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기생충'과 '오징어게임'

@박석호 입력 2021.12.15. 15:48

'기생충'과 '오징어게임'두 콘텐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 세계가 주목한 우리나라 영화와 드라마다. '기생충'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을 수상했고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 넷플릭스시장에서 46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미국 영화·TV쇼 시상식인 골든글로브 3개 부문 후보까지 올랐다. 두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에는 뛰어난 각본과 연출력이 있다. 하지만 이 것만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를 넘어 글로벌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바로 불평등과 양극화.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우리 사회와 자본주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다. 여전히 존재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전세계적인 사회 모순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는 점이 세계인들의 반향을 일으켰다.

불평등과 양극화. 세계적 공통 화두이자 해묵은 난제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평등과 양극화는 있었다. 하지만 격차는 커지고 벌어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당연한 결과라고 말하지만 역으로 보면 시장경제의 모순이다. 땀 흘린 대가 만큼 돈을 버는 것은 맞다. 하지만 부자들은 과연 노력한 만큼 수입을 올리고 있는가? 가난한 사람에게는 노력할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가? 돈 있는 사람만 더 배부르고 돈 없는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사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21세기 자본' 저자인 토마 피케티는 미국 상위 1% 소득이 1980년 평균소득의 9배였지만 2010년에는 20배로 늘어났다고 우려했다.

한국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한 나라다.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주요 국가의 상위 10%는 전체소득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46.8%와 러시아 45.5%에 이어 한국 43.3%, 일본 41.6%, 중국 41.4%, 영국 35.5%, 프랑스 33.3% 등의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1970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1인당 국민소득) 254달러에서 2020년에는 3만달러를 넘었다. 반세기가 지났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도 가난은 여전하고 빈부격차는 심해진다. 파이는 커지고 있지만 함께 나눠 먹지 않는다.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는 불평등의 골을 깊게 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4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분기 평균 소득 감소율은 17.1%인 반면 5분위(최상위 20%)는 1.5%에 그쳤다. 코로나는 세상의 많은 약자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휘몰아친 고통의 시간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해도 이미 커진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약자들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이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평등을 가치로 둔 진보정권이어서 더욱 실망스럽다. 부동산 정책, 정규직화 정책, 검찰 개혁, 의료개혁, 교육개혁 등 현 정부가 시도한 모든 개혁들은 성과는 커녕 부작용만 낳았고 오히려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플라톤은 불평등한 계층사회를 이상 국가로 전제했다. 그는 능력과 노력에 따라 어느 정도 불평등해야 하지만, 가난한 자와 부자 사이의 격차가 4배 이상 벌어지면 공동체 갈등이 심화하고 내란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 수백 배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겪고 있다.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은 비록 솔루션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불평등과 양극화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영화와 드라마는 우리 사회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과 같다.

올 한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코로나로 아쉬운 한 해가 또 저물어간다. 내년은 대통령선거가 있다. 대선 후보들은 두 작품이 던진 메시지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물음에 답해야 한다. 박석호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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