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왜 '노랑'이었을까?···컬러 마케팅에 주목한다

@강동준 입력 2021.06.09. 18:00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의 신' 헬리오스는 노란 옷을 입고 금색마차를 타며 하늘 위를 날아다녔다. 초기 기독교에서 노랑은 교황과 관련이 있었고, '천국으로 가는 황금열쇠'를 뜻하기도 했다.… 신기한 점은 '어두운 노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랑이나 빨강에 검정이 추가되면 어두워질 뿐이지만, 노랑에 검정을 섞으면 녹색으로 변한다. 노란 햇빛이 어둠을 밝히는 것처럼, 노랑은 스펙트럼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색이다. 이런 발광성 때문에 다른 색보다 훨씬 눈에 띄어 제일 먼저 시선을 집중시킨다.…"

'옐로 시티 장성'의 유쾌한 반란

'예술가들이 사랑한 컬러의 역사'(데이비드 콜즈.영진닷컴.2020)책에 담긴 내용이다. 인간이 사용한 노랑 물감의 역사는 25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안료, 오커(CHRES,황토)얘기다. 인도 문화부터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까지 세계 곳곳에 이런 황토로 만든 고대 예술품이 남아있다. 천연 오커에 함유된 철로 다양한 노랑과 빨강, 갈색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중세에선 노란색이 필사본 채색가에게 가장 중요했다. '청춘의 기쁨'이라는 꽃말을 가진 크로커스 꽃의 수술에서 추출했다. '페르시안 옐로' 사프란(SAFFRON)은 로마 황제가 목욕할 때 뿌리는 향수로, 이집트인은 미라 붕대를 염색하는데 썼다고 한다. 크로커스 꽃 8천 송이를 손으로 따야 사프란 줄기 100g을 모았다고 하니 지극 정성의 색임에 분명하다.

이런 옐로, 노랑의 물감을 통해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는 곳이 있다. 전국 최초의 색채마케팅 도시, 장성군이다. 늘 시작은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비롯된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영국 유학시절 관람했던 '첼시 플라워쇼'를 보고 꽃과 나무, 건물과 공간이 조화롭게 디자인되었을 때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룡강 노란꽃 잔치'를 시작했다고 한다. 여름 장마 때는 강둑 범람이 잦은데다, 수풀만 우거진 채 버려졌던 황룡강에 꽃을 심고 디자인을 입혔다. 축제는 3년 연속 100만명 방문을 기록하며 대박행진을 이어갔다. 이제는 국가정원 지정을 꿈꾸고 있다.

그는 "고령화의 막막한 농촌현실에서 생각을 바꾸면 희망이 된다, …뭔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컬러가 자원이 된다"는 절박함이 컸다고 했다. 누런 용이 산다는 황룡, 그 전설에서 시작한 옐로 시티 프로젝트는 이제 '입다, 품다, 물들다, 자부심'으로 이어지는 4대 콘셉트로 확산중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고충과 어려움도 만만찮았다고 한다. "왜 하필 노란색이냐, 촌동네에 뭔 마케팅이냐, 옐로가 장성하고 무슨 관계냐.…" "똑같은 길을 가서는 성공할 수 없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섬이 없으면 섬을 만들고 댐 위에 길을 만들고 강의 물길을 바꿔 새 지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시련과 어둠은 희망과 새벽을 낳는다고 했던가. 지역민들의 젓줄인 황룡강에서 출발해서 칼라마케팅으로 '지방의 길'을 찾은 점은 행정을 뛰어넘는 지방경영 전략의 승리이요, 거부감이 강했던 주민들의 반발을 이해와 설득으로 돌파한 점은 강한 의지의 승리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노랑은 호남과 관련이 깊은 색깔이다. 올해로 12주기를 맞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80년대 후반, 평화민주당 시절 당 총재였던 DJ의 연설에 수백만명의 청중이 열광했고, 여의도와 보라매공원은 온통 노란 물결이었다. 당의 상징색이 노랑이었다. 노 전 대통령도 추도식 때 마다 봉하마을과 행사장 곳곳에는 풍선과 리본, 모자, 표지판까지 노란빛 물결로 넘실댄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던 말씀과 노랑은 그렇게 평화와 포용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또 옐로는 '코로나19'라는 시대상황에 딱 떨어지는 전략적 색채다. 노랑이나 주황 등 노란색을 띠는 식품을 통틀어 '옐로 푸드'라고 한다. 이 옐로 푸드가 면역력 강화와 노화예방, 항암효과에 최고로 꼽히기 때문이다. 단호박이나 유자, 바나나, 옥수수, 망고, 파인에플, 레몬 등이다. 베타 카로틴이란 색소가 풍부하고 토코페롤과 비타민 등이 함유돼 관련 상품개발도 한창이다. 해바라기빵이나 황룡빵, 유자빵, 꽃차 등이 그것이다. 눈 건강과 몸 건강에서 돌파구를 찾는 장성을 옐로 푸드 전초기지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 극복 '옐로 푸드'전초기지로

'도전'과 희망은 무슨 색일까? 아마 노랑, 옐로가 아닐까. 동양의 음양오행에선 가운데 부분이 황금색, 노랑을 나타내고 우주의 중심이란 것을 표현한다. 노란색 태양의 빛에너지가 모든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포도당을 만든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원리다.

마지막으로 역발상이다. 'Yellow'는 심리적 자신감과 낙천적인 태도를 갖게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도록 도움을 주는 색채라고 한다. 그래서 새로움과 흥분, 즐거움과 놀라움을 선사한다고 한다. 한국색채학회에서 펴낸 책 '컬러마케팅'(2012.지구문화사)에서는 색채 가이드라인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수변의 색을 부각하기 위해 수변과 인접지역에는 무채색에 의한 조화가 우선으로 적용돼 자연적이고 내추럴한 이미지로 친수도시의 여유로움이 표현되도록 유도한다…."

영화 자산어보를 만든 이준익 감독이 말했던 "현란한 컬러를 배제하면 물체나 인물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형태가 뚜렷히 전달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황룡이나 장성의 한쪽에 자연 그대로를 보여주는 무채색의 공간을 만드는 것도 역발상의 전략일 수 있겠다. 지구환경과 자연으로의 회귀, 그것이 옐로마케팅의 화룡점정이요, 장성군이 말하고자 하는 귀착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강동준(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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