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탄소중립 개헌으로 대응하자

@박지경 입력 2021.05.12. 18:50

지난 4월22일 세계 40개국 정상들이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화상회의를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이 기후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공유하며 개별 국가의 노력은 물론 국제적 협력 의지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이날 회의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0으로 하는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특히 상당수 국가들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 감축 목표치를 이전보다 상향 조정해 발표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유럽연합과 영국은 1990년 대비 55%와 68% 각각 감축하기로 했다. 일본도 2013년 대비 46% 감축을 약속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국제적인 '탄소 가격제'를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적극적이지는 않았지만 동참 의지를 밝혔다.

이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연내 상향해 공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새롭게 추진되는 해외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 정상들과 달리 상향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내놓지 못했다. 임기말까지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연말까지 앞당겨 밝히겠다는 약속만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 환경단체에서도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린뉴딜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 중 하나다. 그런데도 아직 2030년까지 탄소배출 감축량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은 준비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우리의 기후위기 대응이 매우 늦다는 것을 보여준다.적어도 앞선 두 정부보다 진보적인 문재인 정부가 임기 시작과 동시에 밀어붙여야 했는데 그러지 않고 지난해부터 탄소중립에 속도 내기 시작한 때문이다.

조만간 정부의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녹색성장위원회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 비슷한 성격의 위원회를 합친 대통령 직속 기구다. 위원 100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 정부 임기를 1년 앞두고 출범하는 위원회가 힘을 갖고 탄소중립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힘이 없다면 그냥 간판만 걸고 도덕 교과서 같은 소리만 하다가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동참이 필요한 상황에서 위원회가 힘을 갖지 못하면 탄소중립 정책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 임기 초반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이유다.

정치권도 기후위기에 둔감하기는 매한가지다. 국회는 지난해 9월24일 재적 의원 258명 가운데 252명의 찬성으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문'을 통과시켰다 의원들은 결의문에서 "국회는 인간의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로 가뭄, 홍수, 폭염, 한파, 태풍, 대형산불 등 기후재난이 증가하고 불균등한 피해가 발생하는 현재의 상황을 '기후위기'로 엄중히 인식하고, 기후위기의 적극적 해결을 위해 현 상황이 '기후위기 비상상황' 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 선언은 수십개의 환경·시민단체들이 연대한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지난 2019년 9월부터 요구하고, 지난해 6월 226개 모든 기초지자체가 모여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한 이후에 이뤄진 일이니 늦은감이 있다. 그 이후에도 정치권의 실천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처럼 정부와 정치권 모두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이어서는 조만간 닥칠 국제적 압박에 어떻게 대응할지 난감하다. 문제점이 현실화된 후에야 난리를 치며 사태 수습에 나설 것이 자명하다.

혹자들은 "당장 인류가 멸망이라도 하느냐"며 "호들갑 떨지 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자손들이 위기 속에 살 것이며 그 후손들은 지구와 함께 멸망할 수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헌법 개정을 제안한다. 정부가 바뀌면서 눈 앞의 경제적 위기에 눈이 멀어 탄소중립이 속도조절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 지난 3월 프랑스에서는 기후대응과 환경보존 의무를 넣은 헌법 개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1조에 "공화국은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전을 보장하고, 기후 변화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삽입된 법안이다. 이 개정안은 상원을 거쳐 국민투표까지 마쳐야 한다. 우리도 서둘렀으면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더이상 주저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미래세대에 넘겨서는 안 된다. 박지경 취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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