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미얀마와 광주 -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

@김종석 상무이사 겸 마케팅 사업본부장 입력 2021.03.10. 19:05

이달 3일 미얀마의 제2의 도시 만달레이. 19세의 여성 치알 신은 시민들과 함께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에 나섰다. 그때 시민 시위대를 향한 군부의 무차별 총격이 가해졌다. 그녀는 납작 엎드린 채 겁먹은 눈망울로 후방을 주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기자의 사진에 찍힌 그녀의 검은색 티셔츠에 'Everything will be OK(다 잘 될 거야)'라는 글귀가 선명했다. 이 장면은 전 세계에 타전됐다.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더 충격적인 일은 이후 치알 신이 총에 맞아 숨졌다는 사실. 다른 사망자와 함께 누워있던 그녀의 가슴에는 '다 잘 될 거야'라는 글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치알 신의 직업은 댄서이자 태권도 사범이다. 그녀는 지난달 8일 페이스 북에 시위에 참가한 사진을 올렸다.

미얀마에 봄은 오는가?

'미얀마에 정의를'이라는 태그와 함께 한국어로 '미얀마를 구해줘'라고 쓰기도 했다. 이후 '다 잘 될 거야'란 문구는 미얀마 민주화 시위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1일 부정 선거를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에 시민들은 민주화를 요구하며 한 달 넘게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군부가 지난달 28일(일명 피의 일요일) 시위 중인 시민들을 향해 조준 사격을 가하는 만행을 저지른 이후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3일까지 치알 신을 포함해 최소 54명이 숨지고, 아웅산 수치와 언론인을 비롯한 1천700여 명이 구금됐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얀마 유혈사태와 관련, 잔인한 탄압과 살인을 멈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우리는 제재에 익숙하고, 살아남았다"며 "우리는 소수의 친구와 함께 하는 법을 배울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소수의 친구인 중국을 믿고 강경 진압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에 봄은 과연 올 것인가? 필자는 그 의문을 떨칠 수 없다.

1980년 5월 광주와 작금의 미얀마 사태를 보면, 닮은 듯하나 다른 점도 많다. 우선 군부의 쿠데타의 명분과 유혈 진압은 서로 많이 닮았다. 80년 전두환을 비롯한 한국의 신군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배후세력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재야 세력을 특정했다. 미얀마의 군부는 아웅산 수치를 지지하는 연방의회 대표회의를 시위 주도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금 미얀마 사태를 보면서 80년 5월 광주의 데자뷰(dejavu)다.

반면, 80년 5월 광주는 고립무원의 도시로, 수 백 여명의 사망자와 수 천 여명의 사상 및 구금자를 냈다. 또한 주도 세력 없는 순수 시민항쟁이었다. 이 점은 80년 광주와 미얀마가 서로 다른 점이다. 전두환 등 신군부는 광주의 진실은 전해지지 않도록 철저히 봉쇄 조치했다. 그렇다고 해도 진실은 영원히 감출 수 없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독일인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 등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세계에 알렸으니 말이다. 반면, 미얀마의 참상은 SNS를 통해 실시간 중계 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성명 또는 경제 제재를 통해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고 있다. 1980년 이후 광주가 민주화의 성역으로 우뚝 서기까지 수많은 열사의 희생과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민의 지지가 있어 가능했다. 이에 비해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은 이제 시작 단계다. 앞으로도 미얀마의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중국 쿤밍에서 미얀마 차우퓨항까지 이어지는 송유관, 천연가스관을 통한 인도양 진출이라는 중국의 국가적 이해가 걸려있다. 중국이 군부 쿠데타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닮은꼴 광주의 지지와 연대 힘이 되길

마침 광주에서 1980년 5월과 닮은꼴인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선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일찍이 비슷한 아픔을 경험해서다. 오월여성회와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가 이달 6일 지지를 보내는 연대의 집회를 열었다. 앞서 5·18 기념재단은 광주시민사회 종교 단체와 함께 '미얀마 민주항쟁지지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오월어머니집도 10일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며 군부의 시민학살 중단과 쿠데타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피와 눈물로 성장 한다고 말한다. 아마도 민주주의를 이루는 일이 그만큼 어렵고, 희생이 뒤따른다는 말일 것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그래서 더욱 위대하다. 민주·인권·평화의 5월 광주정신이 고스란히 전해져 미얀마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되길 기원해본다.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 미얀마. 김종석 상무이사·마케팅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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