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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아열대 기후와 물 관리 패러다임

@양기생 입력 2020.08.19. 14:14 수정 2020.08.22. 10:14

#장면 하나

취재를 위해 보름 일정으로 하와이를 갔다 온 경험이 있다. 쉬는 날을 이용해 무개차를 빌려 하와이를 일주했다.

호놀룰루 와이키키 해변에서 출발해 스노컬링으로 유명한 하나우만 베이를 거쳐 하와이 오하후 섬 일대를 돌아보는 코스였다.

하와이 원주민 촌을 방문한 뒤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커피 한잔을 느긋하게 즐긴 뒤 다음 관광지로 이동하는데 갑자기 열대지방 소나기인 스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머지 운전을 하면서 차량 덮개를 내리려는데 작동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용을 써도 덮개는 움직이지 않았다. 렌트할 때 흑인 직원이 강조했던 말을 허투루 들은 것이 화근이었다. 10여 분 동안 소나기로 온 몸이 흠뻑 적은 뒤에야 차를 세웠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레버를 올리니 그때서야 덮개가 올라왔다. 안전사고를 대비해 운전 중에는 작동하지 않도록 해 놓은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장면 둘

해남산 바나나가 지난 13일 해남군 북평면 와룡마을 신용균씨 농장에서 처음으로 수확됐다.

신씨 농장은 지난해 0.2ha 면적에 470주의 바나나 나무를 심어 1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해남은 올해 신씨 농장을 포함해 2농가 0.4ha에서 12톤의 바나나를 수확할 예정이다. 군은 재배 면적을 1ha 까지 확대하고 연간 25톤의 바나나를 생산할 계획이다.

해남산 바나나 수확은 기후 변화에 대응해 아열대 작목 생산기반을 구축해 온 지역특화작목 육성사업의 최대 성과다.

기후 변화에 따른 해남의 아열대 작물 재배는 바나나를 비롯해 패션프루트, 체리, 애플망고, 블랙커런트 등 다양하다.

재배 면적도 무화과 23ha를 비롯해 참다래와 부지화, 여주 등 125ha로 전남 최대 규모다.

두 사연 모두 아열대 기후 현상 중 하나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서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다. 기후 변화의 단초는 작물 재배와 이상 날씨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 재배됐던 감귤이 육지로 올라온 지는 오래다. 고흥에서 커피가 생산되고 있을 정도로 한반도의 작물지도가 변하고 있다.

한반도 고유의 날씨 현상인 장마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기준 올 장마는 54일 동안 이어졌다. 사상 최장이며 이례적이다.

장마 기간 동안 전국 곳곳에서 집중 호우로 피해가 속출했다. 폭우의 양상도 과거와 다르다. 좁은 지역에 양동이로 퍼 부듯이 쏟아지며 산사태 등 피해가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는 띠 형태로 구름이 뭉쳐 이동하면서 뿌리기 때문이다. 열대성 소나기인 스콜의 형태를 보이면서 예측하기도 어렵다. 기상청이 '오보청' 이니 '현장 중계청' 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지난 6일부터 3일 동안 전남지역도 최대 600mm 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집중되면서 피해가 컸다.

섬진강이 범람해 구례, 곡성 등지에서 주택과 다수의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전남지역 8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재민도 수 천 명이 발생했으며 아직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피소에서 지내는 경우도 있다.

폭우와 댐 방류로 피해를 입은 섬진강권 7개 시·군 의회는 수자원공사와 환경부 책임을 주장하며 보상과 함께 국회 차원의 특위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물 관리와 댐 방류량 조절을 실패해 피해를 키웠다는 것으로 선제적 방류 대신 담수를 고집하다 뒤늦게 최대치 방류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환경부는 집중 호우 기간 동안 섬진강댐 운영 실태를 신속히 조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후 변화에 맞는 항구적인 물 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주민들에 대한 보상도 진행해야 한다.

아열대 기후에 맞는 물 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는 시대적 흐름이다.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장마 패턴에 따른 안일하고 구태의연한 물 관리로는 폭우 피해 예방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댐 방류량도 미세하게 조절하는 섬세하고 업그레이드된 물 관리가 국민을 위한 길이다. 

양기생 부국장 겸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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