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무용계 대모 박금자의 숨겨진 뒷얘기

입력 2021.08.25. 15:52 이관우 기자
[제자 박선희씨가 말하는 "우리 스승님"]
50년 무대인생 여러분야에 '최초'
전국 유일 광주시립무용단 창단
지방대 첫 무용과 개설해 교수로
광주 첫 국제행사 열고 발레 알려

전국 유일 공립발레단체인 광주시립발레단의 전신인 광주시립무용단 창단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박금자(80) 선생이 걸어온 50년 무용 인생이 회자되고 있다. 광주가 발레의 메카로 불리던 1970~80년대 광주 발레계의 전성기를 이끈 레전드 무용인이 한국 발레사에 남긴 족적을 그의 제자가 알려 화제다.

박금자 선생의 제자인 박선희 광주로얄발레단 대표는 23일 제4회 광주학 콜로키움에서 "박 선생은 광주 발레계가 여러 분야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만든 장본인"이라면서 "아무도 발레에 관심을 두지 않던 시절 지방 유일 공립발레단체인 광주시립무용단의 창단을 주도하고, 지방 최초로 대학(조선대)에 무용과를 개설하는 데 기여한 광주 발레계의 대모"라고 말했다.

1976년 초대 단장인 박 선생을 필두로 광주시립무용단이 창단됐다. 초창기에는 발레와 함께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함께 공연하다가 이듬해부터 발레단체로서 정식 출범했다. 박선희 대표는 "창단 당시에는 형편상 다양한 장르의 무용 작품을 선보였다"면서 "발레 작품인 백조의 호수 2막, 한국무용 작품인 가을의 향연, 현대무용 작품인 상실된 언어 등이 대표 공연이었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광주시립무용단의 단원들은 대부분 박금자무용단 수강생들이었다.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광주시 지원이 미비한 시절이라, 명칭은 시립무용단이지만 사실상 '공립 박금자무용단'이나 다름없었다. 박금자무용단 수강생 중 한명인 박선희 대표는 "박 선생은 학원을 연구소로 부르던 1960년대 동구 계림동에 이원무용연구소를 개설하고 무용수 양성에 나섰다"면서 "이후 이곳 수강생들을 중심으로 박금자무용단을 운영하면서 각종 공연을 펼쳤다. 박 선생이 강력하게 추진해 창단된 시립무용단에도 박금자무용단 소속 무용수가 많았다"고 했다.

초창기 단원들은 제대로 된 연습실조차 없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 활동했다. 그야말로 무일푼 재능 기부 수준의 대우를 받았지만, 이들을 지탱해준 건 단장으로 있던 박 선생이었다. 박 대표는 "나무로 된 댄스플로어에서 연습을 하다 보니 토슈즈가 남아나질 않았다. 월급도 교통비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면서도 "박 선생은 단원들에게 '우리가 최고이며, 지방 유일 발레단체'라는 자부심을 심어줬고,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했다"고 했다.

광주시립발레단이 상주하고 있는 광주문화예술회관

시립무용단은 광주시민회관을 연습실로 사용하다가 1970년대 말 개관한 남도예술회관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이곳에서 광주 발레의 기틀이 다져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표는 "남도예술회관이 개관하면서 공연 준비가 훨씬 수월해졌다. 무용수들 건의로 무대 조명과 객석 등이 크게 개선됐다. 시립무용단이 한 단계 도약하데 있어서 큰 역할을 했다"면서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선보인 차이콥스키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전막 공연은 광주 시민들이 최초로 관람한 고전발레 전막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공연이 발단이 돼 무용수를 꿈꾸는 학생들이 부쩍 많아졌었다"고 덧붙였다.

시립무용단은 1991년이 돼서야 광주문화예술회관에 새 둥지를 튼다. 개관 기념작으로 고전발레 대표 작품인 백조의 호수 전막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이후 2017년 광주시립발레단으로 명칭이 개명된다. 시립발레단은 올해 10월 창단 45주년을 맞는다. 박 대표는 "박 선생이 명칭 변경을 수차례 광주시 등에 건의했지만 매번 조례 등 이유로 불발됐다가 거의 30년이 지나서야 그의 바람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시립무용단의 광주문예회관 시절은 '최초'라는 타이틀을 여럿 거머진 시기였다. 박 선생이 만든 한국 소재 최초 창작발레작품들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전 세계 무용인들이 함께하는 국제행사가 광주에서 열리는 등 역사적인 날의 연속이었다. 박 대표는 "박 선생은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한국 소재를 이용해 우리 고유의 멋을 발레에 접목하는 것이었다"면서 "광주문예회관 시절은 박 선생의 꿈이 실제로 이뤄지고 광주 무용계의 위상이 급상승한 시기였다"고 했다.

실제로 1994년 한국 역사상 최초로 광주에서 열린 제1회 광주 국제 발레 페스티벌에서 시립무용단은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뉴욕 조프리발레단 등 세계적인 발레단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주목받았다. 시립무용단은 당시 레퀴엠과 돈키호테 파드되로 행사에 참여했다.

이듬해 벌어진 제1회 광주 국제 발레 콩쿠르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을 비롯한 13개국 66개팀이 참가했고, 시립무용단은 한국 창작무용 작품인 '우수영의 원무' 전막을 무대에 올렸다. 언론은 이 국제행사를 '서울 중심 기존 문화적 풍토를 뒤엎은 광주의 문화 혁명'이라고 보도했다. 전 세계 무용인들이 함께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박 선생이 섭외한 세계 최정상급 심사위원들의 역할이 컸다. 박 대표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학교의 소피아 고로프키나 교장, 독일 슈투르가르트발레단의 리차드 크레이건 예술감독 등 전 세계 무용계를 이끄는 리더들이 함께했다. 박 선생이 아니었다면 이런 거장들을 섭외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선생이 교육자로 재직하던 시절 광주 무용계는 또 다른 '최초'라는 타이틀은 달았다. 조선대가 지방 대학 최초로 무용과를 개설한 것이다. 박 대표는 "박 선생은 1972년 조선대 무용과를 개설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후 무용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무용수를 배출했다"고 했다.

박 대표는 "박 선생을 거론하지 않고서는 광주 발레사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업적은 셀 수 없이 많다. 오로지 발레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한 평생 살아온 그는 광주 발레사의 산증인"이라면서 "미래를 먼저 선점하고자 하는 그의 집념과 열정을 이어받아 광주 발레계 발전에 더욱 힘쓰겠다"고 했다.

한편 박금자 선생은 광주 북동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 처음 춤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무용계에 입문한 건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한 시기 광주 무용계를 이끌던 정병호 선생의 제자로 들어가면서다. 이후 조선대 교수, 광주시립무용단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심청전', '춘향전', '우수영의 원무', '장희빈', '직녀성의 향연' 등 창작발레 작품을 남겼다. 현재는 성암아트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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