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END가 아닌 AND···위드 코로나의 시작

@류성훈 입력 2021.10.27. 17:45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가 얼어붙었다. 잠시 참아내면 스쳐지날 줄 알았던 바이러스는 2년여 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을 깡그리 집어삼켰다. 국민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일상을 경험하며 강요당하고 있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매일매일 코로나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등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백신이 구세주처럼 등장했지만 아직도 팬데믹과의 전쟁은 진행 중이다.

그 사이, 아파트 1층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갈 때조차 마스크를 안쓰면 너무나 어색하게 됐다.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갈 때 발열 체크와 QR코드를 찍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가급적 회식은 자제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는 1차 저녁자리 이후 귀가하는 것이 어느덧 몸에 배었다.

주말이면 외식 대신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면서 배달음식을 시켜먹는게 일상이 됐다. 지난해만 해도 코로나 확진자가 100명을 넘기면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며 몸을 사렸는데, 언젠가부터는 1천명을 훌쩍 넘겨도 그런가보다 하고 무덤덤해졌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변화된 일상에 점차 적응 중이라지만, 제약받는 삶이 1년 넘게 이어지자 인내심이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이나 자영업자 등은 생계와 직결되다 보니 불만과 고통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어서면서 정부가 위드 코로나 정책을 본궤도에 올렸다. 첫 백신 접종이 이뤄진 지난 2월 26일 이후 240일 만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백신 접종이 시작됐음에도 백신 수급을 위한 정부의 대응과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 접종에 솔선수범한 국민, 이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0번째로 높은 접종 완료율을 보였다. 광주의 경우 27일 현재 전체 인구 144만1천552명 가운데 백신 접종 완료자가 70.02%에 이른다. 전남에서는 184만명의 도민 중 75.2%가 접종을 마쳤다.

코로나의 종식을 의미하는 포스트 코로나의 가능성이 낮은 만큼 이제 공존의 길을 선택, 단계적 일상 회복을 하자는 '위드 코로나'가 11월 1일부터 시작된다. 코로나는 독감 바이러스처럼 영원히 사라지지 않은 채 인류와 공존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이웃'이 됐으니, 백신 접종률을 높이면서 철저한 개인 방역수칙으로 팬데믹을 통제하자는 전략이다.

정부는 내년 초 완전한 일상 회복을 목표로 내달 1일부터 유흥시설을 제외한 모든 시설에서 24시간 영업을 가능토록 했다. 12월에는 대규모 행사를 허용한 뒤 내년 1월에는 사적모임 제한을 푸는 3단계 규제 해제가 이뤄질 전망이다. '코로나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출범시킨 정부는 이달 말까지 보다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렇듯 일상 회복에 속도가 붙으면서 국민들은 제한적이나마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꿈꾸고 있다. 무등일보가 최근 리얼미터에 의뢰해 광주·전남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지역민 10명 중 8명이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했으며, 위드 코로나가 되면 '가족·지인과 모임'을 자유롭게 하고 싶다고 가장 많이 꼽은 점을 보더라도,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팬데믹에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모든 이들의 공통적인 바람이 그저 평범한 일상 회복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마냥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코로나를 영원히 퇴치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변화와 고민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위드 코로나 정책의 핵심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강제성 있는 방역 조치를 해제하는데 있는 만큼 단계적 일상회복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차분하고 냉철한 대응이 절실하다. 접종 완료율이 높은 영국,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 신규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속속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방심한 사이 창궐한다는 점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 국내에서 감염증 환자가 처음 발생한지 651일만에, 그 이전에는 아주 평범하고 당연했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위드 코로나의 연착륙이 중요하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위드 코로나의 출구를 지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100%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류성훈 취재3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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