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코로나 위기(危機), 이낙연과 이재명

@유지호 입력 2020.04.08. 11:09

전염병은 도시화(Urbanization)의 부작용 중 하나다. '총·균·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대전염병(팬데믹·pandemic) 확산 원인으로 기술 발전을 꼽았다. 더욱 밀집되고, 좁혀지고, 빨라진 삶은 바이러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증식 환경. 시·공간의 효율적 활용이 대전염병 확산을 부추긴 셈이다.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인류 문명의 산실이었던 고대 도시는 병원균의 이상적 번식처였다"고 했다.

도시인들이 타임 루프(Time loop)에 갇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야기다. 두달 넘게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기존 관념과 시스템을 모두 무너뜨렸다. 1966년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포착한 '개인 영역'(Personal space) 개념이 반 세기 넘어 전 세계 곳곳에서 되살아 났다. '잔인한 4월'의 어느 봄날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공공영역이 나서 '집콕' '방콕' '저녁약속 금지' 등을 권하는 사회. 삶의 가치와 우선순위가 달라졌다. 공동체 삶은 사라졌다. 나눔과 배려의 빈 자리를 격리·통제, 언택트(untact: un+contact의 합성어)가 채웠다. 사회적 네트워크 의미·위상 변화는 당연하다.

선거운동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정치가 직격탄을 맞았다. 민주주의의 꽃에 비유되는 선거의 핵심은 소통. 거리두기는 선거판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술자리·사우나로 대표되는 전통적 방식은 도태됐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랜선 운동'이 등장했다. 악수 대신 '구독'과 '좋아요', '댓글과 알람설정' 부탁·요청이 쇄도한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대세로 떠올랐다. 오프라인(대면접촉)에서 모바일로의 급속한 전환. 정보 불균형은 심화됐다. 과거의 선거 프레임은 실종됐다. 전염병 위기관리 리더십이 주요 변수가 됐다. '총선=코로나 평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많다. 정책·공약 경쟁은 사라졌다. 본질은 없고 온갖 숫자와 셈법만 난무한다. 토론 대신 의석수 전망과 여론조사 수치만 남았다.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정치적 명분과 염치도 없다. 그래도 이슈는 코로나로 쏠린다. 지역 현안과 잘 벼린 공약 보단 소셜미디어용 이미지 한 컷이 더 먹힌다. 선거기간 방역과 쓰레기를 줍는 후보도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를 활용했다. 전국 확산의 분수령이 됐던 31번째(대구 신천지) 코로나 확진 환자가 나온 2월 18일부터 4월 7일까지 총선 관련 보도는 3만3천930건. 이 가운데 코로나 관련은 모두 4천468건에 달한다.

정치 지형 변화는 필연적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여론조사에서 차기 정치 지도자 1위로 꼽힌다. '정치1번지' 종로대첩에 나선 그는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겸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전히 상종가다. 광주·전남에 출마한 민생당과 무소속 후보들이 '이낙연 마케팅'에 나설 정도. DJ이후 '호남 대통령' 명분이다. 정중동의 행보. 코로나 극복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재명의 위기관리 리더십은 신천지로 각인된다. 사태 초기부터 전면에 나섰다. 정부가 위기경보를 최고인 심각 단계로 올리면서다. 지역(로컬)의 대응이 방역 최전선이 됐다. 신도 명단 확보와 이만희 총회장의 코로나 검사에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기본소득 지급도 광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치켜들었다. 포퓰리즘 지적에도 대권 지지율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뒤따랐다.

코로나 전후 변화像 읽어내야

경제학자 우석훈은 한 칼럼에서 '4·15 총선 국면 한가운데에서 이 흐름의 승자는 이재명이 될 것이고, 패자는 공교롭게 이낙연이 될 수 있다'고 썼다. 그 동안 우리가 살아왔던 '과거의 균형'은 이미 사라질 것이란 전제에서다. '88만원 세대',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등의 저자. 그는 코로나 사태에서 집중 조명을 받은 '로컬'에 주목했다. 과거와 다른 차원의 17개 광역 시장·도지사의 위기관리 리더십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대동소이하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 전염병은 인류 역사를 바꿔왔다. 세계적 석학들도 잇단 경고음을 낸다. 중세 유럽의 흑사병, 미국의 경제대공황, 2차세계대전, IMF 구제금융 한파 등에 비견된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이후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이번 총선은 몇 가지 힌트를 준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유권자는 새로운 리더십을 원한다. '코로나 사태'는 평가 기준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높다. 일주일 뒤 총선. 2년 뒤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파악하는 바로미터다. 결과는 2022년 3월 '벚꽃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코로나 위기(危機) 속, 위태로움(危) 대신 기회(機)를 잡을 정치인은 누가 될까. 대권 가도의 전초전이 될 총선의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늘었다.

유지호 디지털미디어부장 겸 뉴스룸센터장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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