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이번엔 '호갱'에서 탈출합시다

@박석호 입력 2024.04.03. 17:37
‘미워도 다시 한번’…이제는 그만합시다

영·호남으로 지역 색이 극렬하게 갈렸던 1980∼1990년대.

선거 때만 되면 거대 양당과 정치인들은 어김없이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치며 눈물로 표를 호소했고, 유권자들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며 표로 화답했다. 자질과 능력이 없는데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도, 심지어 전과와 허물이 있어도 이런 구호만 외치면 성공(?)을 거뒀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선거 때만 되면 이런 구호들이 난무한다.

광주·전남은 더불어민주당에게는 너무 좋은 텃밭이다.

민주당 후보라면 광주·전남만큼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도 없을 것이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 걱정이다. 오죽했으면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비아냥을 받겠는가. 민주당의 절대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18개 선거구를 싹쓸이했다. 민주당 말뚝만 박아도 당선됐으니,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편하게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이렇듯 광주·전남은 민주당에게만 짝사랑을 보내왔지만 돌아온 것은 실망과 후회, 배신감뿐이었다. 이런데도 매번 선거 때만 되면 민주당에 '몰빵 투표'를 하는 것을 보면 정말로 아이러니하다. 그러다보니 민주당과 후보들에게 만만한 '물'로 보이지 않겠나. 최근 광주·전남 신세는 민주당으로부터 푸대접과 차별을 받는 등 '팽'을 당하는 모양새다. 속칭 '밀당'(밀고 당기기)도 없이 수십 년간 짝사랑을 해오다 차인 꼴이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민주당 공천 파동으로 지역 민심 이반이 심각했다.

어느 때보다 22대 총선 공천 잡음이 심했고 금도를 넘어섰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재명 대표는 '시스템 공천'이라고 강변했지만 지역민들 대다수는 믿지 않았다. 오히려 이재명 사당(私黨)을 만들기 위한 사천(私薦)이라고 생각했다. 겉은 시스템 공천처럼 보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친명'에 유리하고 '비명'에 불리한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이었다. 결과도 그랬다. 거센 비판 여론으로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근 '정권심판론'에 불이 붙으면서 또 다시 '미워도 다시 한 번 민주당'이라는 결집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무등일보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실시한 광주 동남을과 광산을, 순천·광양·곡성·구례을, 담양·함평·영광·장성 등 격전지 여론조사에서 '거물급' 후보와 유력후보들이 '정권심판론'이라는 거센 파도에 밀려 민주당 후보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만, 정부와 여당의 실정에 실망한 지역민들은 민주당 대안으로 조국혁신당에 열광하고 있다.

광주·전남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집권 10년과 대표적 야도(野都)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살기 힘든 지역 중의 하나이다. 지금의 현실은 민주당과 지역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지만, 정책과 비전이 아닌 정치적 선택만 해온 우리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우리의 오랜 침묵과 관행이 지역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정치권만 탓할 것이 아니다. 1주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 후보자 면면을 보고, 경쟁력과 지역 발전을 위한 후보를 선택하자. 황무지든 불모지든 땅을 잘 가꿔 풍성한 수확을 낼 수 있다면 경작자는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텃밭의 진짜 주인은 경작자가 아니라 광주·전남 시도민,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심정으로 무턱대고 (?번)을 찍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면 그들의 '슈퍼갑질'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호갱님'이 아니다. 내일이면 늦는다. 광주·전남이 만만하지 않다면 감동과 전략이 있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

박석호 취재1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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