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주기 앞두고 물 속 진혼무
어두운 물 속 천 아래, 손짓과 고개짓이 어렴풋 비친다. 천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그러지를 못하고 발버둥치는 듯한 움직임. 7년 전 봄, 손 한 번 내밀어주지 못한채 차가운 물속으로 보내야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세월호 7주기를 앞두고 전남도립국악단이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한 물 속 춤 '기억되지 못하는 운명들의 기억'의 한 장면이다.
5분 5초 분량의 이번 영상은 그동안 도립국악단이 선보였던 온라인 공연 '감성처방전'의 시즌3 첫 번째 공개작이다. '기억되지 못하는 운명'을 기어이 살아내야하는 이들의 쓸쓸함을 눅눅한 연민의 몸짓으로 위로하고자 만들어졌다. 무용수의 감정 변화를 흑백 미쟝센으로 담아내 먹먹함과 여운을 전한다.
작품의 연출과 작·편곡은 류형선 전남도립국악단 예술감독이 맡았다. 류 감독은 지난해 5·18민주화운동 40주기 작품 '봄날'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취임 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의 주제가 '가시리'를 작곡하는 등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온 인물.
이번 작품 또한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물 속 진혼무로 승화해냈다. 류 감독은 "가장 아픈 실체를 드러내는 일이야 말로 예술 본연의 일"이라며 "기억되지 못하는 운명들의 기억은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온 나라를 울리고 떠난 세월호 아이들과 오늘날 코로나19로 사방이 물 속 같을 이들에 대한 위로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파격적 시도라 할 수 있다. 무대를 물 속으로 옮겨온 것. 이번 작품을 위해 홍은주 무용부 단원은 장장 10시간에 거친 수중 열연을 펼쳐야 했다.
홍 단원은 "잠시 잠깐이었지만 물 속에서 밀려드는 두려움과 외로움, 아픔 등을 이루 설명할 수 없다"며 "진심을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해 많은 힘을 기울였고 세월호의 아픔을 감히 다 헤아릴 수 없지만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보듬어주고 싶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번 물 속 춤 '기억되지 못하는 운명들의 기억'은 도립국악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누구나 감상할 수 있으며 단순한 무대 영상이 아닌 감각적 연출을 덧입힌 영상을 제작해 연내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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