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고3…중년돼 기록화 참여
부채·영광으로 범벅된 마음
10개 대작에 열사 정신 담아
"오월에 대한 부채만큼이나 이번 작업에 대한 부담이 정신적으로 큽니다. 잘해내고 싶은 욕심 뿐이에요."
지난 2일 광산구에서 윤상원 열사 일대기 그림 제작 중간보고회를 마친 하성흡 작가는 이번 작업에 대한 욕심을 이처럼 드러냈다.
이번 작업은 광산구와 윤상원기념사업회가 윤 열사의 기념관을 건립하는 과정서 추진된 것으로 그의 일대기를 100호~150호 사이즈의 한지에 기록화 형식으로 그려낸다.
하 작가에게 이번 작업은 80년 5월에 대한 부채를 갚아나가는 과정이다. 80년 5월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그는 민주화운동 초기부터 거리로 나섰으나 시민군들이 전남도청을 사수하자 울부짖었던 26일 밤에는 그곳에 있지 못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전일빌딩 뒷길로 빠져나오며 하 작가는 "이 실상을 그림으로 그려야한다"며 자신을 합리화했다고 회상한다.
27일 새벽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를 지켜주십시오'라는 가두방송을 들으며 동구 장동의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던 하 작가는 이날의 죄책감을 가슴 깊숙이 새겼다.
하 작가는 "시민군이 최후의 항쟁을 벌이며 도청을 사수할 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이 가슴 깊이 남았다"며 "그 부채의식이 나를 여기까지 이끈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월에 대한 부채만큼이나 윤상원 열사의 일대기를 잘 그려야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며 "이것이 잘못되면 죄를 짓는 일처럼 느껴지기에 잘해내고 싶은 욕심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윤상원 열사의 삶을 유년시절부터 들불야학 활동, 5·18민주화운동까지를 3~4개월에 거쳐 10폭의 초벌 그림으로 그려냈다. 이는 이날 중간발표회에서 나온 기념사업회 피드백에 따라 수정·보완돼 11~12폭의 작품으로 오는 11월 말께나 완성될 계획이다.
그는 10개의 초벌 그림 중 '대변인'이라는 주제를 가장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주제로 꼽았다. 이 주제의 그림에는 윤 열사가 왜 대변인이 되고자 했는지, 왜 야학에 참여했는지 등이 담긴다.
하 작가는 "그가 대변인으로 활동한지는 24시간이 채 안된다. 외신기자와의 기자회견이 그가 대변인으로서 한 일의 전부"라며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광주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는 것을 역사에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항쟁의 정체성을 바로 세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작업물이 광산을 넘어서 광주의 유산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80년 5월 속 윤 열사의 의미와 또 그 이후 6월 항쟁을 넘어서 촛불까지 그가 끼친 영향을 되새겨본다면 광주는 물론 한국에 남겨진 유산과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 작가는 "공식적 자료는 물론 윤 열사 주변인들의 이야기까지 모두 듣고 기록하고 공부했다"며 "작업 이전에 윤 열사에 대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면 이번 작업을 통해 한 개인의 위대한 삶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그는 80년 5월에만 머무르지 않고 최근의 촛불 등 한국의 민주주의를 성공시킨 인물이라 생각한다"며 "광산을 넘어 광주의 중요한 유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소망을 전했다.
한편 윤상원 열사는 전남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주택은행에서 근무하다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이를 그만두고 광주로 내려와 한남플라스틱에 취업했다. 이후 5·18이 일어나자 항쟁지도부에서 대변인 활동을 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이다. 그의 기념관은 현재 그의 생가 인근 마을회관 자리에 건립될 계획이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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