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치솟는 광주 아파트 분양가, 누구의 책임인가

@박석호 입력 2019.12.18. 14:47

박석호 경제부장

연말을 맞아 몇일전 고교 동창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만났다. 그는 자리에 앉자 마자 자신의 30대 후배 이야기를 꺼냈다. 이 후배는 3억원을 빌린 뒤 4억대 새 아파트를 샀는데, 불과 1년만에 그 집 값은 1억5천만원 올랐다는 내용이다. 그는 “10년 동안 매달 100만원의 적금 넣어야 이 돈을 모을 수 있다”며 “주변에서 집 값이 단기간에 억대가 오르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의 성실함과 노동력이 하찮아 보였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30대 등 젊은층들 사이에서 아파트 구매 열풍이 불고 있다. 이 후배의 사례를 들면 20년간 매달 170만원 정도를 꼬박꼬박 갚아야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30대들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 분양가가 가장 싸고, 조금만 참으면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분양권 전매 제한기간인 6개월만 버틴 뒤 팔아도 수천만원을 벌 수 있다. 그래서 30대의 수요가 청약시장에 몰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9월부터 올 7월까지의 전국 고분양가 아파트 자료에 따르면, 광주에서 3.3㎡당 1천500만원 이상에 분양된 고분양가 아파트 당첨자 가운데 30대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아파트 구매 비중도 ‘전통 강호’인 40대에 육박했다.

왜 그들은 너도나도 아파트 구매행렬에 뛰어드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제품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달라진다. 수요가 공급에 비해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그 반대이면 내린다는 것이 일반 논리다. 아파트 가격 결정의 중요한 변수도 수요와 공급이다. 장기적으로는 인구, 구매력 등에 영향을 받는다. 이 논리대로 라면 수요층인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광주에서 최근 이뤄지고 있는 분양가 급등 현상을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정상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내재가치를 넘어 요동치는 것은 다분히 심리적인 이유에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과 함께 기대감이 섞이면서 수억원을 빚내서 고가 아파트를 덜컥 산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지역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천265만8천800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209만5천500원 치솟았다.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이 올랐다. 32평대 아파트를 산다고 했을 때 1년만에 7천만원 가량의 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불안 ·기대 심리를 이용해 건설업자들은 가격을 또 올린다. 아파트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누가 만들었을까. 바로 우리 사회다.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수 없이 많은 부동산 안정대책은 사후 약방문격이 됐다. 그 마저도 대부분은 서울 집 값을 잡기 위한 대책들 뿐이다. 광주의 경우 지난 7월 서구·남구·광산구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대책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규제가 없는 북구와 동구의 분양가까지 치솟고 있다.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고분양가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광주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고분양가 행진을 방조하는 느낌마저 든다.

지방을 대하는 정부의 상황 판단도 너무 안일하다. 이러면서 땀 보다 아파트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는 공고해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 폭등을 통한 불로소득을 조장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일까? 투기와 거리가 먼 성실한 일반인들이 무능한 사람으로 대접받고 있는 사회, 땀을 흘리지 않아도 아파트로 돈을 버는 사회, 지금의 광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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