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워크 라이프 이펙트' 진행 중
5·18과 펜데믹 아우르는 '치유' 집중
"관람객, 정답 근접하려 노력 않길"
"5·18민주화운동이라는 것이 접근하기가 어렵고 미묘한 영역이었습니다. 제 아버지쪽이 아일랜드계인데 선조들로부터 역사적인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목격해왔습니다. 이것은 제 작업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그것이 광주의 오월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을 줬습니다."
지난 1일 광주시립미술관을 찾은 세계적 현대미술계 거장 리암 길릭이 이번 전시 작품 '눈 속의 공장'에 대해 설명하며 광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자신만의 이해를 이같이 밝혔다.
리암 길릭은 현재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아시아에서는 미술관 규모로는 최초로 개인전 '워크 라이프 이펙트(The Work Life Effect)'를 갖고 있다. 이에 자신의 전시를 둘러보고 지역과 소통하기 위해 지난달 말 광주를 찾았다.
이번 전시는 전승보 관장이 지난 2018년 부임하며 동시대 현대미술 담론을 지역 미술관서 이뤄지게 하겠다는 취지 아래 추진됐다. 2019년 9월 '전시장을 직접 답사하고 결정하겠다'는 뜻에 따라 리암 길릭은 직접 미술관을 찾아 2박 3일 동안 전시장과 광주를 둘러보고 돌아가 전시 결정을 내렸다.
그의 결정은 비교적 빨랐지만 전시까지는 여정이 길었다. 당초 지난해에 전시를 예정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일정이 미뤄졌다. 더구나 지난해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으로 전시를 이에 맞춰 기획하기도 했었다. 전 관장에 따르면 리암 길릭이 최초로 보낸 에스키스(작품 밑그림) 다수가 광주의 오월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전시가 한 해 미뤄지면서 오월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오월과 팬데믹을 아우르는 주제로 전시를 확장하게 됐다. 예술을 통한 '치유' '회복'이 바로 이번 전시의 맥이다.
그 중 '눈 속의 공장'은 이들의 첫 기획이 남아있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군사정부에 대항하는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의 시작을 알린 노래 '그란도랄 빌라 모레나'를 차용한 작품이다.
리암 길릭은 이와 관련해 "주제가 접근하기 어려워 표현이 어려웠지만 내게 더욱 중요한 것은 80년 5월 당시 이후의 이것을 기념하거나 기억하려는 과정에 있었던 지속적 투쟁이다. 이것들이 내게 더욱 영향을 미쳤다"며 "원래의 작업 성향도 전시가 열리는 공간이나 도시의 역사성을 담는데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을 재현하기 보다는 새롭게 해석하는 편이다. 무언가를 투명하게 드러내기 보다는 이것을 보는 사람들이 사유하게 유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코로나19로 리암 길릭 또한 예정했던 많은 전시들이 취소됐다. "그 덕에 이 전시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한 그는 코로나19로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한 이번 전시가 좋은 경험이 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팬데믹으로 전시장을 오가기 어려운 상황서 리암 길릭은 전시장 도면을 갖고 전시 설계를 하고 시립미술관 학예사들과 영상통화 등 비대면 연락망을 통해 전시를 구현했다.
그는 " 어쩌면 전통적 전시 작업 방식보다 더 좋은 경험인 것 같다. 관장과 모든 직원들이 '이 전시는 공동책임'이라는 인식 아래 꾸준하고 성실하게 일을 해준 것에 감사를 전한다"며 "이전에는 설치하다가 학예사들이 질문을 하면 '현장에 가서 말씀드리겠다'며 미루기 일쑤였는데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어 즉각적인 답변을 해줘야했고 이것은 내게 좋은 경험이었다"고 웃어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시를 보는 이들에게 '정답'에 근접하려 노력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리암 길릭은 "정답에 근접하려 할 수록 보는 이들의 생각을 차단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나의 작품들은 누구나 아는 것을 설치함으로써 이것을 보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려한다. 내 작품을 보고 많은 해석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지역 청년작가들을 만난 것에 이어 2일 조선대 미술학과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한 리암 길릭은 10일 뉴욕으로 다시 돌아간다.
한편 리암 길릭은 현대 미술계 흐름을 주도하는 세계적 거장이다. 현대미술사의 중요 개념인 '관계 미학'의 이론적 성립에 주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테이트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왔으며 2009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대표 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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