이후 SNS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쿡폴리는 도시재생 활성화와 도시 현안 문제의 대안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관심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도시재생·환경 전문가와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학교의 현장교육이 줄을 이었다.

또한 충남 부여군청·경북 칠곡·전남 순천 등 전국 각지 마을사업단의 선진지 견학 대상이 됐고, 광주교대 영재교육원의 매쓰투어, 목포 정명여중의 직업 체험과 연계한 프로그램 등 지역 학생들의 현장학습도 번빈하게 발생했다.

국민의당 광주시당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광주시 제3기 청년위원회 등도 지역청년 문제 및 청년 창업현장 탐방 차원에서 방문하기도 했다.

쿡폴리는 카페와 식당 운영기간이 끝난 뒤에도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광주폴리 x 로컬식경' 강좌

지난 2월 25일부터 4월 22일까지 매주 금요일 콩과 들깨, 푸드문화 지리지 등 2가지 섹션으로 구성한 '광주폴리 x 로컬식경' 강좌를 총 9차례 열었다.

광주폴리 리뉴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강좌는 쿡폴리를 지속가능한 음식문화의 교역소로 만들기 위해 추진됐다. 나아가 쿡폴리와 광주의 음식문화 연계를 통해 도시재생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시도였다.

콩집에서는 주로 음식과 레시피, 인문학적 담론, 강연, 지역음식 소개 등이 이뤄졌고 청미장은 음식을 실험·소개·공유하는 자리였다.

현장에서는 광주의 음식문화에 대한 역사적 추적을 바탕으로 도출된 콩과 들깨를 중심으로 음식문헌연구자, 사회학자, 법학교수, 청년기업인 등을 초대해 음식을 만들고 시식하는 등 실험과 공유의 장이 펼쳐졌다.

이들은 음식을 통해 지역소멸과 토종씨앗소멸, 청년소멸 등 지방도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살펴보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지역 고유 음식문화를 도시 브랜드 전략으로 구축한 부산의 사례를 통해 '콩과 들깨'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한국 커피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모모스커피'의 부산 커피개발 전략을 비롯해 조선명란 복원을 통해 명란이 한국 고유 음식문화라는 것을 세계에 알린 '덕화푸드'의 러시아∼북한∼일본을 잇는 명란로드, 서민들의 음식에서 원도심 재생거점 복합문화공간이 된 '영도 아레아식스', 청년과 함께하는 '삼진어묵' 등 다양한 사례도 소개됐다.

새로운 전시 작품도 감상할 수 있었다. 박재영 작가는 광주 원도심의 기억과 역사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의 1차 광주폴리 '광주사람들'을 AR기법으로 재해석한 공공벤치 작품 '스핀-오프:포털'을 선보였다.

오석근 작가는 산수동 골목길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기록하는 등 산수동 주민들의 흔적을 담은 '산수사진지(寫眞誌)'를 3차 광주폴리 '꿈집'에서 영상작업으로 보여줬다.

쿡폴리는 지난해 6월에도 광주폴리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고민·생산하는 로컬브랜드 찬찬히방앗간과 함께 팝업스토어 '쌍화다방'을 운영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당시 팝업스토어에서는 아이스 쌍화와 쌍화라떼, 쌍화빙수 등 쌍화다방 시그니처 메뉴를 3가지를 선보였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광주폴리 리뉴얼은 단순 작품의 물리적인 재생을 넘어 미향의 도시 광주 음식문화사와 그와 관련한 인문학·창업·마케팅·유통 등 다양한 인프라를 전국에서 집중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사업을 펼쳐가는데 주안점을 뒀다"면서 "광주를 기반으로 하는 원천 콘텐츠가 갖는 잠재성을 통해 향후 광주폴리 전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식을 고안하는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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