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광주가 답답하다

@박석호 입력 2020.11.04. 17:55

사례1=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이 답답하다.

교통체증 때문만은 아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집으로 향하지만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광주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백운고가 인근에 다다르면 최고조에 이른다. 고가 철거로 시야가 확 트여야 하는데,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초고층 아파트들이 앞길을 가로막는다. 숨이 막힌다는 느낌마저 든다. 어디를 둘러봐도 시야에 들어오는 아파트 모습에 오랜만에 광주를 찾은 외지인들도 충격을 받는다.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아파트 비중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는데, 구도심까지 획일적인 초고층 아파트 방식으로 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사례2=2018년 '집값 폭등' 재현될까 걱정이다.

2018년 이후 잠잠했던 아파트 가격이 또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간 폭등에 따른 부담감에 이어 올해 '코로나 19' 여파까지 겹치면서 안정세를 찾았던 아파트 가격이 최근 봉선동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1억원 이상 올랐다. 건설 중인 한 아파트 가격은 분양가의 두 배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과 투기세력을 배후로 지목한다.

본보가 최근 봉선동 공인중개사들을 만나본 결과, 대부분은 "투기세력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을 피해 외지 투기세력들이 특정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매입해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임대차 3법'으로 전세 물량이 크게 줄면서 매매가격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광주는 2018년 아파트값 폭등 때문에 큰 곤혹을 치렀다. 실수요자들은 집을 얻지 못했고, 집을 얻었다 하더라도 단기간 폭락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의·식·주(衣食住)는 필수품이다. 과거에는 먹고 사는 문제인 식(食)이 중요했지만 현대인들은 주(住)를 목표로 산다. 어느 아파트에 살고,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가 중요하다. 당연히 사람들의 대화 가운데 단연 첫머리에 놓인 화제도 아파트이다. 등락하는 아파트 가격에 울고 웃는다.

'아파트'라는 집이 가족들과 함께 오손도손 살아가는 삶의 공간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투자처가 된지 오래다. 현대인들에게 정서를 교감하고 사랑을 확인하는 생활공간으로서의 집은 사라져가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친구의 하소연이다. '코로나19' 보다 무서운 것은 '아파트'라고. 알뜰살뜰 10년을 모았지만 해마다 오르는 아파트값을 따라가지 못해 내 집 마련을 포기했다. 요즘에는 전세 구하기도 너무 힘들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다들 힘들고 괴롭다.

소상공인들은 손님이 뚝 끊겨 휴업을 하고, 기업인들은 극심한 매출 부진으로 공장 문을 닫기도 한다. 주변을 보면 평생 몸 담아온 직장을 잃은 사람들도 많다. 이런데 집 때문에 더 힘들어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무엇일까? 의식주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

문재인 정부는 서울 집값만 잡겠다고 난리이고 지방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지자체도 법과 제도 탓만 한다. 이런 사이 광주 집값이 급등하면서 '2018년 집값 폭등' 재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가 모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시장 논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획일화되고 수직적 주거 공간에 다양성을 부여해야 하고, 비정상적인 아파트 가격은 정상화시켜야 한다.

광주시는 집값 폭등과 난개발을 막기 위한 단기 대책과 함께 누구나 살기 좋은 광주를 위한 중장기 도시개발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세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나서라. 박석호기자 haitai200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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