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어느 정당도 이기지 못한 22대 총선

@박지경 입력 2024.04.24. 17:52
- 국민만 승리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2대 총선이 끝났다. 성적표는 '더불어민주당 161석, 국민의힘 90 석, 국민의미래 18석,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이다.

누가 봐도 야당의 압승이다. 여당 국민의 힘은 지역구 90석에 소속 비례정당인 국민의 미래 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데 그쳤다. 한 때 식구였던 이준석 당선인의 개혁신당을 포함해도 111석에 불과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소속 비례정당으로 벌써 통합을 선언한 더불어민주연합 14석을 포함, 175석이나 얻었다. 여기에 비슷한 색깔의 조국혁신당 12석을 포함하면 187석이나 된다. 민주당은 비례정당을 포함해 177석을 얻은 4년 전 21대 총선 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다고 볼 수 있다.

총선 민심이 워낙 야당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자 일각에서는 단독 개헌 가능선인 200석 이상을 야당이 가져갈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으나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역대 최악의 참패를 기록한 보수정당 여당으로서는 개헌저지선을 확보한 데 만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총선 결과를 두고 많은 분석과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이 '집권 세력에 대한 심판'의 결과로 본다.

이번 총선에서는 '윤석열 심판'과 '이재명 심판'이란 쟁점이 맞붙었다. 여당은 총선이 '집권당 심판'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세웠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만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비판과 반발이 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역대 최악의 공천 과정을 다 보여줬다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 심리는 모두 묻히고 말았다. 일반 국민에게 민주당의 공천 과정 문제점은 여당 심판론에 비하면 작은 것이었다.

이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정치권 한 중심에 우뚝 섰다. 비록 국정 운영의 모든 권한은 윤석열 대통량이 갖고 있지만 동력을 이미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이 대표의 도움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이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민주당과 이 대표의 '오버페이스'다. 총선 승리에 도취돼 민주당 힘을 과신하고 마음대로 의회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다.

일부 국민은 윤 대통령의 집권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겠지만 그것은 헌정질서만 어지럽게 할 뿐이다. 대다수 국민은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틀을 바꿔 남은 임기를 무난하게 채우기를 바란다. 일각에서는 '하루빨리 현 정권을 몰아내라'고 의석을 몰아줬다는 총선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우리나라에서 그 해석은 지나친 것이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이번 총선 결과를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 대승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선거가 더 늦게 치뤄졌다면 야당 압승을 견제하는 보수층이 더 많이 투표장으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즉 집권세력의 폭주를 견제하는 국민이 훨씬 많지만 야당의 독주를 우려하는 국민도 상당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대다수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심판은 잠시 보류한 것으로 봐야 한다. 폭주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걱정이 더 컸을 뿐이다. 윤 정권의 힘이 더 빠지고 야당의 독주가 심해지면 국민은 언제든지 야당을 심판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자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승리로 판단하길 바란다. 윤 정권에 대한 실제 민심은 200개 이상의 의석을 야당에 주는 수준이었으나 국민은 막판에 자제했다. 이는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경고나 채찍질로 해석해야 한다. 200석을 못 얻은 민주당은 우리도 패배했다고 생각해야 향후 대권으로 가는 길에 파란불이 켜질 것이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고 2년 후 지방선거과 이어진 대선에서 완패한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아쉬순 점은 진보당과 녹색정의당 등 진보 정치세력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된 것이다. 우리의 기준으로는 민주당을 진보세력으로 볼지 몰라도 서구유럽의 눈으로 보면 민주당도 보수정당이다. 그만큼 진보적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진보정당 패배 원인은 진보정당 내에 있다고 봐야 한다. 매번 나오는 인물이 '그 나물에 그밥'이니 신선감이 떨어지고 정책도 20~30년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어느 정당보다 시대를 앞서야 하는데 오히려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절치부심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총선에서 참패한 윤 대통령에게 조언한다. 임기를 1년 단축하고 4년 중임 개헌으로 정치적 성과를 남기는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 이것이 가장 후진적이라고 평가 받는 한국 정치의 위기를 돌파하는 길이다. 또 노동·의료·연금 개혁 등 앞선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못한 과제를 이뤄내기 기대한다. 그러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왜 대통령이 됐는지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유권자에게 바란다. 현재의 한국 정치는 '특정 정파·인물에 대한 찬성·반대'만 난무한다. 유권자들은 한국 정치 수준이 낮다고 비판하면서 그런 정치를 만들어 주고 있다. 철학과 소신, 정책과 비전이 정치권의 논쟁거리가 되고 이에 대한 평가와 심판이 선거의 쟁점이 되는 정치, 그런 정치를 만들어가는 것은 국민이고 유권자의 몫이다.?박지경 디지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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