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선거의 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대표 입력 2022.01.05. 17:42

새해가 되면 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희망을 얘기하지만, 그 이면에 깔린 불안감 또한 작지 않다. 그게 인간의 심상이다.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호랑이의 상서로운 기운이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을 휘감아 끌어 올릴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코로나19로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이 시대의 서민들에게 용기를 주리라는 믿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드는 건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2022년은 선거의 해라 더욱 그렇다. 한 해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치러지는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20년 만이다. 3월9일에 제20대 대통령선거, 6월1일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지역의 명운을 가를 중요한 선거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아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불리는 대통령선거 얘기부터 먼저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연초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일제히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골든크로스니, 데드크로스니 해가며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집안싸움에 바람 잘 날 없는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반격의 기회를 잡고자 혈안이다. 국민들의 여론이 정권재창출보다는 정권교체에 무게가 실리는 점을 내세운다. 진보와 보수 진영의 피 말리는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부동층의 확장이다.

대개 선거는 투표일이 가까워 올수록 부동층 비율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정반대다. 선거를 두 달 남겨둔 시점의 부동층이 여론조사별로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20% 넘게 나오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30%대 후반 박스권에 갇혀 있고,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이쯤 되면 민주당이 골든크로스라고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다.

왜일까. 주변에서 '사상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다'. '도대체 찍을 후보가 없다'는 말을 곧잘 듣는다. 국민들의 정치적 피로도가 최정점에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다. 어느 날인가, 한 후보 부인의 경력위조 의혹과 상대 후보의 아들 도박 문제가 동시에 터진 적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도 흔하지 않은 허물이 하루에 두 명의 대통령 후보에게서 쏟아지는 현실, 과연 이게 대한민국의 현주소인가 싶다. 후보 본인들의 도덕성, 자질 논란에 잇따른 실언, 가족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대선에 거는 기대감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갈라선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내로남불 비방전, 극한으로 치닫는 네거티브 공방 또한 유권자들의 정치적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앞으로 중도층의 향배나 후보 단일화, 코로나19 방역상황 등 여러 변수들이 작용하겠지만 이런 본질적인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사상 최악의 대선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지방자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선거 상황도 만만치 않다. 대선 직후 3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이다 보니, 모든 게 대선에 가려져 있다. 후보도, 정책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나마 역대급 리턴매치가 예상되는 광주시장 선거나 후보 10여명이 난립한 광주시교육감 선거가 관심을 끌뿐 다른 선거, 특히 지방의원 선거는 완전 깜깜이다. 코로나19와 대선 정국 시기인지라, 예비후보들의 속도 타들어가겠지만 유권자들은 더 답답하다. 대선결과에 따라 새판짜기가 될 수 있으니, 지금은 대충 뭉개다가 대선 즈음에 본격 등판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유권자들을 상대로 정책을 알리기보다는 대선캠프에 연줄을 대는 것이 더 급한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선거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에 등을 돌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유권자들의 냉소적인 비판도 쏟아진다. '이런 수준의 후보들이라면 대통령이 누가 된들 무슨 상관이냐, 그런다고 이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겠느냐'는 등의 시니컬한 반응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국민은 딱 그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격언이 있다. 유권자들은 자기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선택하고 그렇게 선택된 지도자는 또 그 국민 수준에 맞는 정치를 한다는 의미다. 간단한 이치 같지만 그 이면에는 무섭고 엄중한 현실이 있다. 이번 두 차례 선거가 대한민국의 5년을 좌우하고 지역의 운명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건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그 책임은 오롯이 유권자에게 있다. '정치란 덜 나쁜 놈을 골라 뽑는 과정'이라고 일갈했던 고 함석헌 옹이 소환되는 요즘이다.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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